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40대는 매우 촉박하고 버라이어티하다. 40살이 되고 나서부터야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시작하는 모든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어느덧 돌이 지났고.. 나는 결혼할 때보다 얼굴이 훅 갔다. 이 모든 과정을 몇 년에 걸쳐 겪으면서.. 약간 정리하는 글을 적어 보고 싶어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 늦은 결혼의 단점 : 늦은 출산
자식을 낳아 보니 낳기 전에 짐작했던 것과 마음가짐이 너무 달라진다. 내가 아무리 공감 능력이 있다 한들 미혼일 때 자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가졌던 생각들과 짐작했던 것들이 그야말로 남일이었구나 하는 걸 애 낳고 알게 되었다. 나는 아기를 낳은 후, 처음으로 늦게 결혼한 것을(내가 원해서 늦게 한 건 아니지만) 진심으로 후회했다. 자식들은 초등학생 고학년만 되어도 부모는 거의 안중에 없고 친구들과 자기 인생에만 몰입하는 존재들인데(지금 성인인 우리가 부모님 생각보다 각자 자기 인생과 자기 자신을 훨씬 더 많이 생각하듯), 그런 자식들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 끝없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평생 갖고 살게 된다(는 것도 애 낳고 완전 깊이 알게 되었다). 내 아이를 보살피고 지켜주고 자리잡을 때까지 부모인 우리가 신체 건강하고 경제적 능력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 아기가 30대가 되면 나와 남편은 어느덧 70대가 되어.. 일단 70대라서 젊은 몸이 아니니깐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만 않아도 다행일 나이가 되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30대면 한창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인데.. 굳이 30대까지 안 가도 어린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젊어야 좋아하는데 어디 가서 기죽지 않아야 할텐데.. 혹시 딸이 나중에 결혼이라도 한다면 사위 앞에서 건장함을 과시하려면 일단 몸이 건강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로 애 낳고 한동안 엄청 심란했다. 지금도 심란함을 극복한 건 아니고,, 답을 여전히 찾고 있다. 자식을 가진 부모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지 말이다.
- 일단 아기를 낳은 이상, 그 동안의 삶의 여유는 포기해야 한다.
나는 40세까지 오랜시간 나만의 여유, 나만을 위한 시간과 돈의 소비를 해왔건만.. 1년째 그런 걸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닐 것 같다. 아기를 봐주는 사람도 없고 도우미도 전혀 쓰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심하게 여유가 없는 면도 있지만.. 어쨌거나 예상한 것보다 내 시간이 정말 조금도 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전업주부들, 그리고 아기 엄마들이 바쁘고 시간없고 어쩌고 하면서 남편에게 가사일을 도와달라고 하고..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같은 여성임에도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맞벌이도 아닌데 왜 저렇게 힘들다고 하지? 회사일 대신에 집안일 하고 애 키우는데 그게 뭐..?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던 건 내가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겪어 보니 왜 그 분들이 그랬는지를 지금에 와서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 생활 16년하고 퇴사한 사람으로서 회사일과 가사를 비교해 보자면, 가사일+육아일이라는 것이 회사 다니는 것보다 몸이 더 힘들다고 하기도 그렇고,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도 그런데.. 뭔가 묘하게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회사 다니면서도 각종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가사와 육아는 회사생활과는 종류가 다른데 뭔가 아무튼.. 설명을 못하겠는데 회사생활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기력과 의욕을 쭉 빨아들인다. 노동력과 기력은 회사생활처럼 쭉쭉 빨리는데 월급은 들어오지 않는 형태이다 보니 더 의욕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월급처럼 누가 주면 좀 더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사와 육아에 임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간적인 여유,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졌다...
- 사람답게 살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쓸데없는 짓거리를 조금도 해선 안 된다(특히 핸드폰).
내가 거의 핸드폰 중독에 가까운 사람인데.. 친정이나 시댁에서 매주 와서 도와주거나 하는 거 없이, 혼자 오롯이 애 보면서 집안일 하는 경우, 집이 사람사는 집처럼 보이고, 사는 꼴이 사람 사는 꼴처럼 되어 가려면.. 핸드폰 할 틈이 없다. 이런 글 올리는 것도 안 된다. 근데 나는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집 꼴은 지금 말이 아니다. 내 얼굴, 내 모습도 정말 짜증난다.. 추노가 따로 없음.. 적어도 사람 사는 집 정도는 되도록 집안 청소를 하고, 매일 저녁 메인 반찬이 그래도 며칠에 한 번씩은 바뀌어 가며 먹을 게 있고, 또 빨래가 밀리지 않고 수건에서 냄새가 나지 않으려면... 잠시의 늘어지는 시간도 허용해선 안 되는 것 같다. 우리 아기가 하루에 낮잠을 다 합쳐서 2~3시간 정도 잔다. 한번에 잘 때도 있고, 2회로 나누어서 잘 때도 있다. 이 잠자는 시간 동안 설거지를 하고, 아기가 먹을 반찬을 하고, 어른인 우리 부부가 먹을 반찬도 하고, 나도 밥을 먹고, 빨래도 돌리고, 잠깐 커피도 마시고, 다 해야 한다.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에는, 아이 교육을 위해서 최대한 같이 놀아주고 책도 읽어주고 산책도 나가고 해 주어야 한다. 아기가 밤에는 보통 8시~10시 사이에 잠드는데, 그 후에는 저녁 먹은 설거지만 해도 30-40분 정도 걸린다. 식기세척기가 우리집에 없어서 더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 아기가 밤에 잠들고 나면 재빨리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잠잘 생각을 해야 12시 안에 잠들 수 있는데, 밀린 핸드폰 보기를 시작하고 나서 뒤늦게 씻고 하면 늘 새벽 1시가 된다. 아침에는 애가 6시 반에 일어나기 때문에 그 때쯤 같이 눈을 뜬다. 이러고 나면 잠이 늘 모자라고 피곤에 쩔어 있다.
일단 핸드폰 들여다 보는 걸 정말 끊어야 한다. 사실 보면 쓸데없는 가쉽거리만 맨날 들여다 보는데 이걸 못 끊고 있다.. 이것만 끊어도 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며, 우리 아이 교육에도 좋을 것이다. 애 앞에서 핸드폰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데, 애랑 놀아주면서도 나도 모르게 폰을 들여다 보게 된다. 안 그럴려고 하는데도 그렇게 되어서 나도 정말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 애가 낮잠 자는 저 2~3시간이 정말 중요한 시간이고 1초도 허투루 버릴 수 없는 시간들인데 그 시간에 폰을 한 시간 정도 들여다 보면 빨래도 밀리고, 아기 반찬도 밀리고, 어른 먹을 반찬도 없고, 냉장고에 사다 놓은 야채도 썩어가게 되고, 설거지도 밀리게 된다.
가끔, 그런 사람 이야기를 듣는다. 주부이고 애도 둘이고 그런데 집안도 깨끗하고 본인 몸가짐도 잘 되어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비결을 물어보면, 단 한 순간도 멍 때리고 앉아있지 않는다고 한다.... 나처럼 넋놓고 폰만 끄적거리고 이러면은.. 그 때부터 집은 쓰레기장처럼 되어 물건을 널부러져 있고, 사람도 그런 집의 모습을 닮아가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좀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 자는 동안, 혹은 놀아주면서 스쿼트도 하고(일단 뱃살부터 빼야 함), 밤에는 화장실 바닥청소도 하고 변기청소도 하고(그 전에는 다 내려놓고 있었음), 그래도 좀 노력을 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을 아직 못 끊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또 새롭게 노력해 보려고 한다.
뭔가 다른 것 적을 것도 많은데, 당장 요즘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들 위주로 생각나는 것부터 적어 보았다. 돌이 지난 아기를 키우면서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는
1. 아기가 깨어있는 동안 심심하고 지루해할 틈 없이 재미있어 하도록 놀아주기
2. 집안 정리 정돈과 위생적인 청소
3. 아기 앞에서 핸드폰 하는 모습 보이지 않기
4. 애가 보거나 말거나 나 스스로도 핸드폰 보는 시간 줄이기(필요한 것만 보고 거의 없애기)
5. 필요없는 짐 줄이기(아기 키우면서 아기 장난감과 옷으로 짐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 정도이다.
출산과 육아를 앞두고 있다가 맞닥뜨리게 되면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일부터 하느라 전체적인 어떤 그림 같은 건 볼 틈이 없다. 나도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단언하듯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1년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요약을 하자면.. 점점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매일 나 자신과 주변을 정돈해나가야 밀리고 쌓이는 일이 없다. 잡다한 인터넷이나 SNS를 끊고, 거의 수양한다는 마음으로 아기가 자는 시간 틈틈이 집안 정리와 내 주변을 정돈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스트레스 쌓이는 걸 풀 곳이 없는데 핸드폰이라도 하면서 풀어야 힘을 내서 또 육아를 한다고 할 수도 있다(내가 남편에게 하던 말임). 그런데, 그렇게 푸는 스트레스는 잠깐이고 그게 쌓이고 쌓여서 집안일이나 육아가 밀려가기 시작하고 모자란 잠이 쌓여가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되는 더 큰 스트레스가 다가온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이고 지배한다고 했던가.. 지금 우리 집의 꼬라지가 내 정신과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집이 넓고 좁음의 문제가 아니다. 방 한 칸에 모여 살면서도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우리 엄마). 지금 이런 집의 모습에서 우리 아기가 어떤 좋은 걸 보고 배울 것이며, 이런 집을 보고 심란한 내가 이런 정서로 어떻게 아이에게 좋은 마음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잠깐의 눈앞의 달콤한 유혹인 널부러짐(휴식)에 넘어가지 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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