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아직 다니지 않는 우리 아기의 유일한 사회생활은 문화센터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나에게 약간의 고민을 일으켰던 트니트니 수업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우리 아기가 14개월부터 걷기 시작해서 다른 아기들보다 좀 늦게 걸었는데, 그래서 대근육 발달이 너무 걱정되어 시작한 게 신체활동으로 유명한 트니트니 수업이었다. 기대를 안고 갔던 수업에서 우리 딸은 남자 선생님을 보자마자 엉엉 울기 시작했고, 지난 가을 학기 내내 수업의 시작은 눈물이었다. 선생님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매 수업 시작마다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수업을 시작하면 출석을 부르는데 선생님이 아이 이름을 부르면 아이가 달려나가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오면 되는데 이것도 스스로 한 적이 없어서 매번 내가 안고 가서 하이파이브를 해야 했다. 그리고 트니트니를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우리 아기가 걷기 시작한지 몇 달 안 되어서 빨리 빨리 걷고 뛰는 것도 안 되고 하니깐 수업 내의 체력 활동 같은 건 잘 못 따라가는 것도 있었다. 수업 초반에 선생님이 앞구르기를 도와주시는데 선생님 손길만 닿으면 우니깐.. 다른 애들 앞구르기 세 번 할 동안 한 번도 할까말까였다. 아이가 막 좋아하는 느낌이 없으니 나도 별로 가고 싶은 의욕이 안 들었다.
다만 트니트니 수업 시작마다 하는 체조음악이 있는데 '만나서 반가워요', '스킨쉽 체조' 이 두 곡이 멜론에 올라와 있길래 들려줬는데, 이 두 곡을 참 좋아했다. 특히 '만나서 반가워요'는 오랜 기간 우리 아기 최애 댄스곡이었다. 이 노래를 알게 된 것만으로 트니트니 가을학기 수업료 본전은 뽑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깐..
그러고 겨울학기에는 문화센터 등록을 하지 않았다. 너무 추워서 유모차 끌고 다니기 힘들어서 봄부터 듣기로 하고 등록을 안 한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봄학기를 앞두고 트니트니 특강이 있어서 오랜만에 지난 가을학기 선생님 수업에 들어갔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기를 기억해 주셔서 감동..
수업 전에는 역시나 예전처럼 남자 선생님을 보고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어서 여전한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과 체조를 하자마자 애가 입이 귀에 걸쳐지는 것 아닌가? 익숙한 체조음악과 익숙한 선생님을 오랜만에 봐서 좋아하는 것 같았다. 글쎄.. 그 무서워하던 앞구르기를 하는데 웃으면서 하는 거다. 앞구르기만 세 번은 한 것 같다. 그 밖에도 선생님이 주시는 교구도 좋아하고 수업 내내 너무 즐거워하더니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안 간다고 떼를 쓰고 울기까지 했다.
수업을 마친 후, 이 수업을 좋아하는게 익숙한 선생님도 포함인지 아닌지 궁금하여 그저께는 문화센터가 아닌 근처 트니트니 지점에도 가서 다른 선생님 수업을 체험학습으로 들었다. 그런데 이 낯선 환경과 낯선 선생님도 너무 좋아하고 수업을 알차게 즐기고 왔다. 트니트니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이다. 아마도 문화센터와 같은 방식의 수업 진행과 익숙한 음악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 아기가 지난 가을보다 성장했음을 느끼고 참 기특했다. 다만 트니트니 수업이 아닌 다른 남자 선생님의 다른 프로그램 수업 특강을 들어 보니 새로운 남자 선생님의 수업은 아직은 부담스러운지 마치 트니트니 첫 수업 듣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트니트니에 완벽 적응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어 기뻤다.
'40대에 육아 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주교 유아세례 후기 (여자 세례명 고민 추천) (0) | 2023.03.24 |
---|---|
23개월 육아 가정보육 아기 장난감 고민 (0) | 2023.03.17 |
21개월 아기 어린이집 안 보내고 가정보육 중.. (0) | 2023.02.03 |
21개월 가정보육 중인 아기 언어 발달 (0) | 2023.02.01 |
19개월 아기 코로나 감염 증상 기간 후기 (0) | 2023.0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