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어딜 가면 아기가 21개월인데 어린이집을 왜 안 보내냐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다행히 육아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이 맞아서 만 3세까지는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 아닌 가정보육을 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 유튜브의 어떤 소아과 의사 말대로, 유튜브의 어떤 산부인과 의사 말대로, 그 놈의 '만 36개월', 그 놈의 '애착'을 남편과 나는 내려놓지 못하고 우리 아기를 가정보육으로 키우는 중인 상태이다. 남편은 초등학생 조카가 2명이 있는데 둘 다 24개월 이전에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보고 우리 아기도 어린이집을 일찍부터 보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그렇다고 남편이 퇴근 후 육아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 나가서 밤 8시쯤이 되어야 귀가를 하고, 토요일에도 오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것은 오롯이 내 담당이다. 그래도 남편도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 자영업자 특성상 본인이 시간을 분배하는 것은 가능하므로 일주일에 한 번 평일에는 본인이 낮에 귀가하여 아기를 데리고 문화센터를 가거나, 키즈카페를 가거나, 그 외 놀만한 장소에 데리고 간다. 물론, 나도 동반이다...키즈카페 가도 내가 거의 놀아주어서 힘들긴 하다. 남편은 태생이 육아에 타고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래도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그게 어디냐 하며 만족하려 한다.
열성적이고 열정적인 엄마들처럼 특별한 뭔가를 하며 21개월을 지내오진 않았다. 집에 아이 책도 많지도 않아서, 거의 매일 보던 책만 본다. 집에 지금 있는 책은 '호비 전집' 1단계 2단계(이것도 어디서 얻어 온거라서 풀세트는 아님), '돌잡이 한글, 돌잡이 수학', '야물야물 그림책'이 전부다. 이 중에서 우리 돈 주고 산 건 야물야물인데 3개 전집 시리즈 중에 아기가 제일 안 좋아한다... 호비와 돌잡이 시리즈는 얻어온 책임에도 정말 본전 뽑도록 마르고 닳도록 아기가 좋아하며 보았고, 이 책을 통해 배운 것들도 정말 많다. 예전에 이런 비싼 전집들을 누가 사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종류별로 다 갖고 싶다. 왜 사는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몰라도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기는 책을 정말 좋아하고 잘 봤다. 책을 보면서 혼자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을 따라하기도 하고, 책을 통해 감정 표현도 배우고, 인사하는 법, 손 씻는 법 등 다양한 것을 배웠다. 책 육아라고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 내 지인 표현대로 책은 정말 아기들의 발전을 위한 종합예술과 같다고 나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책을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문화센터도 일주일에 두 번씩 나갔다. 문화센터는 14개월때쯤부터 다니기 시작했고, 이번 겨울은 추워서 중단했다가 엊그저께부터 다시 나가고 있다. 초반에는 촉감놀이 위주의 수업을 듣다가 '글렌도만' 수업과 '트니트니' 수업으로 최종 정착해서 몇 개월간 꾸준히 들었다. 트니트니는 남자 선생님을 무서워해서 수업의 효과를 막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트니트니 수업 음악을 엄청 오랜 기간 좋아했어서 그 곡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글렌도만의 경우에는 우리 아기는 적응을 아주 잘했다. 다만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근래에 와서는 가만히 앉아서 듣는 걸 좀 힘들어하긴 한다. 자꾸 몸을 움직이고 싶어하며 책상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하지만, 수업 자체는 너무 흥미있어 하고 선생님도 엄청 좋아한다. 글렌도만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음악과 음악에 맞는 동작 등도 혼자서 집에서 아기 볼 때 유용하게 잘 써먹었다.
그 밖의 시간에는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그림도 그리고, 또 뽀로로 도장 같은 걸 많이 사서 도장찍기 놀이도 했다. 이런 것들을 한 번 시작하면 그래도 한동안은 그것만 계속 반복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을 좀 떼울 수 있다. 그리고 장난감 대여점에 등록하여 3주에 한 번 정도 장난감을 교체하여 빌려오면서 놀아주고, 소꿉놀이 장난감도 많이 얻어 놓아서 한동안은 그것도 열심히 했다. 스티커 같은 거 사서 몸에 붙여주거나 하면 그걸 붙였다 떼었다 하고 벽에 붙이기도 하면서 놀고, 그 외의 시간에는 과일도 깎아 주고, 또 어린이 체조 같은 것도 가르쳐 주고.. 뭐 그렇게 지난 21개월을 보냈다.
요즘은 키즈카페 투어도 하고, 구립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 내의 영유아들을 위한 열람실에도 종종 간다. 또래 친구가 없는 우리 아기는 그런 곳에서 만난 또래들, 정확히는 자기보다 두 세살 정도 많은 언니 오빠들을 보면 요즘 한참 반가워한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는 모르는 남자 아기가 자기 엄마랑 책 읽고 있는데 거기 가서 '오빠', '같이'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곤란하게 했다. 집에 와서 '언니, 오빠 보고 싶어?' 물어봤더니 보고 싶다고 대답하며 그 후로도 '오빠 언니 보고 싶어' 이런 말을 하루에 한 번씩 한다. 유튜브 같은데서 전문가 말로는 36개월까지는 또래와 교류하는 사회성 같은 것은 아직 없다고 하는 걸 본 것 같은데, 내가 키우면서 보니깐 자기 또래보다 한 두살 많은 언니 오빠들에게는 너무 관심이 많고 같이 뭔가 하고 싶어하는 걸로 보인다. 다만, 진짜 자기랑 동갑인 또래나 더 어린 아기들에게는 정말로 아직까지는 관심이 없는 걸로 보이긴 한다.
지난 21개월간 가정보육을 하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아기에게 이렇게 한 게 과연 큰 도움이 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건지, 나의 육아가 우리 아기의 발달을 잘 돕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고민이 많았다... 언니 오빠들을 찾는 걸 보면 어린이집을 보내볼까 싶기도 하다가도, 좀 더 말이 제대로 될 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두 명 세 명 잘 키우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서 한 명 키우는데도 머리가 몹시 복잡하고 생각이 많다. 그나마 요즘 노래도 따라하려 하고, 말도 점점 늘어가는 아기를 보면서 내가 아주 못하진 않나보다 생각하며 조금 안심이 되는 상태이다. 아무쪼록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이기를 바라며..
+) 27개월 이후 가정보육 후기는 아래 블로그에 쓰고 있어요.
감사하는 삶의 BLOG
mostj.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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