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서 야근하면서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아네고>를 보았다. 정확히는 틀어놓고 일을 하면서 봤다. 이 드라마는 이번에 처음 본 게 아니라 예전부터 봤던 드라마를 기분 내킬 때마다 보고 또 보고 하는 건데, 이번에 nn회차로 본 것이다.
아네고는 '누님' 정도로 해석되는 단어라고 한다. 32세에서 34세가 되기까지 자아와 사랑을 찾아가는 주인공 여성의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열살 연하남과의 러브 스토리가 나름대로 메인에 있기는 하지만 마냥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불륜으로 나락도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뭐.. 그런 스토리인 와중에 여자에게 커리어란 무엇인지, 남자 하나 잘 만나면 장땡인 건지 고민도 해보게 했던 드라마이다. 다만 2005년 드라마이고 한국도 아닌 일본 드라마라서 지금으로선 이해가 안 가고 욕 먹을만한 대사나 상황도 있는 드라마지만, 그런 건 안 보고 넘어가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과 상황들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최애 드라마이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옛날 생각나고 참 좋았다.
이 드라마를 내가 처음 봤을 때 나는 20대였는데, 그 때는 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냥 여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연하남은 일본 아이돌이었는데 내가 좀 좋아했다..ㅋ 그런데다가 여자 주인공은 당시 20대인 나보다 꽤 언니였다. 그래서 이 열살 연상 연하 러브 스토리에서 여자가 너무 주책맞아 보였고, 남녀 둘이 안 어울려 보였다. 여자가 되지도 않게 어린 남자에게 들이대는 걸로 보여서 징그럽게 느껴졌다 해야 하나..
그랬다가 30대 중반까지 미혼에 남자도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이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는 완전 입장이 바뀌었다. 나는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과 그야말로 혼연일체를 이루어서 몰입해서 보게 되었고, 열살 연하와 잘 되기를 진지하게 꿈꾸기도 했다.
진짜 대사 하나 하나에 완전 공감하면서 봤다. 남자가 없어 외롭던 시절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게도 주인공 같은 날이 오겠지 하며 희망을 가졌던.. 내게 (헛된) 희망을 주었던 드라마였다. 이 때 이 드라마를 가장 많이 돌려 보았고, 이 시기에 이 드라마가 내 최애 드라마로 등극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40대에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나서 다시 이 드라마를 오랜만에 보니 30대 시절에 볼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우선 30초중반의 여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다 너무 풋풋해 보인다..ㅋㅋ 20대때 봤을 때는 나이 많은 언니들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40대가 되어 보니 주인공을 비롯해서 모두 다 젊고 어리고 좋은 때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로맨스 관련해서는 약간 관망하면서 보게 되었다. 러브 러브 이런 건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 그래도 또 그런 마음으로 보다가도 한 번씩 애틋한 기분도 들 때가 있는데 그건 남녀 주인공을 보면서 예전에 어린 시절 비슷한 상황에 있었을 때의 나를 추억하며 '아 맞다, 나도 그 때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아무튼 이번에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같은 드라마도 이렇게 내 나이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직은 여주인공과 내 나이가 많이는 차이나지 않아서 괜찮은데, 대충 50대 되어서 보면 그 땐 좀 서글플지도 모르겠다. 그 때 되면 또 한 번 봐야지..
아, 그리고 이 드라마가 내 최애 드라마가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내가 동경하는 여자의 모습을 가진 인물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여주인공 옆에서 항상 함께 하며 조언도 해주는 후배 동료로 나오는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서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패션 스타일, 말투, 태도, 분위기 모든 것이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30대 직장 여성의 모습이었다.
30대 시절의 나는 어른스럽고 성숙하면서도 능력있어 보이는 커리어우먼 스타일로 나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 막연한 이미지가 눈에 보이는 뚜렷한 모습으로 짠 하고 나타난 게 이 드라마 안에서의 이 배우였다.
비록... 이런 여성의 모습이 되진 못했지만.. 이번에 오랜만에 다시 봐도 여전히 좋아 보였다. 이제는 이렇게 되고 싶진 않다. 내 이상향이나 롤모델은 다시 찾는 중이다.
이렇게 드라마 리뷰 같지 않은 리뷰를 한참 써보았다. 오랜만에 여운이 남아서 길게 써보고 싶었는데 써보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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