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어느덧 돌을 지난지도 오래 되어 이제 17개월 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부모와 함께 있어야 정서가 발달하고 뭐 그런 거창한 이유로 안 보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소소하게 1인으로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순이익이 반찬값 정도 밖에 안 나오고 있고, 그렇게 매출이 얼마 안되어서 포장 일도 많지 않기 때문에 거의 전업주부나 마찬가지인 상태라서 아기와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워낙 없는 걱정도 만들어서 하는 타입이라 결혼과 출산 전부터 어린이집 뉴스를 보고 너무나 미리부터 걱정을 하며(당시엔 결혼도 안 했었는데..)... 아이가 하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예전부터 쭉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껏 혼자 아기를 보고 있고, 매주 두 번 집 근처 문화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어린이집을 대신하고 있다.
비슷하게 나와 출산을 하여 같이 딸을 낳은 사촌동생은 돌이 지난 무렵부터 아기를 어린이집에 오전만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 같이 만났는데.. 어린이집 덕분인지 그 아기는 말을 제법 잘했다. 물론 우리 아기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나긴 했어도 말이 빠른 것 같고, 부모 얘기를 들어보니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하며 즐겁게 다니고 있다고 했다. 가끔 우리 아기를 놀이터에 데리고 가면 또래 혹은 3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이 끝나고 모여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우리 아기는 반가워가지고 막 쫓아가서 손을 흔들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그런다. 그런 걸 보면 친구가 많은 어린이집에 보내면 좋아하려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매주 문화센터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는 친구에 크게 열광하지 않고 시큰둥한 걸 보면 또 친구가 막 엄청 절실한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남편도 예전부터 나와 생각이 같아서 어린이집을 일찌감치 보내는 것보다 내가 육아를 담당하길 바라고 있어서 둘이 의견이 일치한다. 이것은 순전히 생각의 차이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어린이집을 보내길 바라는 남편도 있을텐데, 만일 나의 남편이 그랬다면 우리는 많이 충돌하고 싸웠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의견 일치를 보여 싸울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점이다.
문화센터로 어린이집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좀 도움은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 아기는 걸음마가 느린 편이었다. 돌 때도 혼자 서는 것이 안 되었고, 혼자 걷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했다. 13개월에도 걸을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 참 많았다. 그런데 문화센터에 14개월 무렵엔가 처음 등록해서 수업을 들었는데, 첫 수업 시간에 자기보다 어린 아기 같아 보이는 애들이 혼자 성큼 성큼 걷는 걸 보고 약간 충격 받은 듯한 표정이더니...ㅋ 그 다음 날부터 갑자기! 진짜 갑자기 혼자 걸으려는 시도를 해서 한 발짝 한 발짝씩 걷기 시도를 하는 것 아닌가!! 그 동안 또래 아이들을 만날 일도 없었고, 잘 걷지를 못하니 나가서도 할 게 없어서 밖에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던 아기였기에 아무래도 걸을 필요성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문화센터에서 또래 아기들이 걷고 뛰고 하는 걸 보고 자극이 된 것이 아닐까 하고 혼자 짐작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잘 걷고 있다. 다행히.. 이것도 문화센터 수업 덕분이 아닐까..
그 밖에도 문화센터 다니고 나서 변화를 생각해 보면, 다른 아기들이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돌아다니고 선생님한테도 다가가고 하는 반면에 우리 아기는 제자리에서 정말 조용하고 차분하고 조신하게 수업을 들었다. 이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게, 얌전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약간 소심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기의 성향에서 그런 게 느껴져서 엄마로서는 어디 가서 적응을 잘 하려나 하는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2~3개월 정도 수업을 듣고 나니, 지난 여름 학기 수업 마지막 무렵에는 우리 아기가 적극적으로 선생님한테도 다가가고, 수업시간에도 여기 저기 다른 친구들에게 가서 인사도 하고 간섭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또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계속 있다. 이번에 문화센터 가을 학기 수업을 등록하면서 기존에 들었던 수업이 아닌 다른 스타일의 수업으로 2개를 등록하였다. 하나는 '글렌도만 영재교실'이라는 공부하는 수업이고, 하나는 '트니트니'라는 체육 시간 같은 수업, 이렇게 두 개로 등록을 했다. 글렌도만은 예상대로 아주 잘 적응하고 듣고 있다. 재밌어하기도 하고, 교구 시간에는 교구를 가지고 놀기도 하면서..(최근 27개월 아기 글렌도만 수업 후기 추가 작성 후기 바로가기->> 링크 클릭)
문제는 트니트니.. 일단 친척들끼리 만나도 남자 어른만 무서워하는 우리 아기가, 남자 선생님 수업에 들어가니 첫 수업부터 내내 불안해하고 울기까지 했다(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다른 아기들도 우는 아기는 많았다). 그리고 주로 몸으로 뛰고 돌아다니는 수업이었는데, 집에서 높은 침대는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트니트니 수업 시간에는 본인 무릎 높이의 매트에도 무서워서 못 올라가고 울기만 했다. 그렇게 첫 수업을 이도 저도 아니게 보내고... 우리 아기는 다시 적응의 기간에 들어서게 되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지만.. 소심하디 소심한 나와는 반대로 대범한 사람으로 커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우리 딸은 나를 닮아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아기를 키워야 할지 또다시 고민이 많은 요즘... 그래도 시간이 지나 트니트니까지 적응하고 극복하면 우리 아기는 또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얼마 전에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데 어떤 동네 할머니가 '어린이집 안 갔어?'하고 아는 척을 해오셨다. 아마 아기가 점점 클수록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서 어린이집 왜 안 보내냐는 얘기는 계속 듣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린이집은 안 보내고 유치원부터 보내겠다는 내 마음에는 변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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