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33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지금까지는 가정보육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어린이집에 다니게 될 예정이다. 1월도 어느덧 반이 지나갔고, 1개월 반 정도가 지나면 우리 아기도 봄이 시작되는 3월, 드디어 어린이집에 입소하게 되는 것이다. 마침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지금 현재는 추운 겨울철이다 보니 날씨가 좋은 때처럼 밖에 다니기가 쉽지 않아서 문화센터를 갈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집에서 아이와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 여러가지 근황을 모아서 정리해 본다.
어린이집 최종 결정까지의 과정들
아이와 가정보육을 하면서 순간 순간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가정보육을 적당히 할 만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매 순간을 어린이집의 키즈노트가 아닌 직접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며 보고 기억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감사했다. 아이도 나와 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대충 기억은 안 나지만 27개월에서 28개월쯤으로 접어드는 시점부터 아이가 집에서 좀 심심해하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이 때쯤부터 이제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의 기간 중에 구청에서 진행했던 영유아 교육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강사님의 말에 따르면, 강사님 본인 자식들도 5세까지 아무 기관도 보내지 않았고 집에서 심심해하면 심심해 하는대로 두면서 가정보육을 하셨다고 한다. 아이들이 심심해하면서 뭐하고 놀까 생각하는 그 과정까지도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며, 그만큼 일정한 개월 수까지는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얻을만한 환경이라면 가정보육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유아 교육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깐 그 말을 듣고 가정보육을 하는 내 스스로에 자부심이 생겼고, 심심해 하는 아이를 보더라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심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죄책감이 좀 덜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하고 근처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시작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 중에 좀 표독스러운 아이들을 만났을 때 치이는 부분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린 아이에게 표독스럽다는 표현을 할 수 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나는 저렇게 아직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토록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못되게 말하고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이들을 키즈카페 같은 곳에서 꽤 봤었다. 그런 아이와 만났을 때 우리 아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울기만 하는 걸 보고, 내가 너무 우리 아이를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진작 어린이집을 다녔다면, 다른 아이들과 경쟁도 하고 뺏고 빼앗기고 하면서 좀 더 강하게 컸을텐데 내가 너무 끼고 있어서 여리게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 말이다. 물론 이런 삭막한 것만이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한 이유는 아니다. 아이가 또래 친구들에게 슬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키즈카페나 대형마트의 놀이터 같은 곳에서 또래 친구들이 놀고 있으면 빤히 쳐다본다던가, 혹은 어떻게든 끼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끼어서 놀지는 잘 몰라서 어리버리하게 있다던가 하는 모습 또한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고 확고히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전문가들도 가정보육 기간을 만 36개월까지로 정하고 있고, 우리 아이는 신학기 시작할 때가 되면 딱 36개월 가까이가 되기 때문에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하고 어린이집 서치에 나섰다. 근처 몇 군데 어린이집을 검토한 후 최종으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후보로 있었던 어린이집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었고, 최종 선택한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만족스러운 어린이집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한 곳으로 결정해야만 했다.
우리 부부의 어린이집 선택 기준(규모, 교사 근속연수, 원장선생님의 운영 철학, 집과의 거리 등)
지금의 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된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여러가지를 고려했지만, 우선은 규모가 좀 있는 곳으로 선택을 했다. 다른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4세쯤 되면 아이들이 좀 더 놀이 동선이 커지고 활동반경도 넓은데 규모가 큰 넓은 곳에서 놀아야 아이들끼리 부딪히는 일도 적고, 에너지 해소도 제대로 된다는 했다. 그래서 규모가 큰 곳인지도 검토했고, 교사의 근속연수도 참고를 많이했다. 지금 선택한 어린이집은 신입교사, 오래된 교사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원장선생님은 30년 넘게 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계셨다.
원장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상상했던, 아이들만 보면 귀여워서 눈에 하트가 생기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셨다. 다만, 본인의 어린이집 운영 커리어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어보였고, 잘은 모르지만 내가 봤을 때는 자신의 원장 경력에 해가 될만한 일이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걸 절대 허용하고 싶지 않은 완벽주의자 스타일로 보였다. 즉, 본인의 커리어에 흠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린이집 운영과 교사 관리는 철저하게 할 스타일인 듯 해서 차라리 안심이 좀 됐다. 원장이 직접 상담하지 않는 어린이집도 있었는데 이 곳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다 상담을 해주었고, 학부모에게 나누어 주는 브리핑 자료와 브로셔도 제대로 정식으로 인쇄소에서 제작한 것으로 나누어 주고 브리핑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 방문한 어린이집들 중에서 위생이라든가 이런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보였고, 소독이나 공기청정기 같은 설비도 오래 된 것이 아닌 비싸고 좋은 걸로 어린이집 곳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또 상담 첫 시작으로 해주시는 말씀이, 사람인지라 애초에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지만 원장인 본인이 모든 반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문제가 될만한 교사는 정리하고 있으며(자기가 예전에 미리 알아보고 학기 초에 해고한 교사가 다른 곳에 가서 문제를 일으켜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는 일화를 들려주심) 어린이집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직접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다른 어린이집에 갔을 때는 그런 이야기를 먼저 안해 주셔서 걱정이 많은 내가 추가 질문사항이 있을 때 CCTV라든가 뭐 그런 관련 이슈들을 물어봐야했는데 그런 걸 물어보면 약간 좀 께름칙하게 대답들을 하시곤 했다. 하지만 이 곳 원장 선생님은 물어보기도 전에 첫 시작을 그런 이슈로 시작해주셔서 좀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그 외에도 적응기간을 한 달 정도로 길게 주는 것도 좋았고, 내가 아직 어린이집을 하루 중 길게 보내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오전에 보내고 점심만 먹고 낮잠은 안 재워도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아주 쿨하게 괜찮다고 해주셔서 그것도 참 좋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100% 확 '이 곳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시설도 그만하면 괜찮고, 집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데려다 주고 데려다 오기도 그렇게 멀지가 않아서 고민 끝에 최종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집 입소를 한 달 앞두고 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
가정보육을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24시간 온화하게 대하진 않는다. 키워보시면 다들 아시겠지만 애랑 있으면 애한테 소리도 지르게도 되고, 화가 날 때도 엄청 많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를 보면서 '이제 한 달 반 뒤면 나와 있는 시간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혼자 아이를 아련하게 바라볼 때가 많다. 지금까지는 우리 아이는 본인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까지 실컷 자고,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아무 때나 수시로 간식도 먹고 편하게 지냈지만, 이제 곧 일어나기 싫어도 억지로 일어나고, 밥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떠먹어야 할 것이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참고 규칙을 지키는 등 불편한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센터를 일주일에 3개를 다니는 우리 아이는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면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이제는 자기에게만 관심이 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엄마 없이 순전히 혼자서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섭섭함도 느끼면서 그렇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나의 과제는, 어린이집에 입소하기 전에, 같은 반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어떤 점을 더 보완해서 연습해 가야 할지 알아내어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다음 달 초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어린이집에서 있을 예정이라 그 때 원장님께 물어보고 우리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한 달 동안 잘 연습시키려 한다.
입소 전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아이와 보내기
물론 어린이집을 풀로 다닌다 해도 오후 3시부터는 기존처럼 나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상 지금 입소 전 이 남은 시간을 뭔가 엄청나게 더 유익하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겨울철이라 어디 막 다니지는 못하고, 일주일에 3회 문화센터를 다니고, 집에서 물감놀이를 하거나 스티커북을 하고 책도 보고, 가까운 영유아 도서관에 다니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전문가들이 말하는 두뇌발달과 같은 것이 가장 활발한 결정적 시기인 만 36개월 중 남은 기간이 2개월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 때 뭘 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솔직히 있다. 특히 영어와 관련해서도 이 기간에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요즘은 영어전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수학전집을 보는 애들도 있다던데, 어영부영 36개월까지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요즘 좀 초조하기도 하다.
얼마 전 문화센터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다른 아이 엄마가 나에게 '아직 어린이집 안 보내세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했더니 '보내 보시면 아시게 될 거예요. 너무 좋아요.'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아직 걱정이 많다고 했더니 그럴 것 없다면서 왜 진작 안 보냈을까 하는 생각도 들 거라며 신세계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인 나에게는 정말 신세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도 신세계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부디 우리 아이도 '이런 재미있고 즐거운 신세계도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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