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맞는 패션과 스타일.. 결국 돈을 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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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후 중년의 스타일

나이에 맞는 패션과 스타일.. 결국 돈을 들여야 할까..

by 나겸♡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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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귀걸이를 사는 게 약간의 힐링이나 기분전환이다. 얼마나 귀걸이를 좋아하냐면 한 때 인터넷을 통해 소매 매입해서 판매업을 할 정도였다. 비록 지금은 접었지만..

다만 내 수입이 수입이다 보니 대충 10만원이 넘어가는 귀걸이는 사 본 적이 없고, 1만원대 혹은 비싸봤자 3만원대의 귀걸이를 사는 정도이다. 그야말로 기분전환하기 좋은 가격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구경도 하고, 또 남들은 뭘 사나 가끔씩 검색도 해본다. 그러다가 최근에 좀 충격적인 현실을 인터넷 글로 보게 되었다. 40대 중반 악세사리를 추천해 달라는 어떤 사람의 글을 봤는데, 댓글에 100이면 100 모두가 최소 다이아급 이상을 추천하며 이 나이에 싼 거 하면 싼티 줄줄이라서 저렴한 악세사리는 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었다. 이미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 나는 그걸 보고 너무 놀라서 비슷한 다른 글들도 좀 많이 찾아봤는데, 40대 중반쯤 된 내 나이에 그냥 만원짜리 2만원짜리 악세사리를 사는 사람이, 적어도 인터넷 글에서는 거의 없는 느낌이었다.

 
내가 찾아본 인터넷 글들을 대충 요약을 하자면, 40대부터는 싼 걸 하면 저 제품이  싼 것이구나 하는 게 티가 나서 악세사리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도 못한 이미지를 줄 수 있고, 또 20대나 30대에 어울릴 법한 악세사리는 40대부터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그와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해야 하고, 그래서 보통은 다이아 같은 것이 박힌 좀 큼직한 스터드 귀걸이(딱붙는 귀걸이)로 많이들 한단다. 현재 나는 내 마음대로 기분전환으로 다이아를 지를 형편이 안 되다 보니 혹시나 어딘가에 나처럼 저렴한 악세사리 위주로 부담없이 구매하기를 즐기고 그런 걸 하고 다니는 사람이 올린 글은 없나 싶어 찾아봤는데 그런 글을 올린 사람은 없었다. 악세사리 뿐만 아니라 옷과 같은 패션도 마찬가지였다. 40대 이상은 패션에 어느 정도 돈을 들여야 하는 게 마치 국룰처럼 느껴졌다.
 
물론 진짜 세상은 인터넷 밖에 있는 것이고, 인터넷에 그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신을 꾸미는 쪽에 관심있는 사람들이고, 관심없는 사람들은 그런 글을 굳이 인터넷에 올릴 일은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 모두의 현실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나의 현실은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재택으로 혼자 근무하면서 육아를 하고 있고, 동네 친구도 변변하게 없고, 마주치는 사람들이라곤 문화센터 엄마들이 전부인데,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은 다들 그냥 육아에 너무 지쳐 꾸미기는 커녕 그냥 사람이니깐 생존의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로서 옷을 입는 정도로만 다들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내 상황과 비슷한 엄마들, 내 또래 세대들 대부분 다 나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크게 기 죽는 것도 없고 내가 싼티난다는 생각도 잊고 지냈는데.. 이게 그냥 내가 사는 동네탓인가 싶기도 하고, 인터넷 찾아보는 동안 약간 현타도 오고 자신감도 더욱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제라도 내가 무리해서 지금 이 내 상태에다가 명품백과 명품 악세사리를 걸쳐준들 그게 과연 명품으로 보이긴 할까 싶다. 아마도 짝퉁으로 보이지 않을까? 물론 내 경제적인 여건도 상황이 안 되긴 하지만, 돈이 받쳐준다 한들 내 지금 모습에 비싼 걸 한다해도 사람이 달라 보이겠나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에, 아무리 충격을 받았다 한들 옷과 악세사리에 돈을 무리해서 들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따로 뭘 안 해도 귀티가 묘하게 나거나, 우아하거나, 아름답거나, 이뻐 보이거나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안타깝지만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 자신을 봤을 때는 뭘 좀 힘을 줘도 힘을 준 게 별로 티가 안 나고, 티가 난다 해도 뭔가 '애쓴다', '용쓴다' 이런 느낌을 어느 순간 나 스스로 받아서, 그 후로는 그냥 아예 뭘 안하고 다 내려놓고, 그야말로 추노에 나와도 될 것 같은 모습으로 다니고 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112&aid=0003292049

'나혼자산다' 기안84 "안 꾸미는 이유? 김충재 보고 자괴감 들어"

[헤럴드POP=서유나 기자]기안84가 꾸미지 않는 이유를 답했다. 24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7주년을 맞아 준비한 무지개 집콕 라이브 2탄이 공개됐다. 수위 대장 19나래, 분노 대장 버런 시

entertain.naver.com

바로 위의 기사 속 기안 같은 마음과 또 비슷한 경험을 통해 나도 어느 순간 꾸미기를 다 포기하고 그냥 되는대로 살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평소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고 스스로 정갈하게 가꾸는 유전자와 센스가 전혀 없는 내 성격탓도 있긴 하지만.. 

나도 사실은 내 자신을 꾸미고 싶은 욕구는 있고 패션에 관심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대한 센스와 감각이 없고, 좋아하는 것과 별도로 그런 쪽으로는 좀 무지한 편이다. 예를 들자면,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이 게스 짝퉁 티셔츠인 게우스 티셔츠를 입고 굴욕을 겪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바로 그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다. 구찌를 몰라서.. 그냥 길가다가 이뻐서 가방을 샀는데 구찌 로고가 너무 짝퉁인 게 티가 나서 친구들이 많이 있을 때 지적을 당했던...(그래서 건축학개론 영화 볼 때 이제훈에 빙의해서 너무 슬펐음..) 비록 20대 초반에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여전히 뭘 잘 모르고 감각도 없고.. 그래서 나같은 사람일수록 더 패션과 액세서리에 돈을 들여야할지도 모른다. 뭘 모르니깐 그냥 브랜드에서 장만하는 것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상황으로 나는 어제도 여전히 저렴한 귀걸이를 하나 사서 조금 전 포장을 뜯어 귀에 꽂고 좋아하고 있다..ㅋ 내면이 꽉 차면 보이는 건 중요치 않다는 식의 교과서적인 이야기 따윈 하고 싶지 않다. 비싼 거 사면 속물이고 저렴한 거 하면 실속있는 사람이라는 요상한 철학도 갖고 있지 않다. 솔직히 좋은 게 좋은 거지.. 다만 나는 현재로서는 그저 좀 더 열심히 살아서, 소비도 알차게 잘 할 수 있는 중년이 되리라 다짐하며.. 다른 아이템(시계나 스카프 같은 것들)은 좀 더 돈 벌어서 좋은 걸로 투자하기로 하고, 당장 내 취미인 귀걸이는.. 그냥 이렇게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사서 끼며 기분전환 하는 건 계속 쭉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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