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어린이집 안 보내는 이유,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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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육아 시작

각자 다른 어린이집 안 보내는 이유,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

by 나겸♡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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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어느덧 두 돌이 지났고, 나는 현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 중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도 지나서 여름에 돌입한 시기라서, 미세먼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아기를 데리고 밖에 나가기 아주 좋은 계절이다. 아이가 오전에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낮잠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그러면 늦게 일어나게 되고, 그러면 밤에 또 늦게 자게 되고, 늦게 자게 되면 잠들었을 때 분비된다는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키가 안 클 수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전에 데리고 여기저기 동네 산책이라도 해야 아기를 적절한 시간에 재울 수 있고 모든 스케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한겨울만 아니면 늘 산책을 하든 뭘하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작년쯤 우리 집 근처에 롯데시네마가 생기면서 그 근방에 분수도 생기고 자그마한 공원도 생기고 깔끔하게 볼거리가 많아 아기를 그쪽으로 많이 데려가고 있다. 보통은 그냥 산책을 하다가 작년에 17개월 무렵 유모차에 태운 채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아기는 아기우유 먹이면서 나는 커피를 마셨는데, 처음으로 아이와 커피숍에서 함께 티타임을 가져보니 그 짧은 시간이 엄청난 힐링이 되는 것이 놀라워서 그 뒤로는 간간히 스타벅스에 와서 아이와 커피타임을 가지고는 한다.
 

 
그렇게 간간히 스타벅스를 가던 어느 날,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일인데, 오전에 우리 아기와 스타벅스 안에 앉아서 같이 빵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우리 아기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아기가 엄마와 함께 와서 자리에 앉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있다가 생각해 보니 '지금은 오전 시간인데 저 아이가 저렇게 엄마와 여기 왔다는 것은 저 아이도 어린이집을 안 간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막 혼자 내적 친밀감이 엄청 드는 것 아닌가! 그런데 또 막 아는 척하고 어쩌고 하면 괜히 나이 많은 엄마가 젊은 엄마한테 친한 척 오지랖 떠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서 꾹 참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아기가 몇 개월이냐고 물어보길래 자연스레 대충 5분 정도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 짧은 5분 동안 서로의 아이가 모두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다는 정보를 주고 받은 후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눈빛이 오고 갔고, 진짜 반가운 만남이었다. 내가 마침 나가야 할 타이밍이 되어 연락처를 물어볼까 말까 진짜 고민하다가 첫만남에 물어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만날 인연이면 다음에 또 만나게 되겠지, 그 땐 전화번호 물어보리라 하는 마음을 먹으면서 말이다. 저쪽 아기 엄마도 내 착각이 아니라면 내게 연락처를 물어보고 싶어하는 눈빛이었다. 왜 이렇게 전화번호와 연락에 질척거리냐면.. 두 돌 지난 아기들을 가정보육하는 것이 요즘 그리 흔하지 않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육아하면서 힘든 게 꼭 나만 힘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럴 때 나와 비슷한 처지의 육아동지 한 명을 알게 된다면 아기들과 같이 만나서 놀게도 하고 여러가지로 공유할 것들이 많아서 훨씬 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만날 인연이긴 했는지, 지난 주에 스타벅스 앞에서 그 엄마와 아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전화번호도 물어봤는데 그 분도 흔쾌히 연락처를 주시면서, 날씨 좋은 날 만나서 같이 놀이터에서 놀기로 약속했다. 그러고는 이번 주에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만나 동네 놀이터 세 곳을 돌고, 스타벅스도 가고, 그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모르는 사람과 이렇게 금방 연락처를 주고 받고 같이 차도 마시고 놀게 되는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긴 한데,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지 않고 우리 둘 다 온전히 엄마 혼자 하루 종일 아기를 보다 보니 아이에게 또래 친구를 만나게 해 줄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만남보다 거리낌 없이 다가서고 연락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 같다.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각자의 이유

애들이랑 뙤약볕에서 한참 놀고 난 후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도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지 않고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은 왜 안 보내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엄마는 나처럼 골치 아픈 걱정이나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아이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데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하루 종일 아이를 보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긴 하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이가 너무 이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나는 그런 이유로 어린이집에 안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와서 참 자주 느끼는 게 두 돌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재밌어졌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할 줄 아는 말이 엄청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서로 대화도 통하게 되고, 또 이 맘 때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하니깐 평생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할만한 예쁜 모습들을 매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고 또 재미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며칠 지나고 한 달 지나면 그 모습들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다행히 요즘은 폰으로 많은 걸 담을 수 있어서 영상과 사진으로 많이 간직해 두었다. 이 역시 내가 아이 옆에 하루 종일 붙어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 엄마와 이야기 하면서 나와 이유는 다르지만 내가 어린이집에 안 보내는 이유를 하나 더 찾은 것 같아서 뭔가 보람찬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의 사회성이 36개월 이전에는 그렇게 발달하지 않는다고들 하던데 그래서인지 또래 둘이 붙여 놓아도 손잡고 뛰어다니거나 주고 받고 노는 그런 건 크게 없었다. 친구가 어디를 가든 상관없이 서로 각자 자기가 관심있는 쪽으로만 가서 논다. 그래도 아주 소용없는 것 같진 않은 게, 서로 숨었다 찾는 것도 잠깐이나마 하고 과자도 서로 먹여주고 인사도 하는 등 약간의 교류는 있었다. 이래서 어린이집은 안 가도 또래를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하긴 한 모양이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육아 동지를 동네에서 만나고 나서, 우리 아기 어린이집은 일단 올해는 생각하지 않는 걸로 다시 한 번 내 스스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같이 놀 친구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내가 가정보육을 하는 것에 대한 보람을 찾았기 때문에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아이의 즐거운 하루 하루에 집중하며 올해를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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