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23개월이 된 우리 아기가 유아세례를 받았다. 나는 완전 무늬만 천주교 신자이긴 한데, 그래도 모태 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신앙 고육을 받아왔고 우리 아기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기가 어릴 때는 아기를 안고 같이 기도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애가 크면서 정신이 없어져서 기도가 소홀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예전 기도 덕분인지 이번 유아세례 때 울지도 않고 아주 얌전히 있으면서 기도도 따라하고(?), 아무튼 아주 기특하게 잘해 주었다.
유아세례를 앞두고 세례명을 짓느라 정말 고심이 깊었다. 원래 세례명은 태어난 달의 성인 중에서 골라 세례명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아기가 태어난 달에 마음에 드는 세례명이 없었다. 이런 경우 평소 본받고 싶은 삶을 산 성인을 택해도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 경험으로는 나는 예쁜 세례명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기 때문에 우선은 예쁜 세례명을 찾고 싶었다.
극도의 고민 끝에 우리 아기 세례명은 이렇게 지었다.
세례명 플로라는 성당 친구였던 후배가 지어 준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 추천이 아니었어도 나는 이 이름으로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톨릭 세례명 성인 리스트의 이름을 정말 모두 다 샅샅이 뒤졌는데 (성인 말고 천사들 이름까지 모두 다) 플로라라는 세례명이 내 기준으로는 우리에게 제일 적당한 걸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자 아기 세례명 추천
(로즈마리, 릴리안, 노엘라)
이번에 세례명을 알아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한 이름은 몇 개 있었는데 여자 세례명으로 참고하시라고 추천해 본다. 우선 '로즈마리'라는 세례명도 참 예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번에 우리 아기의 대모가 되어 준 사촌동생의 아기의 세례명이 로즈마리라서 따라할 수가 없기 때문에 패스했다. 로즈마리는 성모님의 애칭이다. 그 다음에 또 마음에 들었던 건 '릴리안'이라는 세례명이다. 백합의 뜻도 담겨 있고 역시 성모님의 애칭이며, 외국 작명 사이트 같은데서 보니 여자 아기 이름 인기 순위로도 꽤 높았다. 그러나 우리 아기 이름과 붙여서 불러봤을 때 릴리안이라는 발음이 좀 어렵고 또 백합꽃이 내가 그렇게 막 좋진 않아서 패스했다. 마지막으로 후보였던 세례명은 '노엘라(로엘라)'이다. 남성 세례명 '노엘'의 여성형 세례명이다. 이거는 우리 아기 이모인 내 동생이 반응이 안 좋아서 패스했다.
이러한 사연들로 인해 최종 결정된 세례명으로 플로라가 된 것이다. 검색해 보니 '플로라'라는 이름은 미국 영국 쪽에서는 호불호가 아주 심하게 갈렸다. 왜냐하면 이 이름이 의학용어로는 세포나 박테리아 같은 것을 가르키는 용어라서 그 쪽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꽃과 같은 예쁜 느낌보다는 그냥 세포 덩어리 같이 느껴진다고 말한 외국인 댓글도 있었고, 또 이 이름 자체가 옛날 할머니 시대에 유행하던 이름이어서 영어권 사람들 중에는 촌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 외국 마가린 브랜드 중에 'flora'라는 마가린이 있어서 초등학생들끼리 '쉽게 펴지는 (마가린)'이라고 놀리는 걸 본 사람도 있었다.
이런 걸 보고 나니 플로라 말고 다른 걸로 할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다른 이름들을 찾아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 먹고 이 세례명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시 찾아보려 했다. 우선 외국 작명 사이트에서 본 건데,
위 사진에 보면 이 플로라라는 이름이 나름대로 2023년 top50 안에 들어있는 나라도 있다. 그래서 여기서 긍정적인 면을 보려 했다.
또, 플로라로 검색하다가 이런 것도 봤다.
책이 원작이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촌스럽게 여겨지는 이름을 주인공 이름과 책 제목으로 했겠냐며 나름대로 긍정회로를 돌려 보았다. 물론 삼순이도 드라마 주인공 이름이긴 했는데.. 설마 삼순이 같은 느낌인 걸까..
그리고 또 하나 나름 긍정적인 글을 또 보았다.
https://designmom.com/flora-junes-name-change/
위 블로그 여자아이도 이름이 플로라인데, 프랑스로 이사하고 나서 플로라 이름을 잘 쓰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발음은 프랑스어 발음이라 '플로하' 비슷하게 들리긴 하는데 플로하도 이쁘다. 나중에 우리 아기가 영어로 이름이 필요하고 플로라가 정 싫으면 플로하로 하라고 말해 줄 작정이다. 내가 이렇게 세례명으로 생쑈를 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아이 영문 이름이 될 수도 있을까 해서 그랬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 긍정적인 측면은 외국에서야 어찌 생각하건 간에 우리 아기의 세례명을 가장 많이 부르고 듣는 것은 한국 사람과 한국 성당일 확률이 높으니깐 한국인들이 듣기에 괜찮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나서 플로라로 마침내 결정했다.
플로라 성인이 같은 이름으로 여러 분 계셨는데 나는 성녀 블라타(Blath, Flora로도 불림) 이 분의 축일을 우리 아기의 세례명 축일로 정했다.
웬만한 가톨릭 성인은 다 삶에 고난이 많으시고 힘들게 지내셨는데, 부모의 마음으로는 그 중에서 그나마 평탄한 분의 삶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 위의 성인은 그리 유명하진 않은 분으로 보이나 그나마 덜 시련있는 삶을 사셨던 것 같다.
https://www.saintsfeastfamily.com/copy-of-st-blath-jan-29-1
위의 해외사이트에서는 이 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다. 평범한 삶도 사랑과 봉사로 특별하게 만든다는, 그저 이름만 보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우연히 정했는데 너무 아름다운 삶의 성인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긴 과정을 거쳐 마침내 유아세례를 무사히 받았다. 우리 아이가 주님의 보살핌 안에서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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