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6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하면 좋다는 전문가들의 오래된 의견을 따라 우리 아이도 36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하고 그 후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신학기가 3월초부터 시작되고 이 때 맞춰서 보내는 것이 반 분위기와 선생님, 친구들에게 적응하기 좋을 듯 하여 우리 아기도 34개월차부터 드디어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고, 지난 주 5일 동안 매일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씩 어린이집에 있다가 집에 왔다.
적응기간 첫 날부터 교실에서 아이 혼자 있기
적응기간 첫 주였던 지난 5일간, 우리 아이는 그래도 대체적으로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첫날 한시간부터 엄마와 떨어져서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그래도 울지 않고 잘 있었던 편이었다. 정말 다행이다.
사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 나 혼자서는 이 어린이집 적응기간을 크게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보통 이 적응기간 동안 아이와 엄마가 어린이집 교실에서 함께 30분에서 한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며 어린이집에 적응을 서서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나와 우리 아이도 그런 시간을 통해 충분히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학일 며칠 전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의 통화에 따르면, 우리 아이의 경우 만2세반이고 어느 정도 애가 개월 수가 찼기 때문에 엄마와 교실에서 적응하는 시간 없이 바로 아이만 교실에 투입된다고 하셨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엄청난 충격과 걱정에 휩싸였다. 아이는 그 날 선생님 얼굴을 처음 보고, 친구들도 처음 보고, 교실도 처음인데 엄마 없이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낯설고 두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정했다고 하니 따르는 게 좋을 듯 했고, 또 검색을 해봤는데 다른 어린이집도 우리 아기 개월 수 정도인 만2세반은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하고 어린이집 가기 전 주말 내내 아이에게 충분히, 그리고 몇 번씩 설명을 하였다.
"엄마는 교실에서 같이 놀지는 않을 거야."
"교실에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놀고 있으면 1층 문앞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단순히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집에서 방안을 어린이집이라고 치고 방문 앞에서 엄마와 빠이빠이하고 선생님(이모가 대역) 손을 잡고 들어가서 방문을 닫고 있다가 나오는 연습도 계속 했다. 이러한 연습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던 것도 같다. 어린이집 입학일 등원 첫 날, 그래도 아이를 교실 안까지 데리고 가서 5분 정도는 아이와 함께 있게 허용을 해 주어서 아이와 같이 교실에 들어가서 '엄마가 말해줬지? 여기서 선생님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있으면 엄마가 조금 있다가 데리러 올거야' 하고 말을 하고 인사를 하고 나는 교실에서 나왔다. 우리 아기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설명을 들어서인지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였다. 표정이 그렇게 상쾌하진 않아도 내가 인사하고 나갈 때 울거나 떼를 쓰진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첫날인만큼 아빠가 데리러 갔는데, 우리 아이가 아주 씩씩하게 걸어나오며 '아빠, 나 잘 놀고 있었어요!' 하고 아이가 말했다. 한시간 떨어져서 처음 보는 선생님, 친구들과 처음 보는 교실에서 시간을 보낸 것에 성공한 것이다. 둘째날은 첫날보다는 좀 더 표정이 어두워보이는 느낌은 있었지만 울지 않았고, 1시간 뒤에 만났을 때 첫날보다는 다소 기가 빨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3~4일째 되는 날은 아주 활기차게 적응을 잘 했고 데리러 갔더니 더 있다가 나오겠다고 할 정도였다.
문제는 5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이 날 내가 적응기간 중 정해진 하원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5분 정도 늦어도 우리 아이는 지난 4일간 잘 있었으니깐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적응기간 중인 친구들의 엄마들이 정각에 딱 데리러 와서 'ㅇㅇ아, 엄마 오셨대. 집에 가자' 하는 선생님 말씀과 함께 친구들이 교실을 나가는 걸 보고,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동요하여 울면서 떼를 썼다고 한다. 선생님이 말려도 엄마한테 간다고 교실문을 열고.. 선생님 표현에 따르면 고집을 좀 부렸다고 한다. 울었던 이 날은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전날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이 좋다는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 안 갈거야'라고 말을 해서 주말 내내 걱정이 좀 많이 됐었다. 이래서 모든 일에 있어서는 자만해서도 안 되고, 잘난 척 해서도 안 된다. 나는 우리 아이가 일주일간 어린이집 적응을 잘하고 선생님들과 어린이집을 좋아하길래 내심 '우리 애는 적응 끝냈어!'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는 순간 아이가 울면서 떼를 썼던 것이다. 자만하는 마음을 버리고 항상 겸손하고 조심하고, 방심하지 않고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다행히 주말이 지나고 어제 다시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이는 무척 즐거워하며 어린이집에서 한시간 반 동안 시간을 잘 보내다가 하원했다. 하원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두 번 가고 싶다고 말을 하는 걸 보고 그래도 걱정을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입소 전부터 이미 어린이집 적응기간 중이었던 우리 아이
우리 아이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인데, 적응기간을 꽤 충분히 주는 편인 것 같았다. 3월 운영 계획표라고 해서 나누어주는 걸 보니 입학 후 첫 1주일은 1시간 있다가 하원, 2주째는 점심 먹고 하원, 3주째는 적응에 따라 낮잠을 시도하는 걸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 아이의 공식적인 어린이집 적응기간은 2주차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만, 사실 내 생각에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은 2주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34개월간 가정보육을 하는 동안 나는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도 아이가 15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꾸준히 다녔고, 여러 구청에서 개최하는 영유아 자녀 교육 강의 같은 것도 온라인으로 몇 차례 들었다. 그럴 때마다 문화센터 선생님, 혹은 영유아 전문 강사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린이집을 다니기로 결정이 됐으면 입소하기 전에 어린이집 건물 주변을 산책을 많이 다니면서 아이가 어린이집 주변을 익숙하게 느끼게 만들어 주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꽤 들었기 때문에, 3월 초 입학을 앞두고 2월 동안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아이와 어린이집 건물까지 산책을 자주 갔다. 어린이집 가는 길도 아이가 익숙하게 느끼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계속 반복해서 다녔고, 어린이집 주변에 있는 놀이터에서도 틈틈이 놀다 오곤 했다. 나중에 어린이집 선생님과 처음 와보면 낯설게 느낄 것 같아서 우리 아이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으로 나가는 놀이터를 봐두었다가 어린이집 입소 전에 아이와 함께 먼저 놀아본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집 건물 주변으로 산책을 다녔던 기간 동안, 건물 안에서 야외활동을 위해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는 '나도 저기 들어갈래' 라며 이야기 했었고, 어린이집에 입학서류를 제출하러 갈 때도 아이와 함께 가서 어린이집 현관까지만 들어갔는데 아이가 '나도 교실 안에 들어가보고 싶어'라는 말도 했었다. 주말에도 어린이집 건물로 산책을 갔었는데 불이 꺼지고 문이 잠긴 어린이집 문앞에서 '왜 안에 아무도 없어'라는 말도 하는 등,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 내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계속 쌓아갔다. 나는 이런 것들도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도서관에서 어린이집 관련 동화책들을 검색해서 대여한 후, 아이에게 여러 번 읽어주기도 했다. 이 때 읽었던 책들이 <줄줄이 어린이집>, <어린이집 가기 싫어요!>,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라는 이름의 책이었는데, 이런 책을 읽어주면서 어린이집은 이런 곳이고, 엄마와 잠시 떨어져 있어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 모든 시간들이, 그냥 개인적인 내 생각으로는 넓은 의미에서 어린이집 적응기간에 해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린이집 거리 및 등하원 소요시간(15분 내지는 20분 소요)
이건 사실 일주일 밖에 안 되어서 뭐라고 명확하게 평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남들이 하도 집앞에 가까운 거리가 최고라고 해서 고민을 좀 하긴 했는데, 결국 나는 집앞은 아니고 등하원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조금 더 규모가 있고 안정감 있게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우리집 현관 문앞에서 어린이집까지 걸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유모차로 아이를 태우고 갔을 때 15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된다. 나는 운전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한 적이 없어서 차로 아이를 태울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유모차를 태우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그 덕분에 그래도 걸어다니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힘든지는 잘 모르겠다. 등원할 때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어른걸음으로 걸어가고, 하원할 때는 아이가 유모차에 안 타고 같이 걸으려고 할 때가 많고 오다가 지나치는 놀이터에서 좀 더 놀다 가고 싶어할 때도 있어서 하원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까지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지하철 타고 문화센터 다니고 박물관도 가고 해왔기 때문에, 20분 정도 도보로 걸리는 시간은 별로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다른 엄마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물론, 눈비를 아직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눈비를 포함한 추위를 겪고 나면 등원 거리 20분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신 어린이집 가는 길이 벚꽃길이고 하천도 있어서 꽃피는 봄이 왔을 때부터는 등원하면서도 나름 꽃길을 걸을 수 있고, 하원할 때는 아이와 하천 구경도 하고 꽃구경도 하면서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중요한 하원시간 지키기
위에서 말했듯이, 생애 첫 어린이집 등원임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던 우리 아이가 유일하게 동요한 순간이 다른 친구들이 엄마가 데리러 와서 교실을 나갈 때였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다른 친구들이 일찍 하원하면 남아있는 아이들이 동요한다는 글을 보긴 했었는데, 그게 나와 우리 아이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중에 우리 아이 같은 반 친구들 엄마 몇 명을 하원 때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그 분들은 아이들이 하원시간에 엄마가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동요한다는 걸 직간접적으로 듣고 경험해서 최대한 하원시간에 딱 맞게 일찌감치 하원시킬 거라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며 혼자 생각하니, 직장 다니는 엄마들 중에 하원 시간에 직접 갈 수 없어서 연장반까지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이 참 마음이 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처음에 다른 친구들이 일찍 가는 걸 보고 동요하다가(물론 동요하지 않는 아이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은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텐데..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쓰이는 일이다.
이상 당장 생각나는 어린이집 적응기간 관련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래도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 나름대로 칭찬을 받기도 했다. 가정보육을 길게 하면서 아이와 충분히 애착을 잘 쌓아서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이 처음인데도 불안해하는 기색이 없고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이다. 다만, 이 칭찬을 받은 다음 날에 애가 고집을 부려서 선생님 생각에 변화는 좀 있을 듯 하지만..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있거나 적응기간 중이신 여러 분들께 미리 경험담도 알려 드리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렇게 길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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