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노구치 마사코라는 일본인 여성이 쓴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매일 우리 아기 앞에서 핸드폰 보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나도 이제 독서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리라 다짐하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아이 책과 함께 대여해 본 것이다.
책은 너무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몇 시간만에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너무 쉬운 내용의 책이고 그냥 적당히 시간을 떼울 수 있는 레벨의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남성과 결혼한 일본 작가인데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좀 과하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좀 들었다. 프랑스 여자들에 대해 약간 찬양 비슷하게 나열하긴 했는데, 내가 봤을 때는 그건 프랑스 여자라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을 수 있고, 일본에도 있을 수 있고, 미국에도 있을 수 있는 여자들의 특성이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하고 자신있는 태도로 삶을 살고, 또 자기 자신의 외모와 내면을 가꾸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가지는 삶을 사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느 나라에나 (많지는 않더라도) 있을 법한 여성의 특징이다. 다만 나라마다 정서가 있고 문화의 차이가 있으니 다른 나라 여자들보다 프랑스 여자들이 그런 좋은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 수치로 따져봤을 때 훨씬 많아서 저자가 이런 책을 썼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 친구나 지인, 또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보는 사람들, TV에 나오는 사람들 등을 봤을 때 이렇게 책으로 쓸만큼 찬양을 받을만한 여성들이 많아 보이지는 않다. 뭐.. 그렇게 말하는 나 역시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사람이란 건 물론이고 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다 보면 그래도 스스로 나름대로 약간의 자극을 받는 부분은 확실하게 있다. 특히 자기관리 부분 같은 것이 참 자극이 되는데, 책에서 찬양하는 프랑스 여자들 특징이라고 꼽는 것 중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누구에게 잘 보일 일이 없어도 항상 단정하고 깔끔하게 본인을 잘 관리하는 등의 특성 같은 것들은 참 배우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흔히 내면적인 요소들은 엄청 중시 여기고 강조하면서 외면적인 부분은 약간 세속적인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살아보니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명품으로 휘감거나 허영심 가득한 티를 줄줄 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 모습에서 깔끔함과 함께 미적인 요소를 취하는 것은 내면을 가꾸는 것과 비슷한 속성의 가꾸기라고 생각한다. 굳이 일부러 지저분하고 초췌하게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나는 원래도 약간 추노 스타일로 사는 편이었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는 진짜 완전한 추노 속 등장인물 같은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너무 싫어서 아침 저녁으로 기초화장까지 싹 하고, 머리와 옷도 단정히 하고 지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당장의 게으름을 이겨낼만한 독한 근성이 내겐 없다. 지금 내 모습은 남들이 나를 딱 봤을 때 '아, 좀 게으른 타입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내면이 외면에도 드러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내가 요즘은 좀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적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좀 달라질까? 글쎄.. 애가 없던 아가씨 시절 내 모습을 생각해 보면, 애가 어린이집을 간다고 뭔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이라는 자신이 있지는 않다.
자기만의 외모관리와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내면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자극을 받았다. 책 제목이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이지만, 실제로 프랑스 여자들이 나이 들어서도 연애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큼 본인의 나이나 상황 같은 걸로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수군거리는 것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제목으로 보이는데,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면에서 오는 자신감과 내공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내면의 관리는 젊은 시절보다 40대 이후로 점점 나이를 들어가면서가 더 중요하다. 젊을 때는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지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는 여러가지로 멘탈이 흔들릴 일들만 남아 있으니깐 그럴 때 내면이 꽉 찬 삶을 살아가면 훨씬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종종 생각해 왔던 것이 있다. 나는 젊은 시절 인기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연애를 충분히 즐긴 삶을 살진 못했지만 어찌저찌 결혼을 하긴 했는데, 결혼을 해 보니 20대 30대 젊은 시절에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에만 관심을 두었던 것이 좀 후회가 된다. 겪어보니 남자친구가 없고 연애를 못하고 있다고 초조할 것도 없고, 여자의 삶에서 남녀간의 사랑이란 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내가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충분히 사이도 좋고 너무 사랑하지만, 그냥 결혼하고 살아보니 20대 30대 젊은 시절에 책도 더 많이 읽고, 지식도 더 많이 쌓고, 외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돈도 더 악착같이 모으는 등 좀 더 알찬 삶을 살았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결혼하고 참 많이 했다. 물론 이건 내가 이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하면서 어느 정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이루었으니깐 할 수 있는 소리고, 만일 내가 결혼을 아직도 안 하고 있었다면 굉장한 우울감으로 인해 이런 얘기는 귀에 안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누리는 것에 감사하기 보다는 자기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 결혼을 하고 애도 있으니깐 '싱글로 있었다면 좀 더 잘해 봤을텐데' 하는 거지, 막상 또 싱글로 살고 있었다면 '결혼만 했으면 잘 했을텐데' 이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랬을 거다..
쉽고 단순한 내용의 에세이지만 읽으면서, 또 이렇게 글로 쓰면서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은 많이 했다. 이래서 독서를 해야 하는 건데 최근에 책에 좀 소홀했다. 이 책을 읽고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좀 더 점검하고 새롭게 다짐할 수 있었다. 비슷한 책으로 앞으로도 많이 읽으며 나를 점검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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