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지 두 달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제왕절개 수술 후기를 올려 본다. 그만큼, 아기 보느라 여러가지로 지치고 바쁘고 힘들었다는 얘기다. 지금도 안 힘들고 안 지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지고 할만해져서 이렇게 키보드 두드려 볼 시간도 생겼다.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비교하며 올라온 여러가지 후기들을 보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내심 제왕절개 수술을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누가 보장해 준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보니 수월했던 것도 있고, 그렇지 않았던 것도 있어서 나름대로 기록해 본다.
- 통증 및 고통에 관한 후기
나는 한 번도 수술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왕절개를 하고 나니, 그동안 살면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과 통증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 수술 후 눈을 떠 보니 여러 침대가 있는 회복실에서 막 수술을 마친 여러 산모들과 함께 누워있었던 모양이다. 마취에서 깬 거라 비몽사몽이라 주변을 둘러 볼 틈은 없었다. 일단 눈을 뜬 순간 배가 잡아 땡기듯이 너무 아팠고(이 정도 표현으로는 그 고통이 설명이 안 된다), 이래저래 움직여보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누워서 비몽사몽으로 간호사분들이 정신 드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대답하고, 양쪽 발가락에 감각이 있나 꼬물꼬물해보는 동안, 간호사들은 나를 침대에 눕혀서 입원실로 이동시켰다. 침대에 누워서 어디론가 이동하는 건 드라마에서나 봤는데... 내가 그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입원실에 가서도 하루 넘게는 내 힘으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입원실 침대로 옮겨지는 동안에도 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한 3일 동안은 너무 아팠던 것 같다. 제왕절개는 쉽다고 날라다닌다고 했던 경험담들이 원망스러울만큼 너무 너무 아팠다. 그 와중에 회복을 빨리 해야 한다고 다음 날부터 바로 일어서서 걸어다니라고 하는데,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너무도 힘들었고, 빨리 회복해야 하니 누워서 몸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가며 옆으로 눕는 것도 계속 하라고 하는데 몸 한 번 트는 것도 너무 아팠다. 3일 정도 지나니 극강의 고통은 좀 지나가고 혼자서 누웠다 앉았다도 어느 정도는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안 아팠던 건 아니고.. 그러다가 일주일쯤 지나니깐 이제는 아픈 게 많이 사그라들었고,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끝낼 때쯤, 그러니깐 수술하고 3주 정도 지났을 때는 눕다가 일어났다가 아프니 조심해야겠다는 걸 잊을 정도로 통증은 가셨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가, 이 때쯤 되니 '제왕절개 괜찮네?', '제왕절개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수술자국에 관한 후기
내가 나의 산부인과 담당선생님을 지정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수술자국을 티 안 나게 해 주신다는 후기를 보고 나서였다. 그래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지금 수술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보니, 수술자국은 아주 선명하지만, 팬티라인 아래로 긴 줄이 있고, 그 길이는 자로 재어 보니 10~12cm 정도이다. 이 부위에 제모를 해서 지금은 잘 보이는데, 나중에 털이 다시 나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이것 밖에 안 짼 상태에서 아기를 꺼낼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작은 크기이다. 켈로이드 피부인지 아닌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빨간 줄로 선명하게 나 있기는 한데, 이게 부풀어 올라서 지렁이처럼 될지 말지는 몇 달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 검색해보니 1년이 지나서 켈로이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가 없다.
- 변비...(더러운 얘기이므로 취약하신 분들은 절대 읽지 마세요. 하지만 변비로 수술 앞두고 고민이 많으신 분들은 읽어 보시며서 대책을 세우셔도 될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임신 내내 악성 변비로... 각종 즙이나 기타 등등을 먹지 않으면 변비 해결이 어려웠다. 정말 안타깝게도 수술을 앞두고 이틀 정도 화장실을 가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을 해야했다. 관장을 했으면 해결이 되었을지 몰라도, 관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내 장에는 오래된 대변이 계속 묵혀 있었다. 알다시피 수술 후 통증이 엄청난데다가 하루 정도는 물도 못 먹고, 그 후에도 죽인지 미음인지를 먹어야 했기 때문에 대변을 볼 수 있는 건 수술 후 3일인가? 4일인가 지나서부터 가능하다. 문제는, 나는 이미 수술 전부터 보지 못한 변이 있기 때문에, 내 느낌에 항문 바로 문 앞에 변이 꽉 차 있다는 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변을 며칠 내내 보지 못하고 굳을 대로 굳어진데다가 뭔가 조금씩 먹게 되면서 변이 더 쌓이게 되었고, 그래서 수술 후 처음 대변을 보는 날 정말 개고생을 했다. 뭔가 잔뜩 쌓여 있는데 나오지 않는 느낌.. 결국 화장실에서 거짓말 안 보태고 4시간 정도는 사투를 벌인 끝에 대변을 보았는데, 그냥은 너무 똥이 커서 안 나와서 변기에 앉은 채로 손을 뒤로 하여 항문을 양쪽으로 약간 벌려주듯 하고 나서야 변을 볼 수 있었는데... 결국 병원 변기가 막혀서 내 손으로 처리해야 했다. 처리하면서 보니 진짜 엄청 큰 고구마 하나 같은 느낌이었다. 크고 딱딱하고... 똥을 싼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해결하고, 또 이런 경험을 할까 두려워 병원에 얘기해서 마그밀을 처방 받았다. 문제는 이 때부터 또 너무 겁을 먹어서 마그밀을 꼬박 꼬박 삼시 세끼 다 챙겨먹고, 또 미역국도 열심히 먹고, 변비 걱정으로 집에서 만들어 온 야채즙도 다 먹었다. 결국은.. 변비 후에 또 심한 설사가 찾아와서 대장내시경 약을 먹고 똥 싸는 느낌으로 설사로 며칠 내내 다시 개고생을 했다.
내 인생 최악의, 가장 힘든 변비, 설사 투혼이었다. 수술 후라서 가뜩이나 배도 아프고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기조차 힘든 상태였는데, 화장실까지 가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생각해보면, 일단 수술 전까지 반드시 변비를 해결하고 수술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 며칠 전에 마그밀을 먹든, 야채즙을 먹든, 푸룬쥬스를 먹든, 뭘 해서라도 수술 전에 반드시 쾌변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제왕절개 수술 수 나처럼 또 급 설사를 겪지 않으려면 마그밀을 처음부터 삼시세끼 정해진 양으로 다 먹지 말고, 조금씩 먹어가면서 경과를 봐야한다. 그리고 미역국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 미역국이 변비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걸 출산 후에 알게 되었다. 집에 와서도 미역국을 먹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화장실 컨디션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마그밀과 미역국을 동시에 들이부을 경우, 나처럼 대장내시경 약먹은 것처럼 설사를 할 수도 있으니, 역시 몸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양을 조절하고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 그 밖의 경험과 증상들
1) 소변줄 : 제왕절개 소변줄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나로서는 이건 다시 겪어보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별로... 소변줄을 꽂는 것부터가 별로였는데, 제왕절개 수술실에서 마취 주사를 맞은 후에 잠들기 전에 소변줄을 꽂아준다. 마취하고 나면 소변줄 꽂는 느낌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취가 서서히 퍼지는 것인지, 수술실에서 재워주기 전까지 발가락까지 느낌이 다 느껴졌었고, 당연히 소변줄 꽂는 느낌도 느껴졌다. 아주 찰나지만 그래도 꽂을 때 아프다. 참고하세요... (소변줄 뺄 때도 조금 아픈데.. 그것 역시 찰나이므로.. 그 또한 지나갑니다.)
2) 코골이, 코고는 증상 : 수술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침대에 누워 다른 임산부, 산모들과 함께 있는데, 수술을 마치고 온 어떤 산모가 회복실에서 코를 엄청 골면서 자는 거다. 정말 세상 떠나가라 코를 골았다. 그래서 남편과 '어머 왜 저래' 그랬는데, 수술 후 나 역시 코를 엄청 골았다.. 회복실에서 골았는지까지는 모르겠는데, 밤에 자면서 한 2~3일 정도는 잠만 자면 코를 엄청 골았다. 어떻게 아냐면,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자다가 깬 적이 몇 번이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을 하면서 몸이 너무 피곤해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코고는 증상은 며칠 뒤 없어짐.
3) 엄청 잠이 오는 증상 : 수술 후 며칠 동안 머리만 대면 잠이 들었다. 뭔가 수면제가 투여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이 역시 며칠 뒤는 괜찮아졌다.
4) 발열 : 수술 후 38도에서 39도 사이까지 열이 났다. 병원에서 해열제와 항생제까지 투여해 주고 난 후에 다음 날 다행히 열이 내렸다. 열이 올라 본 적이 없어서 혹시 무슨 문제있나 너무 무서웠는데... 역시나 수술 후에는 발열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5) 제왕절개 수술 수 부종 : 다리 부종이나 팔 부종이 있을까봐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원래 조금 마른 체질이기도 하고, 또 잘 붓지 않는 체질이기도 해서 다행히 부종은 없었다. 부종은 반드시 꼭 오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텐데, 전 없었습니다.
6) 수술부위 흉터 통증 : 수술한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며칠 엄청 아프고 부어오르는 시기가 있었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며칠 지나니 괜찮아졌다. 경험해 보니, 아기 돌보면서 엄청나게 무리하고 힘을 많이 쓰면 그 부위가 좀 붓고 따갑고 아프고 간지럽고 열감이 느껴지고 화끈거리는 것 같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무리하지 않으면 다시 괜찮아지고..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수술 후 근육이 다시 재생하고 새 살이 돋고 그러는 과정에서 그런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염증인지 아닌지 알려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이상 나의 제왕절개 경험담에 대한 기록이다. 아직 수술한지 몇 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만 얘기하자면 할만했던 것 같고 괜찮았던 것 같다. 자연분만의 고통을 알 수는 없지만, 제왕절개 고통은 할부라고 하던데 할부로 느낄만큼의 고통과 후유증은 없다. 자연분만 하시는 분들 새삼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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