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23개월에 접어들었고, 매번 육아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적는 건데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 외에는 계속 내가 놀아주거나 아니면 내가 집안일 할 때는 본인 혼자서 놀아야 한다. 어디서 얻어 놓은 레고 블록들을 최근에 남편이 세척해서 아이에게 주었는데, 아기가 집에 있는 피규어와 블록을 가지고 약간의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남편은 꽤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아직 아기인 줄 알았는데 벌써 이만큼 컸나 싶기도 하고, 애가 워낙 재미있게 노니깐 감동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어제 밤에 갑자기 우리 아기는 장난감도 책도 너무 없는 것 같다며.. 예전에 자기 조카는 우리 아기만할 때 집에 장난감이 엄청 많아서 심심할 틈 없이 혼자도 잘 놀았는데, 우리 아기는 한정된 소량의 장난감과 책으로 너무 재미없게 노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아기 키우기 전에는 애 엄마들의 장난감 욕심, 전집 욕심을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아주 이해가 가고, 또 욕심이 난다. 사실 남편과 위의 대화 이후 오늘 당근마켓으로 <즐거운 뽀로로 하우스>를 사주었는데, 우리 아이가 너무 너무 좋아했다. 구성에 있는 뽀로로 피규어를 잘 때까지 손에 꼭 쥐고 잘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애가 좋아하는 걸 보니 당근으로 좋은 가격에 찾은 것 자체도 뿌듯하고 잘 갖고 노는 것을 보는 것 또한 뿌듯했다. 그래서 비슷한 피규어를 또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인터넷을 막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갑자기 예전에 한 번 봤던 유튜버의 영상 내용이 떠올라서 다시 찾아 보고 나름 정리를 해보았다.
바로 이 유튜브 영상이다. 요점을 살짝 요약해 보자면, 아이의 놀이 중심은 '활동'이 되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활동=장난감 갖고 놀기'가 되었다고.. 아이가 너무 많은 장난감을 갖게 되면 너무 많은 (장난감) 선택을 하게 되고 이는 아이에게 정신분열과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온갖 선물과 그로 인한 기쁨을 누리게 되면 적극성은 물론이고 사는 게 재미없다고까지! 느끼게 된다고 한다. 장난감이 많을수록 아이는 더 많이 가지는 게 더 당연하게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다시 보고 나니 아이 장난감에 대한 욕망이 살짝 수그러들긴 했다. 그리고 우리 아기가 너무 장난감이 없는 건 아닌가 하며 들었던 짠한 내 마음에도 살짝 위안이 되었다. 다만 장난감이 많고 적은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아이 정도면 많은 걸까 적은 걸까.. 또 그렇다면 3주마다 장난감 대여점에서 장난감을 돌려가며 빌려서 아이에게 주고 있는데(그렇게 재밌게 갖고 놀진 않지만..) 이건 또 괜찮은 걸까? 그리고 장난감이 그렇다면 책은 또 어떤 걸까? 역시 도서관 등에서 매달 빌려서 바꿔주는데 이건 책이니깐 괜찮은 거겠지? 많은 것들이 더 궁금해졌다.
결론을 명확히 내리지는 못했는데, 다만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아이가 행복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막 사다 나르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영상 덕분에 쓸데없는 욕심을 좀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우리 애가 어린이집을 안 가서 다른 애들보다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들긴 하는데 그 때마다 장난감으로 뭔가 덮어보려고 했던 것도 있긴 했었다. 장난감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것보다는 그야말로 '활동'에 좀 더 집중하는 육아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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