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인 우리 아기는 이번 여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면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의 장난감을 가지고 이래저래 싸우는 일이 생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바로 뽀로로 인형으로 두 달 차이나는 동갑내기 사촌과 싸움이 난 것이다. 우리 아기에게는 뽀로로 하우스 장난감이 있고, 5~7cm에 해당하는 뽀로로와 친구들의 피규어를 모두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이들이라 정교함보다는 크기가 중요한지 사촌이 갖고 있는 뽀로로 인형을 너무나도 탐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
약간의 상황 요약을 하자면, 우리 아기가 사촌의 뽀로로와 패티, 루피, 크롱 인형을 가지고 놀고 싶어 했는데, 사촌 아기도 역시 아기인지라 자기 것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아서 우리 아기에게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고, 어른들의 중재도 소용이 없이 두 아기가 모두 엉엉 우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우리 아기가 이로 인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쌓였냐면, 이 날 하루 동안 아경증 증상이 있었고, 새벽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울기를 열 번도 넘게 반복하길래 왜 이렇게 우냐고 물어봤더니 '크롱이 갖고 싶어서..'라고 울면서 대답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만남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뽀로로 7종 세트 인형을 한꺼번에 모두 주문하였다. 원래는 한 두개 정도만 사줄까도 생각했었는데, 일단 사촌 아기가 7개 모두를 가지고 있고, 안 그래도 서러움을 한 바닥 느낀 아이에게 이런 걸로 또 소외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시원하게 7종 세트로 주문하였다.
봉제 인형의 경우, 일러스트 캐릭터와 다르게 좀 못생기게 제작되는 경우가 있어 우려가 컸는데 받아보니 다행히 일러스트와 거의 유사하게 실물을 구사하였고, 품질도 아주 좋아보였다. 받자마자 샤워기로 목욕을 시켜주고 건조기에 돌린 후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의 첫 반응은 엄청 행복한 표정이었고, 행복하냐고 물어봤더니 행복하다고 대답까지 했다.
우리 아이가 노는 걸 보면 역할 놀이도 하고 돌아가면서 인형을 안고 잘 때도 있고 해서 앞으로도 본전을 쭉 뽑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득 기억나는 것이, 나에게 13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걔가 어릴 때는 텔레토비 인형이 지금의 뽀로로급으로 유행이었다. 그 때 남동생이 8살인가 9살인가 되었을 때인데, 남동생 친구가 뽀 인형을 가지고 있어서 남동생이 그렇게 만져보게 해달라 하는데 그 친구가 절대 못 만지게 했단다.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당장 남동생을 데려가서 보라돌이 인형을 사주었는데, 남동생은 그 인형의 솜이 다 터져나올 때까지 그 인형을 꼭 안고 잤다. 우리 아기도 뽀로로 7종 세트 인형을 그렇게 솜이 터질 때까지 잘 가지고 놀길 바란다.
살짝 우려되는 부분은, 내가 저번에 블로그에도 올렸는데, 장난감을 아이에게 사줄 때 부모가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이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애가 싸우고 우는 모습에 속상해서 인형을 7개나 한꺼번에 사주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한다.
(관련글 링크)
뭐..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기 때문에.. 어쨌거나 이제라도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한 2년 동안은 될 수 있으면 장난감은 사주지 않는 것으로 다짐하고 있다.
엄마들 중에는 아기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내키지 않아도 이런 저런 만남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을 두 돌이 한참 지난 아직도 다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또래 친구에 대한 간절함과 아쉬움을 엄마인 나는 더 크게 가지고 있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만남을 만들어 줄 때 미리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만나야 엄마들끼리 마음의 상처를 덜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미리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애들끼리 다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막상 본인 아기 이야기가 되면 다르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내가 겪은 자세한 후기를 올렸으니 참고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관련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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