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의 정답은 나도 모른다. 정답이 있는 거긴 한가? 나는 24개월 된 우리 아기를 지금껏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으로 키우는 중인데 둘이서 하루 종일 할 게 많지 않기 때문에 돌 이전부터 책을 보여 주곤 했다. 직접 산 건 많지 않다. 시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계신데 엄마들이 버려 놓은 책 중에 멀쩡한 것을 가져오셔서 보여준 것이 그 시작이다. 그리고 그 첫 책이 바로 아이챌린지 호비 1~2단계 시리즈였다.
처음에 책을 준 건 8개월쯤 됐을 때였나? 그 땐 애가 책을 넘겨보지도 않고 그냥 펼쳐놓고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본인이 알아서 책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게 내가 막 가르쳐 줄 때는 잘 안 하다가도 책에서 나오는 걸 보고 따라서 인사도 하고, 메롱도 하고, 손도 따라서 씻고 했다. 낯선 뭔가를 할 때도 '호비가 책에서 하는 거 봤지?' 하면 책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수긍하는 것 같았다. 책이 부모보다 나을 때도 있구나 , 책이 뭘 많이 가르쳐 주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 이 호비 1-2단계 책들이었다. 신기한 게 너무나 새 것 같은 책이 버려져 있어서 우리 시아버님이 주워 오신 거였는데 어떻게 책을 이렇게 깨끗하게 봤나 싶다. 책을 버린 사람의 아기는 재미없어 했나? 우리 아기 손에 들어온 호비는 너덜너덜해졌다.
호비 1-2단계를 너무 좋아해서 당근마켓을 통해 3-4단계 책도 3만원대에 구했다. 역시 너무나 새 책이었다. 그 집 애도 호비를 안 좋아했나 하고 우리 아기에게 줘봤는데 내용이 확 어려워져서인지 21개월 때쯤 3-4단계 책을 주니 잘 보지 않았다. 그러다 두 돌 되어가는 요즘은 좀 더 흥미를 가지고 보는 듯 하여 신기했다. 아이챌린지 호비 책에는 호비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짧은 단편 책도 많이 있는데 지금 우리 아이는 호비보다 그걸 더 재밌게 본다.
너무 호비만 봐서 첫 돌 조금 지났을 때 '야물야물 그림책' 전집을 사주었다. 여러 블로그 후기에 보니 애들이 너무 재밌게 봤다고도 하고, 전집 치고는 10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라 새 책으로 사서 줘봤다. 호비를 워낙 재밌어 하길래 책을 좋아하는 줄 알고 반응을 기대하며 줘봤는데 잠깐 보더니 안 보는 것 아닌가! 그래서 좀 실망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그래도 야물야물 책들 중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책들이 생기긴 했다. 아기들 특성상 좋아하는 책은 봤던 거 또 보고 또 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본전은 뽑았던 책이었다.
그 다음에 우리 집에 들어온 책은 '돌잡이 한글, 돌잡이 수학, 돌잡이 명화' 등 돌잡이 시리즈 책이다. 이건 주워온 건 아니고 아는 집에서 얻었다. 그 집 애들은 책이 많아서 돌잡이 시리즈는 그렇게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이 책도 새 책이 들어왔다. 처음 우리 아기한테 줬더니 진짜 노관심이었다. 자리만 차지하는구나 싶었는데 몇 달 지나더니 너무 재밌어 했다. 16-17개월쯤부터 재밌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재밌어한데는 CD가 한 몫 했다. 책 내용이 그대로 담긴 CD였는데 약간 랩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그걸 계속 들려주었더니 그대로 따라하곤 했고, CD와 책을 같이 듣고 보고 하면서 정말 본전 제대로 뽑게 봤다.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봤다. 돌잡이 수학 책은 처음엔 관심없어 하더니 나중에는 이걸 보고 숫자를 배우고 따라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책의 효과가 참 신기하고 감탄하기도 했던 면이 있다.
그러고 나서도 책이 부족해서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영유아 도서관은 그래도 말도 해도 되고 여기서 책도 읽어줘도 되어서 좋다. 책을 무작정 고르는 게 좀 어렵긴 하지만 아기에게 도서관을 익숙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듯 하고, 또 낮에 갈 데도 마땅치 않아서 자주 온다.
이 도서관에서 그 유명하다는 '추피의 생활이야기' 책도 몇 권이 있어서 빌려 보았다.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당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던 차에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 봤는데, 4권만 빌려서는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 줬을 때 첫 반응은 일단 흥미 가득이었다. 추피 얼굴에 관심 많긴 했는데 근데 이것 역시 병원 에피소드만 계속 본다. 이걸로는 알 수가 없는 게 지금껏 우리 아기 책 패턴을 보면 처음엔 그냥 그렇다가 몇 개월 시간을 두고 점점 빠져들어가는 형태였기 때문에 당근으로 들여와야할지 말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 들여온 책이 있다.
'개구쟁이 아치'라는 전집인데, 장난감 대여점에 한 권이 있어 빌려서 읽어줬더니 너무 좋아해서 당근을 통해 20권을 2만원을 주고 구했다. 역시나 거의 새 책이었다. 이 집 애는 이 책을 꽤 좋아했다던데 어쩜 이리 깨끗하게 봤을까.. 우리 아기 손에 들어가면 누더기가 되는데..ㅋ 아무튼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
책으로 아기를 키워보니 그냥 많이 사서 던져만 줘가지고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지금껏 모든 책이 그랬는데 혼자서 막 재밌어하며 시작한 책은 없고, 내가 엄청 재밌는 이야기라는 듯 읽어주고 흥미를 가질만한 그림은 특별히 손가락으로 집어주고 막 손짓 발짓 해가면서 쌩쇼를 해주고 나면 그 때부터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저 위에 호비나 돌잡이도 막 좋아하기 전에는 내가 계속 세상 재밌다는 듯 읽어주고 보여주고 했다. 책육아라고 하지만 그래도 본질은 주양육자와 아이의 책을 통한 교감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책육아를 찾아보면 고정적으로 엄마들 추천으로 나오는 인기 전집들이 정말 많다. 사실 나도 그것들 다 구해서 재밌는 책을 많이 읽게 해주고 싶다. 욕심난다. 당근마켓이라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 있어 그걸 다 구해도 돈도 그리 많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너무 막 풍족하게 하기 보다는 하나씩 천천히 해 줄 작정이다. 세종대왕도 어린 시절 같은 책을 100번 봤다고 하는데 뭐.. 지금처럼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 27개월 이후 육아 이야기는 아래 블로그에서..
https://mostj.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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