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이상 아기 25개월 가정보육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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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육아 시작

두 돌 이상 아기 25개월 가정보육 후기

by 나겸♡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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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출산한 후 지금까지 25개월의 기간 동안 가정보육으로 키우고 있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문화센터 수업을 듣고 있고, 그 외의 시간은 집에서 책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밖으로 외출을 한다. 가정보육을 하시는 분들은 많이들 느낄텐데 '내가 지금 이게 잘한 선택인가?'하는 고민을 매번 하게 되고, 또 안 그래도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왜 아직 어린이집 안 보내?'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했던 선택임에도 구구절절 설명하기가 왠지 쉽지 않아서 이래 저래 우물쭈물하게 된다.

 

어린이집을 안 보내기로 선택한 이유

어린이집을 안 보내기로 선택한 이유는 사실 뭐 큰 게 없다. 그냥 막연하게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본인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컸을 때 어린이집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임신하기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서야 이런 저런 육아 강의나 육아 관련 유튜브를 보면서 36개월까지는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해서 부모가 데리고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는데, 이미 결심한 이후에 그런 것들을 알게 된 터라 그것이 내 선택에 따로 영향을 주진 않았다. 그저 내 선택이 그렇게 이상한 선택은 아니구나 라는 위안을 가지게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양가 할머니들도 같은 생각이셔서 내 선택을 아무런 문제 없이 존중받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내 친구 중에 본인 집을 개조하여 가정 어린이집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듣던 이야기가 일정 기간까지 아이들은 엄마가 돌보는 것이 좋고, 어린이집 아이들이 서로 선생님에게 안아달라고 하는데 손이 모자라서 한 명 한 명 만족할만큼 충분히 안아주지 못해서 애들이 그런 부분에 결핍이 있어 보인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내 선택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했던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한 건 거의 십몇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요즘 육아 동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또 그 친구의 이야기 역시 내 선택 자체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내 선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어린이집 관련 여러 뉴스였다.)
 
그런데, 보통 주변에서 왜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아기와 비슷한 연령대의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인데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맞벌이라서 보내는 경우도 있고,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너무 힘들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그런 사람들이 왜 어린이집을 안 보내냐고 물어보는데 거기다 대고 위의 이야기를 하면, 나름의 사정으로 어린이집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괜히 나름의 방식으로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만 상하게 할 것 같아서 어린이집을 안 보내고 가정보육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을 못하고 괜히 우물쭈물하게 하게 된다. 
 
 

어린이집 대신 문화센터로

비록 어린이집은 다니지 않지만, 대신 문화센터를 일주일에 2회 간다. 이번 여름학기부터는 일주일에 3회로 늘렸다. 음악과 촉감 관련 수업(벨라뮤직), 신체 활동 수업(트니트니), 가만히 앉아서 나름대로 공부하는 수업(글렌도만)으로 선택하여 듣고 있다. 벨라뮤직은 동화, 악기, 촉감, 신체활동 모든 것이 통합된 수업인데, 선생님이 지치실 법도 한데 너무 너무 열정적으로 수업해 주시고 우리 아기도 예뻐해 주셔서 아이도 너무 너무 좋아하기에 100프로 만족하는 수업이다. 트니트니는 17개월쯤 들었을 때는 남자선생님이 무서워서 매 수업 시작마다 엉엉 울고 하더니 22개월이 넘어가서 다시 들었더니 너무 수업도 좋아하고 적응을 잘하고 선생님도 20대 중반쯤으로 어려 보이는데도 아기를 이뻐해 주어서 만족하고 있다. 글렌도만의 경우에는 40분 내내 엄마 무릎에 앉아서 선생님이 쉴 새 없이 하시는 강의를 듣고 교구 활동도 하는 수업인데, 활동적이지 않아 오히려 집중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수업이다. 다만, 이 수업의 경우에는 선생님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데, 지난 가을 학기 선생님은 너무 좋았으나 그 후에 선생님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수업시간에 지친 기색이 보이고 웃지 않는 선생님이 오시는 바람에 센터를 좀 먼 곳으로 옮겨서 등록하였다. 문화센터 다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모든 강의가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센터 수업 역시 선생님에 따라 그 수업이 좋고 나쁘고가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는 단점은 있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그동안 선생님은 대부분 괜찮게 만난 것 같다. 두 명 정도 별로인 선생님도 있었는데 그런 수업의 경우 환불 신청을 하고 다른 수업을 다시 등록하는 식으로 했다.

(선생님과 옹기종기)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그래도 좀 보람찬 부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적응을 못해서 가만히 서서 보기만 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던 우리 아이가 한 계절을 쭉 듣고 나면 점점 익숙해지면서 엄청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확인할 때이다. 선생님도 너무 좋아해서 수업이 끝나면 끝까지 남아서 인사도 한 번 더 하고 칭찬 받으려고 하는 모습도 참 귀엽다. 그래도 집에서보다는 정리하는 것도 짧게나마 문화센터 수업 중에 배우게 되고, 또 재미있게 갖고 놀던 교구도 선생님께 돌려 드려야 하는 것도 (처음에는 울고불고하다가) 점점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기특한 부분도 있다. 물론 좌절의 시간도 있다. 뭔가 엄청난 반응을 선생님께 기대하고 갔는데 선생님이 칭찬을 안해 줘서 아이가 선생님 주변을 맴돌다가 실망하면서 올 때, 그리고 다른 친구가 수업 시간에 활동 도중 밀거나 새치기를 해서 애가 치이는 걸 볼 때면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치만 이것도 살면서 겪어야 할 일이므로..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신나서 춤추는 아기)


이번 봄학기에는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친구도 나름 사귀게 되었다. 비록 한 명이긴 하지만.. 오후에 동네 산책 때마다 자주 마주치는 아이가 있었는데 반갑게도 또 같은 문화센터 수업을 듣게 되어 그 엄마와 전화번호도 주고 받고 또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도 하게 되었다. 나와 아이의 친구가 동시에 생기게 된 셈이다. 어차피 1년 반 뒤면 지금 사는 동네에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어서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사라도 주고 받는 친구가 생기니 숨통이 좀 트였다.
 

 

봄 여름이 되면서 무조건 집 밖으로

지난 겨울이 어찌 보면 가정보육 최대의 시련이었던 것 같다. 추워서 놀이터도 잘 못 가고 산책도 자주 못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이제 날씨가 좋아져서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으면 매일 오전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고 있다. 오전에 아침 먹인 후에는 웬만하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집 근처 산책로를 유모차를 태우고 가다가 걷게도 하고, 분수 구경도 시켜 주고, 스타벅스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서 같이 빵도 먹는다(나는 커피 마시고 아이는 집에서 가져간 우유를 먹인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이와 커피숍에서 앉아있는 시간도 굉장히 힐링이 되는 것 같다.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자주 갈 수는 없는데 그래서 더 이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스타벅스에서도 친구를 만들었다. 오전 시간에 우리 아이 또래의 아기와 엄마를 몇 번 마주친 후에 대화를 하다 보니 같은 가정보육을 하는 28개월 아기 엄마라서 자연스레 연락처를 주고 받게 되었다.

커피숍 외에도 근처 구립도서관에 가서 아기 책도 빌려본다. 지난 주에는 아무 생각없이 도서관에 갔다가 도서관 주최 행사에 얻어 걸려서 아기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도서관 앞 동네 축제)


애가 잘 걷고 말도 잘 하게 되면서 같이 데리고 다니는 재미가 생겼다. 스타벅스나 도서관에서 같이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니! 감개무량한 일이다. 지치지 않고 내년까지 최선을 다 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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