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도서관 영유아 이용 매너(아기는 언제부터 도서관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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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육아 시작

(육아) 도서관 영유아 이용 매너(아기는 언제부터 도서관에 갈 수 있을까)

by 나겸♡ 202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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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걷지 못할 때부터 집 근처 구립 도서관 영유아실에 자주 갔다.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영유아실이라서 사운드북도 있고 촉감책도 있어서 아주 아기 때부터 이용하기에 좋았다. 그리고 두 돌이 갓 넘은 지금도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다(있었다).

그런데 오늘 영유아실에서 어떤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다른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보호자인 할머니에게 동시에 우리 아이를 좀 조용히 시켜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애가 조용히 하란다고 말을 듣는 나이가 아니었고 심지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보란듯이 더 크게 종알거리는 바람에 나는 영유아실임에도 쫓겨나듯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했다.
 

 

그 때 그 때 다른 도서관 영유아실 분위기

내가 처음 이 도서관 영유아실에 갔을 때는 일요일 오후였는데 상당히 많은 아기들과 부모들이 있었다. 대충 5세 정도 되는 아이의 부모들이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고 있어서 '아, 여기는 이런 분위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아기는 돌 아기여서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던 때라 비교적 조용히 책을 고를 수 있던 시기였는데, 옆에서 큰 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내 책을 고르는데 방해가 되긴 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그 동화를 들으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ㅋ 그렇지만 영유아실 분위기는 원래 이런 건가보다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후에 점점 애가 커 가면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더 자주 오게 되었고 올 때마다 그렇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항상 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영유아 자료실에 딱 들어갔는데 초등학생 두 세 명과 할머니 한 명 등 영유아가 아닌 사람들만 있어서 그 동안 겪었던 평소의 영유아실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얘기 좀 하러 커피숍에 딱 들어갔는데 전부 공부하는 사람들만 앉아있는 커피숍에 들어간 기분이랄까. '왜 영유아도 아니고 그 보호자도 아닌 사람들이 여기 있지?'라고 잠깐 생각하며 들어갔고 우리 아기는 한참 말 배우는 시기라 평소처럼 조잘대며 영유아 자료실로 들어갔는데, 우리 아기가 들어가자 거기 있던 전원이 째려보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당시에는 착각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째려 보는 거였다.

우리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늘 그렇듯 책을 골라서 그림을 보고 혼잣말을 하며 책을 보았다. 그렇게 책을 보게 하고 있는데 한 남자애가 오더니 '죄송한데 아기를 좀 조용히 하게 해주시겠어요?' 하고 이야기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여기는 영유아실인데?'라고 대답했는데(여기는 영유아실이고 영유아가 자유롭게 책을 보는 곳인데 왜 초등학생은 한참 되어보이는 니가 이 곳에 들어와 있으면서 나에게 그런 요청을 하느냐는 뜻으로 물어본 것이다), 그 때 다른 초등학생 여자아이 보호자 할머니도 본인 책을 보다가 '여기 다른 애들도 다 공부하니깐 조용히 시켜야지' 하고 이야기하셨다. 그 할머니는 그 전부터 내가 잠깐씩 보니깐 본인 손녀가 책 좀 찾아달라고 하는데도 방해된다는 듯 짜증내던데 우리한테도 한 소리 하고 싶으셨던 걸 참으셨던 모양이다. 근데 우리 애는 눈치도 없이 그 할머니 얘기를 듣고 평소보다 더 크게 '누구야?' 이러면서 끊임없이 얘기를 해서...(할머니가 애한테 뭐라 하지 않으신 게 그나마 다행) 별달리 대꾸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애를 데리고 나왔다.

밖에 나오니 아까 영유아실에서 봤던 그 아이가 혼자 공을 차고 놀고 있길래 '우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밖에 나온 거야?' 물어보니깐 '네'라고 대답하길래 '미안해. 이제 들어가서 책 봐도 돼. 시끄러웠는데 화 안 내고 곱게 얘기해줘서 고마워'라고 얘기했더니 '네' 하고 또 대답했다. 요새 뉴스나 인터넷 게시글을 보면 어른이고 애고 구분 안 하고 쌍욕하는 초등학생들도 많던데 그래도 예의 바르고 조심스럽게 부탁해 주었으니 그만하면 착하다고 생각했다. 몇 학년이냐고 물어봤더니 2학년이라고..

아무튼 그렇게 쫓겨나듯 나오면서 서러운 마음이 좀 들었다. 애랑 나랑 맨날 특별하게 갈 데도 없고, 도서관은 아이가 좋아하는데 마침 영유아 자료실이 있고, 그런데 평일 오전에 아무도 없을 때 데려오면 뭔가 적막강산 분위기라 우리 둘 다 왠지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또래 아이들이 많은 토요일 오전에 왔는데, 시끌벅적 우리 아기 또래가 많던 평소와는 달리 오늘따라 영유아가 하나도 없어서 이런 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생각도 하다가, 그동안 이런 걸 경험 못 해봐서 그냥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한 거라는 생각도 했다. 지난 1년간 이 도서관 영유아실에 그렇게 많이 드나들면서 여기서 아이들이 어떻게 있는지를 많이 봤는데 오늘 우리는 별로 주의 받을 수준이 아니었다(하지만 이건 내 기준이니깐 남이 봤을 땐 어쩌면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결론 :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한다.

속상한 마음에 육아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다 있는 맘카페 글을 검색을 해봤는데 아주 다양한 사례와 의견들이 있었다. 유모차를 도서관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도서관도 있었고, 도서관 직원으로부터 3세인 아기를 도서관에 데려 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엄마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 순한 사람들을 만난 편이었다..

도서관에서 소리내어 책 읽어주는 부모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일단 댓글들로만 봐서는 부모 욕을 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더 많았다. 아무리 영유아실이라도 말이다. 교양, 예의, 매너, 예절이 없다고 화를 내는 댓글들이 아주 아주 많았다. 도서관에서 구연동화 한다고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댓글도 많았다. 나도 도서관에서 구연동화급으로 책 읽어주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영유아실은 그런 게 허용되는 곳인 줄 알아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른 듯 했다.

어쨌거나 우리 아이가 스스로 조용히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앞으로 도서관을 데려가지 않아야겠다고 오늘 결론을 내렸다. 솔직히 어린이 자료실, 성인 열람실이 따로 다 있는데 굳이 영유아실에 초등학생이나 어른들이 들어와 있으면서 영유아 보고 조용히 하라고 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신발 벗고 방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어서 어린이 자료실이나 성인열람실이 아닌 영유아 자료실로 오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다니는 도서관의 경우에는 어린이 자료실 안에 영유아 자료실 방이 또 따로 있다. 그래서 아무리 영유아실 안에서만 이야기하고 떠든다 해도 밖에 어린이 자료실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영유아실 소리로 인해 본인들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 그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오늘에야 들었다.

(책 고르는 걸 좋아했던 아기..)


왜 오늘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처음 도서관 영유아 자료실에 갔을 때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아이들의 소리로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영유아 자료실이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통제 안 되는 어린 아기들도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에 그 안에서는 소리를 내고 설사 시끄럽더라도 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허용되는 곳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사실은 나만의 착각이고 아무리 영유아실이라 해도 시끄럽게 하는 건 도서관에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심지어 같은 영유아 부모조차도)도 있을 줄 몰랐다. 다른 부모가 책을 큰 소리로 읽어주고 우리 아기가 아닌 다른 아이가 시끄럽게 하더라도 '여긴 영유아실이니깐 그럴 수 있지' 하고 나 자신은 별 거부감 없이 이해했기 때문에 남들도 나처럼 받아들일 줄 알았다. 이해하는 내가 맞고 이해 못하는 남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그냥 단순히 내가 괜찮았기 때문에 남들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맘충의 마인드인가.. 뭐.. 그렇다면 오늘부터라도 내 생각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늘 같은 경우가 없으라는 법도 없는데 통제가 안 되는 아이를 꾸역꾸역 데려가서 눈치보고 싶지도 않고, 또 괜히 이상한 사람 만나서 행여나 애 앞에서 크게 얼굴 붉힐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엄한 데서 싸움나고 쌍욕하고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뉴스를 보면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 만일 뉴스에 나올 법한 사람들을 만났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앞으로는 남편과 반드시 함께 가서 애는 남편이 밖에서 보게 하고 나 혼자 책을 빌려 올 계획이다. 영유아와 부모들을 위해 영유아실은 영유아만 출입하게 해주고 시끄럽고 통제 안 되는 영유아의 성향을 존중해 주고 도서관을 이용할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도서관에 직접 요청할 정도의 적극성은 나에겐.. 없다.. 그런 주장이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맘카페 댓글 중에 보니 어떤 지역의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곳은 아예 벽에 '영유아실 취지는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책과 함께 아이들이 있을 수 있게 만든 곳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하지 말라'고 붙여 놓은 도서관도 있다고 한다!

(원래 영유아실은 이런 거 아닌가...)


정말 부러웠다. 어느 지역 도서관인지 궁금할 정도로. 하지만 그런 도서관을 아무데서나 쉽게 만날 순 없을 것이다. 이런 일로 억울한 마음이 들더라도 아이를 키울 때 공공질서를 잘 지키고 대중에게 피해를 안 주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서관은 자유롭게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보다는 조용히 책을 보는 곳이라는 걸 가르쳐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좀 더 애가 큰 뒤에 다시 도서관에 함께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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