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기는 영화를 보고 만족한 후기가 아닌, 다소 실망한 내용의 후기이다. 내가 평론가도 아니고 개뿔 아무 것도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보는 인기 영화에 대해 이런 후기를 적을 자격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여지는 분들 중에는 내가 그랬듯 솔직후기를 찾아 보고 미리 참조하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 듯하여, 내 돈 내고 본 솔직 후기를 올려 본다. 안 좋은 후기를 적었다고 너무 안 좋게 보시지 않으시길 부탁 드린다. 그리고 아래 후기에 스포 엄청 많다.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영화 <파묘>를 보고 왔다. <서울의 봄> 이후로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 남편과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 둘 다 극장에서 보고 만족하는 영화는 그냥 심플하게 스토리가 가볍고 작품성은 떨어지더라도 결말이 산뜻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아주 예전에 봤던 <극한직업>, <공조2> 뭐 이런 영화들 말이다. 그런 영화가 아닌 좀 어둡거나 진지하거나 복잡한 영화는 아무리 작품성이 좋고 배우 연기가 훌륭하다라도 보고 나서 기분이 다운되는 면이 있어서 남편과 나 둘 다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선다. 저번 서울의 봄도 그렇고 이번 파묘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남편과 내가 육아에 찌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극장에 가다보니 가벼운 영화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파묘는 사실 우리 부부가 굳이 극장에서 볼 생각은 없었던 영화였다. 이제 35개월인 아기가 있어서 극장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관객수와 흥행이 심상치 않고, 또 내 친구가 파묘가 너무 재밌었다고 꼭 보라고 카톡이 와서 그 후기를 믿고 아기를 친정에 맡기기까지 하고 영화 관람을 한 것인데, 영화 관람 후 친구와 나의 영화 취향이 맞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내 친구 뿐만 아니라 나의 영화 취향 자체가 우리나라 대중들의 취향과 철저하게 어긋난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지금 추세(2024년 3월 3일 기준)로 보면 천만영화로 순위에 들어갈 가능성도 꽤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기대와 달리 그냥 그저 그랬다. 내 취향이 좀 이상하긴 하다. 현재까지 천만영화 중에 명량, 극한직업, 엔드게임, 아바타는 극장에서도 재밌게 보고 티비에서 해줄 때마다 보고 또 보는 반면, <도둑들>은 '이게 왜 천만이지?' 하면서 재미없게 봤던 기억이 난다. <국제시장>과 <겨울왕국2>는 천만영화임에도 아직까지도 아예 보지도 않았다.
한창 인기있는 영화인 파묘가 난 왜 재미없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한 첫번째 이유는 이야기의 개연성이 조금은 빈약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야기 초반은 조상의 무덤이 아주 흉하고 불길한 곳에 묻혀서 생기게 된 한 집안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리고 중반 이후는 그 조상의 무덤 자리가 알고 봤더니 조선의 맥(허리)을 끊기 위해 일본에서 불길한 존재(정령)를 묻어둔 곳이었어서 그 존재를 제거하기 위해 무당과 풍수사, 장의사 등의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초반부의 내용과 중후반의 내용이 연결되는 그 연결고리가 약간 어색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일단 난 그렇게 느꼈다. 영화 초반부터 일본이 조선에게 어떻게 하려고 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자세히, 또 쉽게 풀어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하나로 자연스레 딱 묶이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초반 이야기와 중후반 이야기가 1화, 2화처럼 따로 나누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좀 아쉬웠다.
그 다음으로, 대충의 공포영화 오컬트 영화인 걸 알고는 갔지만 이런 스타일의 영화인지는 몰랐어서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지 않았다. 영화 초반에 조상 귀신이 나와서 자손들을 죽이는 부분이 설정은 약간 억지스러웠고, 중후반에 나오는 빌런도 실제 존재로 걸어다니고 잡아먹고 하는 게 좀 기괴했다고나 할까. 이 영화 감독이 <검은 사제들>의 감독이라고 하던데, 검은 사제들은 내가 천주교 신자라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해해서인지 참 재밌게 봤다. 검은사제들에서는 마귀가 실제로 보이는 형태로 따로 나타나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일반 사람들 몸속에 들어간 상태에서 거대한 악의 기운으로 뭔가를 했었는데 보이지 않는 그 상태가 오히려 훨씬 무서웠다. 반면 파묘에 나오는 조상귀신은 보면서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약간 생각났고, 중후반에 나오는 일본귀신(정령)은 <나이트매어>에 나오는 '프레디'처럼 보였다(프레디 이야기하면 너무 옛날 사람 같긴 하지만, 딱 그게 떠올랐어서 이야기 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 영화를 보기 전 가졌던 기대에 대비해 의외였던 부분이라 재미가 없었다고나 할까. 물론 무섭기는 했다. 재미없다는 게 안 무섭다는 뜻은 아니다. 중간에 귀막고 눈감고 본 부분도 있다. 무서울까봐.. 그래서 좀 재미없다고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무당으로 나오는 김고은이나 이도현의 능력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김을 좀 새게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가 아이언맨(이라기보다는 토니 스타크)인데,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아이언맨을 탄생시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고,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과 말투를 가진데다가, 돈도 무한정으로 많은데 똑똑하기까지 하니, 보는 사람들마다 감탄하게끔 하는 능력자여서 좋아했다. 영화를 보면서 그 모든 능력이 팡팡 터지면서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것에 쾌감을 느꼈던 것이다. 천만영화로 하나 더 예를 들자면 명량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 적은 배를 가지고 왜구들을 무찌르고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거기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도 악귀가 막강하긴 했지만 성 프란치스코의 종소리에 악귀가 힘이 약해진다던가, 신부님의 기도와 구마의식에 악귀가 제어되는 것 같은 모습들은 저 사람들이 보통 신부님이 아니구나 하는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느낌의 어떤 통쾌함을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기대하게 되었는데, 막상 이 영화의 무당 두 명은 그렇게까지 귀신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현실적인 것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이런 전개가 당연한 것이긴 한데, 영화에 나오는 귀신이나 정령이 비현실적인만큼 그것을 압도하는 비현실적 능력 같은 걸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어서 악의 무리들이 좀 쪼는 모습도 보여주고 제압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런 게 영화에 없어서 보는 재미가 좀 덜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느낀 아쉬움을 길게 적어보긴 했는데 그랬거나 말거나 영화의 흥행은 무척 잘 되고 있다. 개봉한지 열흘 좀 지났는데 벌써 6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소재 자체가 신선하고, 또 영화의 몰입감 자체는 엄청났으며, 주연 배우들의 본연의 매력이 영화 속에 잘 표현되어 있었던 점은 좋았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재미있는 요소가 있으니 이렇게 많이들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상 나의 올해 첫 극장 영화, 파묘의 개인적인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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