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지 어느덧 1년 반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나는 조리원 퇴소 후부터 산후 도우미도 없고, 친정과 시댁의 도움도 많이 받지 못하던 상태에서 혼자 육아를 해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간략히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전제가 있다.
- 도우미나 시댁, 친정의 도움이 많이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각종 밑반찬의 경우 시댁의 도움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받고 있다.
- 장보기,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개월 수에 맞는 육아 정보 등은 남편이 전적으로 담당했다.
- 시어머님이 아기가 돌 정도 됐을 때까지는 일주일에 1~2회 우리 집에 방문해 주셨다.
- 작은 1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매일 조금이나마 상품 포장 업무를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조건과 환경 하에서 아기가 19개월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혼자 육아를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혼자 육아할만 하다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서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다.
- 산후 도우미 없이 혼자 하는 육아는 일단 어느 정도 가능은 하다.
조리원에서 퇴소한 날, 남편과 나, 아기 이렇게 셋이서 처음 우리 집에서 함께 잔 날은... 정말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조리원이 2주 기간이 괜히 표준처럼 있는 게 아닌 거 같은 게 그 2주까지만 아기가 평화롭다. 조리원에서 1주일간은 아기가 그렇게 울지도 않고 그냥 먹으면 바로 자고 해서 어려운 게 없는데, 희한하게도 2주가 다 되어 조리원을 퇴소할 무렵부터는 먹어도 바로 자지 않고 약간의 투정 같은 울음이 서서히 시작되면서 점점 심해진다. 그래도 조리원에서는 울면 신생아실로 데려다 주면 됐으니깐 위기의식을 크게 못 느꼈는데 퇴소 후 집에 데려오니 아기가 환경이 바뀐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그치질 않아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퇴소한 다음 날은 다행히 시골에 계신 친정 엄마가 일주일 동안 와계셔서 좀 덜 힘들긴 했는데, 집이 15평 정도 되는 좁은 집이다 보니 아기한테 안 좋을까봐 집에서 티비도 못 보고, 냄새가 안 좋을까봐 요리도 못하고, 아기 시끄러울까봐 말도 크게 못 하고, 그런 와중에 밤에는 2시간마다 깨서 분유를 먹여야 하고.. 이런 시간들이 참 힘들었다. 그 와중에 모유는 잘 안 나와서 처음엔 그래도 유축한다고 노력은 하다가, 몸이 너무 힘드니깐 나중엔 유축도 제 때 못 해서 모유는 많이 주질 못했다.
결론은, 요리를 포기하고 반찬은 사먹든지 얻어 오든지 해서 해결하고, 머리 감고 세수하고 이런 거는 5일 정도에 한 번 하고, 모유가 잘 안 나오는 사람이라면 유축을 잘 못할 수도 있어서 어쩌면 모유가 아닌 분유로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어느 정도 감안하는 등, 많은 걸 내려 놓으면 혼자 육아는 가능한 것 같다. 나의 경우엔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산후도우미나 오랜 기간 계셔주실만한 어머님들이 없는 상태로 조리원을 퇴소하는 엄마의 경우 집에 아기와 함께 컴백하여 아기가 울 때 아등바등 쩔쩔 매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이거는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기와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도 좀 더 많은 시간 아기와 있으려고 나름 노력한 엄마였는데, 그런데도 집에 와서 아기가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대니 조리원에서 얼르고 달래던 시간들이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 신생아 vs 돌아기, 언제가 더 힘든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신생아 키우던 시절, 남편이 퇴근만 하면 보자마자 울곤 했다. 하루 종일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그랬다. 지금은 울진 않는데, 혼자 이런 생각은 많이 해 봤다. 신생아 시절이 힘든지, 아니면 애가 걷고 뛰고 어느 정도 말귀도 알아듣는 지금이 더 힘든지 비교해보는 것 말이다. 신생아 시절에는 육아가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밤에 두 세 번 일어나서 수유하고 이러는 것들이 너무 힘들었고, 지금은 아기가 낮잠을 하루에 한 번 밖에 안 자서 그 외의 시간은 계속 놀아주고 하는 게 힘들다. 아기가 낮잠 안 자고 깨어있는 시간에는 신생아처럼 가만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돌아다니고 또 상호작용을 해야만 하니 기가 쫙 빨린다.
신생아 시절에는 애가 두 세시간만에 낮잠을 계속 자니깐 짬짬이 몸과 마음에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질만한 여지가 있었던 점이 좋았고(지금은 낮잠을 딱 한 번 자기 때문에 일말의 여유도 없음), 지금은 때마다 젖병도 안 씻고 이유식을 안 만들어도 된다는 점은 있다. 하지만 아기 유아식 반찬을 계속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면에서만 봐도 솔직히 예전보다 편해진 건 전혀 없는 것 같다.
혼자 육아하기가 가능하려면 잠시도 허튼 시간을 보내선 안 되고, 배우자가 많은 것을 함께 하는 와중에 집안 살림은 적당히 내려놓아야 그나마 할만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일단 혼자 육아를 하고 있기는 한데, 일이건 중독이건 간에 폰을 보는 시간 때문에 육아 외의 허튼 시간을 계속 보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육아를 하면서도 그 육아의 질과 삶의 질이 솔직히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돌아볼 때마다 매일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내게 자괴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작심삼일 다짐을 해본다. 더 질 좋은 육아를 위해 나 자신과의 약속, 시간관리와 체력관리, 폰 멀리하기, 일찍 자기 등을 지키려 노력해 보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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