진짜 오랜만에 로맨스 드라마를 첫 회부터 보게 되었다. '킹더랜드'라는 드라마인데, 투피엠의 준호와 소녀시대 윤아가 주인공인 드라마이다. 보면서 한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많이 히트쳤던 십여년 전 드라마들도 갑자기 생각나서 그 시절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며 3회까지 드라마를 몰아보았다(모처럼 아기를 할머니께 맡기고 여유 생김..ㅠ).
일단 시청률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찾아보니 1회 5.1%로 시작하여 3회는 9.1%까지 나온 상태이다. 사실 3회는 1-2회에 비하면 재미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시청률이 오히려 더 올랐다. 이만하면 그래도 괜찮게 시청률이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앞으로 시청률은 과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3회까지 본 감상을 말하자면 솔직히 좀 많이 뻔하고 유치하고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원래 이런 드라마는 그런 맛에 보는 거라서 큰 불만 같은 건 없이 편하게 보고 있다. 킹더랜드와 비슷한 시간대에 <악귀>라는 김은희 작가 드라마가 시작되어 이것도 본방사수를 했었는데 재밌긴 하지만 악귀를 보며 무섭고 긴장되고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 찜찜하게 있다가 킹더랜드로 채널을 돌려서 마무리를 하니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말랑말랑해진 채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좋았다. 요즘의 나는 뭔가 좀 허술하더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말랑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 같다.
킹더랜드는 그런 면에서 진짜 허술하면서 비현실적인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이다. 뭔가.. 남자 주인공의 수트핏을 강조한다던가 얼굴 옆선이나 손목 시계 같은 걸 클로즈업 한다던가 하는 등 '우리 드라마 남자주인공 멋있지! 멋지지! 반하겠지!' 하고 순간 순간 시청자에게 꾸역꾸역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여주인공은 상사의 괴롭힘 같은 것에도 굴하지 않는 전형적인 씩씩한 스타일의 여성으로 나오는데, 예전에 나왔던 많은 로맨스 드라마가 이런 비슷한 느낌이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로맨스 웹소설, 로맨스 웹툰이 다 이런 결로 비슷한데 그 모든 걸 다 섞어서 이 드라마를 만든 듯 하다.
이젠 거의 없어진 나의 연애 세포
나름대로는 이 드라마에 대해 긍정적이라 생각하며 보긴 했는데, 예전 젊은 시절 여주인공에 내 감정을 이입해서 애타게 보던 느낌은 아니고 약간 남의 이야기 보듯 보게 되어서, 보면서 신이 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생각해 봤는데, 결혼 전에는 이런 드라마를 보면 언젠간 내게도 저렇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게 해줄 로맨스가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가지며 보는 맛이 있었지만, 지금은 결혼도 했고 더 이상의 로맨스는 찾아오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어떤 백퍼센트의 몰입이 불가능하니깐 막 빅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가 중년 여성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면 결혼했다고 연애세포가 다 죽는 것만은 아닌 듯 한데, 어쨌거나 내 경우에는 현재로서는 이 드라마의 많은 부분들이 그냥 적당히 너무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를 가져다 놓은 철저히 남의 이야기를 보는 마음으로 시청 중이다. 뭐.. 드라마 탓일 수도 있고 내 탓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렇다.
좀 늘어졌지만 약간 설렘은 있었던 3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회에서는 아주 조금은 나의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섬에 갇힌 남녀 주인공이 민박집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솔직히 그 장면들에서 윤아의 술주정 대사가 너무 길고 쓸데없이 좀 늘어져서 루즈한 느낌에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냥 뭔가 이제 막 시작되는 감정이 주는 설렘 같은 것들이 느껴지고 옛날 생각에 추억팔이 같은 것도 하게 되면서 로맨스 드라마 특유의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기력과 별개인 남녀주인공의 케미
준호와 윤아의 연기 자체는 괜찮았다. 연기가 어설프면 보는 사람도 참 화가 나고 몰입이 안 되는데 그렇진 않았다. 예전에 <고스트닥터>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거기서 여자 주인공 중 한 명이 연기를 너무 못해서, 내가 웬만하면 발연기 이런 거 모르고 지나가는데, 그 때는 몰입에 방해될 정도여서 보다가 진짜 화가 났던 적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각자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보면서 화난 적도 없고..
다만, 주인공 두 명이 서로 잘 어울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내가 몰입이 잘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윤아 같은 경우에는, 내가 영화 <공조>를 참 좋아하는데, 거기서의 역할이 참 잘 어울렸고 또 굉장히 재밌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현빈하고 상당히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준호는 이전 작품을 본 적은 없는데, 대충 검색해 보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여주인공과는 케미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솔직히 다들 이쁘고 잘난 사람들이니 배우 개인의 자질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이건 그냥 말 그대로 서로 잘 어울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기력이라든가 대본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니.. 아쉽지만 할 수 없다고 본다.
아직 4회는 보지 못했는데 시청률을 찾아보니 3회보다 더 오른 9.6%였다. 이렇게 드라마의 고정 시청층이 적당히 확보된 상태이니 어색하거나 허술한 부분도 회가 거듭할수록 안정된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뻔한 클리셰의 드라마라는 평이 많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옛날 드라마 이후 어느 순간 거의 끊겼던 이런 드라마가 요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드라마를 통해 잊고 있던 감성을 좀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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