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나에게 올해 초인가쯤에 추천해 준 유튜브 채널이 있다. 데이숲이라는 분이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이다. 그렇게 알게 된 이 유튜브 채널이 지금껏 나에게 소소한 힐링이 되어 주어서 다른 분들께도 추천해 보고자 한다.
https://youtu.be/F3FKmjvfl6o?si=CiGhVFRSIytXzzbh
이 분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서 추천하는 채널이니만큼 아는대로만 소개를 해본다. 일단 40대 싱글 여성분이시고,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라고 한다. 이 분 채널은 매주 일상에서 해 먹은 음식들, 방문한 곳들, 구매한 것들, 영어공부, 읽은 책들, 자기개발 등을 소개한 영상들이 소소하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편집된 형태로 올라오고 있다. 사실 처음 몇 개 보면 너무 잔잔해서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40대이긴 하지만 매일 찌들어 있는 나와 비교되는 잔잔하고 수평선 같은 일상의 모습들을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이 느껴지는 부분에 있어서 보면 볼수록 좋고, 가끔씩 생각나서 찾아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채널이다. 이 채널에서는 혼자 조용히 예쁜 카페를 찾아 방문하는 영상들이 많이 나오는데, 내가 못 가지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이 채널을 보면서 대신 느낄 때가 많다.
이 채널에서 느끼는 또하나의 재미는 패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운영자인 데이숲님이 키가 커보이고 약간 마른 느낌이 있는 늘씬한 체형이신데, 거기다가 옷도 좋아하고 또 센스도 있어서 옷을 잘 입는 분 같다. 그리고 옷을 어디서 샀는지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시기 때문에 스타일이 맞는 경우에는 쇼핑몰 추천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데이숲님은 본인 얼굴을 채널에서 공개하진 않고 있어서 얼굴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체형이나 헤어 스타일 이런 것만 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40대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서 역시 대리만족이 되고 보기가 좋다. 그렇다고 젊어보이려고 막 애쓰면서 자극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거나 과장되는 면이 없어서 그런 것도 보기가 편하다.
사실 데이숲 채널을 보고 너무 힐링이 되고 좋았고, 또 같은 40대 여성이라서 동질감 같은 게 느껴지는 것도 좋아서 다른 유튜브 채널도 더 찾아보려 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 보고 좀 충격을 받았다. 일단 검색으로는 데이숲 채널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고 다른 채널들이 많이 나왔다. 그냥 40대 싱글 여성의 브이로그 채널은 꽤 많이 있었다. 그런데 제목부터 썸네일 이미지까지 뭔가.. 힘들고, 억세고, 걸쭉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돈 얘기, 수입얘기가 제목에 굉장히 많았고, 시련으로 삶에 찌든 느낌이 많이 났다. 음식 이미지가 썸네일인 경우에도, 뭔가 비주얼이 다 술안주 같은 얼큰한 쪽의 이미지가 많았고, 패션 같은 경우에는 썸네일 상으로는 좀 몸매를 드러내어 시선을 자극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것 같은 것도 있었다. 그냥 전체적으로 뭔가 다 칙칙하고 찌든 느낌? 그리고 약간 술에 취한 느낌? 같은 것이 많이 났다. 그리고 자기개발을 하는 영상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데이숲 영상의 일상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현실에서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당장 나부터도 오히려 검색해서 나오는 찌든 느낌의 영상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먹는 것도 솔직히 얼큰한 거 더 좋아하고, 또 경제적인 부분도 풍족하지 않아 고민도 많고, '자기개발 그건 먹는 건가요?' 싶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굳이 공감대까지 형성하면서 그 속에 속하고 싶지는 않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유튜브 영상들 속에서(적어도 검색으로 나오는 영상들로는) 40대 싱글 여자라고 하면 술 좋아하고, 억척스럽고, 현실에 찌들고 돈에 찌들고, 기운도 없고, 뭔가 공허하고 궁핍한 삶을 사는 사람들처럼 이미지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여서 서글프기도 하고 심지어 좀 무서운 기분까지 들었다.
브이로그 같은 걸 보면, 뭔가 내 현재 상황으로서는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위화감을 주는 영상도 있다. 너무 심한 설정 같은 건 거부감도 들고 말이다. 데이숲 영상은 궁상맞은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막 비싼 명품이나 고급진 장소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하게 작지만 예쁜 집에서 이런 저런 음식도 만들어 먹고, 또 좋은 책을 읽으며 좋은 글귀를 공유도 하고, 하루 하루 감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그런 긍정적인 메세지가 전달되면서 내 상황에서도 따라해볼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영상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브이로그에서 얼굴이 노출되는 걸 보면 좀 부담스러워서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드는 같은 40대가 운영하는 브이로그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남들은 나와 달리 그냥 냉정한 현실을 공감할 수 있는 게 더 좋은 모양이다. 데이숲 채널은 구독자 수도 그렇고 댓글도 그렇고 그 수가 많지가 않고 정말 영상처럼 소소한 느낌인데, 위에서 말한 다른 채널들은 구독자도 많고 댓글도 100개가 막 넘어가니 말이다. 모든 것은 각자의 취향이고 다양함은 존중되어야 하고, 삶의 스타일(그리고 영상 스타일)에 있어서 우열을 논하는 것 자체도 편견일 수 있기 때문에, 뭐가 더 낫다 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취향이 맞으시는 분들이라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채널이라서 소개글을 올려 보려 했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길어졌다. 괜찮으시면 한 번씩 보시길 추천해 본다. 영상을 소개해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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