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후기(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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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드라마,영화,예능

일드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후기(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연애)

by 나겸♡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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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드라마 리뷰는 아니고, 드라마 핑계로 개인 넋두리 위주의 후기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
요즘은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일드를 밤에 다시보기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보통 일본 드라마는 거의 10회 정도면 끝이 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 전개가 시청자들의 감정선에 비해 너무 빠르게 가다 보니 약간의 엉성한 개연성에 아쉬움도 있지만, 나처럼 몰아보기를 좋아하고 너무 이야기가 꼬이는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10회가 딱 적당하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의 대사가 우리 나라 드라마에 비해 은근히 시적인 게 꽤 많다. 그래서 일드를 보면서 그 대사가 마음에 와닿아 공감하면서 본 적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드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근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어쩐 일인지 예전만큼 마음에 드는 드라마도 배우도 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옛날에 봤던 것만 보고 또 보게 된다.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라는, 회사생활 해 본 사람이라면 참 와닿는 제목의 이 드라마 또한 처음 봤을 때부터 참 좋아해서 보고 또 보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모태솔로 여자가 9살 연하의 꽃미남 아르바이트생과 사귀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시간
수 오후 10:00 (2014-10-15~)
출연
아야세 하루카, 후쿠시 소타, 타마키 히로시, 나카 리이사, 다구치 준노스케, 치바 유다이, 히라이와 카미, 아사노 카즈유키, 후키코시 미츠루, 타카하타 아츠코
채널
니혼TV

드라마는 그냥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모태솔로인 30세 여자와 20대 초반의 남자의 사내연애 이야기쯤 되겠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연하남과의 알콩달콩한 로맨스에 몰입하여 본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드라마에 몰입했던 건 서른번째 생일을 맞이하도록 남자랑 그냥 손만 한 번 잡아본 게 연애사의 전부인 여자 주인공 '하나에'가 처음 연애(그것도 여자에게 있어 매우 난코스인 9세 연하남과의 연애)를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폭풍과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드라마 또한 연하남과의 귀여운 로맨스가 주된 내용이라기보다는, 연애에 너무나 서툰 한 여성이 첫 연애를 통해 조금씩 감정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대한 다른 블로그 리뷰들을 보면 주인공인 하나에가 연애에 임하는 자세라든가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답답해서 드라마를 도저히 못 보겠다는 글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나는 여자 주인공이 답답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그냥 A부터 Z까지 모두가 내가 언젠가 겪었던 일들인 것 같아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의 기억 속 어딘가의 흑역사에 대한 찜찜했던 감정을 떠올리며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자주인공이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살면서 연애에 대해 흑역사가 별로 없고, 그리고 능숙하게 연애를 해왔던 능력자들임에 분명하다.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답답하기는 커녕 동병상련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1화는 회사원인 주인공 하나에의 일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 그리고 서른살 가까운데 아직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외동딸로서의 가정에서의 모습 같은 것들이 나온다. 그런 와중에 회사 사람들, 단짝 친구는 30대 전에 얼른 솔로에서 탈출하라던가 결혼하라던가 하는 압박을 수시로 넣는다. 이 드라마가 10년 전에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 사회에서 서른 살이 된 싱글 여성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시선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지금은 내가 더 이상 회사생활을 안 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회사생활을 하던 예전과 똑같이, 서른 살까지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은 뭔가 하자 있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인 것일까? 
 
나도 하나에처럼 서른살이 넘도록 모태솔로급의 삶을 살아왔는데 가족을 포함한 각종 친척, 친구, 동료들의 가스라이팅이 엄청났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남자친구가 없는 30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는 뭔가 문제가 엄청나게 있는 하자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런 태도들이 나를 세뇌시켜서 나 역시 내가 굉장히 문제있고 완성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 같은 것이 은연 중에 항상 있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없구나, 나는 이성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외로운 정서도 항상 깔려있고 말이다.

(연애 경험은 없고 능숙하지 못한데 주변에서 항상 문제가 있다는 듯 뭐라고 하니깐 늘 주눅이 들어있고, 그렇게 지내오던 내 삶에 멋진 연하남이 이렇게 케익에 촛불 켜고 생일 축하한다며 등장할 경우 웬만하면 그냥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하나에의 저 표정이 많은 걸 말해 준다.)

 
지금 내가 40대 중반이 되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강요하던 삶을 살고 있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20대 30대 타인의 연애에 집착하고 남녀관계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남을 압박하는 것인지 그 타당성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연애를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혼자일 때는 몰랐던 행복이 있긴 하지만, 이런 삶이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만큼 싱글의 삶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삶인지, 이렇게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빨리 연애해라, 누구라도 좋으니 나이 차면 아무라도 만나라는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압박할 자격이 생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주인공에 몰입하다 보니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주인공 하나에는 그렇게 아무 일 없는 일상을 살다가 같은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 중인 연하남과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후 그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드라마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내 눈에는 참 멋있었다. 드라마 내에서 당시에는 남자라기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이미지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높은 곳의 물건을 내리지 못하고 낑낑대는 여자 주인공 뒤에서 갑자기 큰 키를 무기로 물건을 내려 준다던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안아준다던가 하는 장면에서 심쿵할 때가 많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남자배우도 나이를 먹었다 보니 이미지가 달라지긴 했는데, 이 드라마를 찍을 당시에는 참 풋풋하고 훈훈한 연하남의 역할을 잘 소화한 것 같다. 사진 캡쳐보다 영상이 훨씬 멋있다.)

 
남자주인공 '타노쿠라'는 여주인공 하나에보다 9세 연하남으로 나온다. 남자와 아무런 연애사나 썸도 없이 남자친구가 보내는 문자에도 울고 웃고 휘둘리는 하나에와는 달리 타노쿠라는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헤어지자마자 공백없이 하나에와 연애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온다(현실에서는 이렇게 공백없이 바로 연애하는 것도 왠지 찜찜한 요소임). 하나에보다 나이는 열 살 가까이 어리지만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하나에와 달리 능수능란하고 작은 것에 휘둘리거나 하지 않는 마성의 연하남인 것이다.

이런 연하남과의 연애 드라마를 보면 연하남은 그래도 항상 착하고, 막판에는 여자 주인공을 향한 어떤 일편단심의 사랑 같은 걸 완성하는 걸로 드라마가 마무리 되는데, 사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연하남의 현실은 결코 드라마와 같지만은 않다. 물론, 아주 훌륭하고 자기 여자를 위할 줄 아는 성숙한 연하남들도 분명 세상 어딘가에 존재는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연하남들은 결코 그 수가 많지 않다. 인품이 훌륭한 연하남을 쟁취한 여성들은 매우 능력자이고, 운이 좋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아무튼 매우 부럽고 축하하는 바이지만, 적어도 내 현실에서는 누나한테 빌붙어서 순정남인 척 코스프레 하면서 뒤로 호박씨 까다가 막판에는 누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떠나버리는 연하남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연하남과 허무한 시간을 보내며 누나들은 괜히 나이만 더 먹게 되고.. 뭐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연상연하 연애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칙칙한 현실을 굳이 또 드라마로 보기 위함이 아니다. 그럴려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된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서, 약간 몸에는 안 좋은 솜사탕 같은 걸 어쩌다 먹는 그런 느낌으로, 그 순간 그냥 재미있게 보고 연애세포를 좀 되살린다는 마음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그와 똑같은 현실을 맞이하리라는 헛된 기대만 과하게 갖지 않고 그저 좋은 기분으로 보면 된다. 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썸을 타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과정들이 상당히 갑작스러운 전개로 이어져서 쌩뚱맞기도 하지만, 원래 연애 이야기를 하려고 만들어진 드라마인만큼 너무 막 세세하게 따져가며 볼 게 아니라 대충 넘어가면서 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어두컴컴한 바에서 단 둘이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진짜 웬만큼 싫은 사람 아니면 없던 감정도 생기기 마련이다.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날. 첫 회에 나온다.)

 
서로 관심이 1도 없어 보였는데 갑자기 막 두근두근해 한다던가, 갑자기 막 엘리베이터에서 키스하려고 한다던가, 뭐 그런 급작스럽고 유치한 전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면 된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또 이 드라마에서 연상연하의 연애에 있어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내용들을 꽤나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누나들이 연하남과 데이트를 하면서 하게 되는 여러가지 자잘한 고민 중 하나인 데이트 비용(밥값 누가 내는지) 같은 것만 해도 그렇다. 연하남을 만나면 내가 나이가 많으니깐(심지어 내가 열 살 가까이 많으면 20대 초반 남자한테 얻어먹기도 민망하니깐) 내가 돈을 더 내거나 아예 내가 비용을 다 지불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은데, 이렇게 돈을 내가 거의 다 계속해서 내면서 남자를 만나면 기분이 좀 별로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진심이고 진정한 마음이면 얼마든지 돈을 낼 수 있지만, 이 어린 인간이 혹시나 누나인 나를 그저 지갑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안 좋아하는데 내가 돈을 내니깐 그냥 나를 좋아하는 척하면서 내가 호구 잡힌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찝찝하고 불안하다. 그런 찝찝한 현실을 드라마에서도 다루고 있다.
 
그 밖에도 여자는 나이 숫자 앞자리가 바뀌어 30대가 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남자는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서 아직은 결혼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나 일들에 대한 생각이 있다 보니 이렇게 각자 다르게 처해진 현실 속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 같은 것도 에피소드로 나온다. 또, 누나와 연애를 하는 연하남 입장에서도 컴플렉스가 될 수 있는 안정된 직업과 경제력,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몸에 벤 여유를 가진 기업 CEO 남성이 여주인공 주변에서 계속 맴돌며 여주인공을 흔드는데, 다만 이 부분은 다소 판타지가 섞여 있는 부분이긴 하다. 웬만한 현실에서는 불안정한 직업이나 상황 속에서 불안한 연애를 해야만 하는 연하남은 있어도, 돈도 많고 나이도 나보다 적당히 연상인데 잘생기고 몸도 좋으면서 나에게 저돌적으로 대쉬하는 기업가가 주변에 나타나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드라마의 결론은, 어쨌거나 드라마니깐 결국은 연하남과 주인공의 사랑이 지속되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드라마니깐 그래도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는 게 보는 사람도 안 찝찝하고 좋다. 결혼 전에 이 드라마를 볼 때와 지금이 차이가 있는데, 결혼 전에 봤을 때는 여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봤다면 지금은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드라마 속 하나에의 엄마 아빠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드라마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아빠, 엄마는 딸에게 언제 시집가냐고 닥달하는 그런 평범한 모습이 아니라, 30대가 된 딸을 아직 세상에 내보낼 마음의 준비가 온전히 되지 않은 부모로 나온다.

(예전엔 딸의 입장에서 이런 장면을 봤는데, 지금은 저 가운데 엄마의 입장으로 보게 된다.)

그렇게 품안에 고이 두며 키우던 딸이 남자친구가 생긴 것에서 1차 혼란, 그 남자친구가 9세 연하라는 것에서 2차 충격 같은 것에 빠지는데, 그 모습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현재로서는 내 딸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연애,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게 막 자기 자신보다 더 중요하고 엄청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연애 좀 못해도 그렇게 하자 있는 것이 아니고, 남자친구 사귀고 결혼했다고 해서 무슨 엄청난 역사를 이룩한 것도 아니니깐 남자친구 없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고, 또 초조한 마음에 아무나 막 사귀는 것 또한 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고 무슨 조건 좋은 남자만 찾으라는 게 아니라, 그냥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괜찮은데, 너무 감정에 휘둘려서 본인을 힘들고 좀먹게 하는 연애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뭐 그런 말을 해주고 싶은데, 과연 우리 아이가 커서 내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 나도 어른들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우리 애라고 뭐 크게 다를까 싶다.
 
이상 드라마 리뷰같지 않은 드라마 리뷰였다. 오랜만에 예전에 즐겨보던 드라마를 보니 옛날 싱글이던 시절 생각도 나고 아주 재밌게 봤다. 요즘 나오는 일드는 왜 이런 게 잘 없는지 모르겠다. 보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지금 그나마 재미있게 보고 있는 건 일드도 아니고 SBS 드라마 재벌형사인데, 재미있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 스타일은 아니라서 조금 아쉽다. 드라마 주인공 아야세 하루카를 보며 나의 또다른 최애 드라마 <호타루의 빛>을 보고 싶어졌다. 다음에는 호타루 리뷰를 써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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