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테이지 파이터] 1화가 시작되었다. 스테이지파이터의 시작을 보니 예전에 스우파1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여성 댄서들이 춤을 잘 추는 게 너무 멋있었고 이런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신선해서 중반까지는 진짜 재미있게 봤었다. 그 후 시리즈들은 개인적인 흥미가 약간 시들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스테이지파이터'는 사실은 하는 줄도 몰랐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의해 이 프로그램의 예고가 떠서 '발레-현대무용-한국무용' 순서로 선공개 예고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선공개 예고 영상인데도 불구하고 한 장르당 본방 한 회급으로 긴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예전에 4년 정도 거금을 써가면서 발레를 배워봤고(지금은 안 배우지만), 발레 공연도 여러 번 공연장에 직접 가서 봤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을 그래도 다각도로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만 2회부터 많이 나오게 될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1회보다는 낯선 느낌으로 보게 될 것 같지만..
발레로만 1회를 채운 건 무리수인 듯
발레 선공개 영상을 먼저 보지 않고 1회 방송으로 내가 이 방송을 처음 본 것이라고 쳤을 때, 개인적으로는 1회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나의 경우 너무 동경하고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발레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발레에 몰빵한 1회 방송이 내겐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건 그냥 나의 관점이고 나처럼 발레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 그저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만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발레로만 가득했던 1회가 과연 재미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방송 보는 내내 들었다. 발레를 조금이라도 알거나 관심이 있거나 하는 사람들이 이번 1회에 대해 재미있느니 마니 하는 건 결코 대중적인 판단이 될 수 없다. 뭐라도 알고 보는 거니깐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1회의 경우 발레 클래스의 바, 센터 동작들을 구성하여 무용수들끼리 오디션처럼 경쟁하며 계급을 나누는 장면이 거의 70% 이상 이다. 솔직히 발레를 안 배워 본 사람들이 보기엔 발레가 세상 편한 춤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바 동작들의 경우 그냥 발과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앞으로 뺐다 뒤로 뺐다 이게 전부인 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방송 중 발레 무용수들이 '힘들다', '죽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도 보는 시청자들 중에는 '저게 뭐가 힘들다고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지?'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직접 해보면 체력 소모가 많고 진짜 너무 너무 힘든 발레 동작들이 보는 사람들은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인다는 게 예능적으로 따지자면 문제다. 다른 장르의 춤들처럼 날고 뛰고 돌고 이런 것들이 화려하게 그대로 막 드러나는 춤도 아니고, 발레 바 음악 자체도 피아노곡이라 사람들을 확 끄는 맛이 없고, 그렇다 보니 다른 장르의 춤에 비해 왠지 좀 쉽고 지루해 보여서 보는 재미도 덜하고, 결국엔 시청자들이 재미없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건, 선공개 영상이나 무용수들의 프로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다른 장르 댄서들에 비해 발레댄서들이 매력이 좀 딸려 보이는 면이 있었는데, 1회를 풀로 보니깐 각각의 매력 같은 게 좀 더 드러나서 예상보다 더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일반인들에게 반응이 올만한 재미를 주기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진입장벽으로 느껴지는 남자 발레 의상
또 개인적으로는 남자발레 무용수들의 의상도 대중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워서 이런 프로그램에 발레가 나올 때마다 좀 아쉽다. 나는 발레를 좋아하고 어느 정도는 발레를 보는 것에 그래도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이 남자가 발레한다고 하면 의상부터 떠올리며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여기는 그 의상에 대해 나 역시 똑같이 거부감과 불만 같은 걸 가지고 있다.
발레라는 춤이 처음 시작된 게 진짜 예전에 왕과 귀족이 있던 그런 시대이고, 의상도 그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오는 건데 지금 시대가 이만큼이나 바뀐만큼 발레가 대중을 어느 정도 흡수하기를 바란다면 의상 같은 것도 발레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의상으로 입고 나오면 좋지 않을까? 그냥 조금만 덜 타이트 해도 훨씬 좋을텐데 말이다.
타이트한 하의 의상을 입어줘야 다리 근육이나 움직임, 라인 같은 걸 더 잘 볼 수 있어서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것도 머리로 알긴 알겠는데.. 발레리노들보고 왕자라고는 하는데 왕자들이 위에는 멀쩡하게 입고 아래에는 그냥 타이즈만 입고 있으니깐 나같은 평범한 일반 사람들 눈에는 왕자가 왕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단 말이다.. 이번 1회 방송에 대한 후기들을 보니 어김없이 발레리노 의상 이야기도 있어서 왠지 더 아쉽다. 보디빌딩처럼 보는 사람 불편하다고 의상 바꾸라고 결코 이야기 할 수 없는 장르가 있듯이 발레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또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전문가들이 다 뜻이 있어서 오랜 시간 그 의상을 유지하는 것일테니 어쩔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평범한 대중으로서 의견을 한 번 이야기 해 봤다.
현대무용은 도대체 왜 안 나온 걸까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좀 번갈아 가면서 보여줘야지 왜 1회에서 발레만 계속 보여주었는지 제작진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그 흐름이 끊기면 재미가 덜하다고 느낀 건가? 형평성 부분에서도 그렇고, 보는 사람의 흥미유발을 위해서도 이 장르, 저 장르 바꾸면서 보여주었으면 1회가 훨씬 더 재밌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엠넷 그런 거 잘하지 않았나? 프듀 같은 건 그렇게 막 정신없이 여기 보여줬다가 저기 보여줬다가 편집해서 보여줬던 것 같은데..
그래도 발레 입장에서 보자면 1회에 몰아서 보여준 게 더 나았을 것 같긴 하다. 아마 다른 춤 오디션과 번갈아 가면서 보여줬다면, 다른 장르의 역동적인 음악과 움직임이 나오다가 갑자기 발레 바, 센터가 나오면 훨씬 더 지루하게 보여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걱정해서 1회에 발레만 쭉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선공개만 보면 솔직히 한국무용 출연자들이 프듀 같은 재미를 주는 인상적이고 멋있는 캐릭터들은 제일 많아 보였고, 그런 사람들도 1화에서 좀 보여줘야 방송이 더 재밌었을텐데, 왜 이런 저런 것들을 다 섞지 않고 발레에만 올인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엠넷이다. 현대무용은 왜 아예 안 나온 건지도 의문이고.. 2회에선 부디 잘 편집해서 보여주길 바란다.
최후의 승자는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발레도 그렇고 다른 무용도 그렇고 언더 그룹으로 들어간 댄서들, 퍼스트가 되지 않은 무용수들도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이즈 플래닛은 내가 보다가 그만 둬서 잘 모르겠지만, 프듀를 예로 들자면, '나야 나' 무대를 할 때 무대에 서지도 못하고 조명도 못 받고 저 밑에 바닥에서 춤추던 멤버 중에도 워너원으로 데뷔한 멤버가 있다. 지금 언더라 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봐도 파이널까지 가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CF도 찍는 멤버는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물론 여기 출연자들이 유명세나 CF나 그런 걸 원해서 나왔다는 건 아니고 이 방송이 과연 그렇게까지나 인기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댄스 서바이벌의 경우, 최종 우승자 말고 적당히 인기를 끌어모은 상태에서 하차 후 방송 나오고 광고나 찍으면서, 계급 미션도 끝까지 안해도 되고 편하게 지내는 탈락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남은 방송에서 어떻게 어필하고 분량 받고 대중의 눈길을 끄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 퍼스트여도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누가 어떻게 뜨고 질지는 엠넷도 모른다. 어차피 엠넷 서바이벌은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1등이 되는 방송이 아니다. 인기도 있어야 되고, 운도 있어야 한다. 본인 매력만 어떻게든 잘 어필하면 군무만 해도 귀신같이 찾아보고 지지하는 팬들이 반드시 있다. 압도적인 1등에 비하자면 한계는 있겠지만 압도적 1등도 막판에 2등이 되기도 하는 게 엠넷 서바이벌이다(그러니 본인이 언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마시길..).
근데 이렇게 말은 해도... 언더 그룹이 되면 보는 사람조차도 힘이 빠진다. 나도 방송을 보고 응원하는 무용수가 생겼지만 압도적 1위가 아니라서 1회가 방송된 지금 시점에 찍어놓은 회차와 무대에서 그 무용수는 이미 탈락해 있을지도 모른다. 스우파1 때도 당시에 나는 노제를 좋아했는데 일찌감치 탈락해서 김이 빠졌는데.. 결국 끝까지 방송을 안 봤다. 만일 이번 방송에서도 내가 마음이 가는 무용수가 진짜 탈락하는 게 방송에 나오고 나면 아마도 다시 허탈한 마음으로 이 방송을 그만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과연 뭘까?
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이나 기획의도도 뭔지도 잘 모르겠고.. 여러 장르 중에 가장 춤을 잘 추는 최강의 댄서 한 명을 뽑는 건지? 아니면 가장 대중들에게 호응을 받는 장르를 뽑는 건지? 이게 다른 스트리트 댄스 파이터 시리즈처럼 팀별 출연이 아니라서 예측이 잘 안 된다. 최종으로 1등하면 세계적인 댄스 컴퍼니에 입단 기회가 생긴다는데, 그럼 한국무용에서 1등이 나온다면 어쩐다는 건지? 한국무용은 우리 나라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1등은 상금 같은 건 없나? 도대체 이 방송이 출연자들에게는 어떤 메리트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 1회 시청 소감을 구구절절 길게 적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지만 아쉬움도 많은 1회였는데, 다음 회는 1회보다 재밌고 자극적으로 잘 만들어주길 바라며.. 1회 시청률이 1%도 안 나왔던데, 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속상하다. 아무쪼록 엠넷이 예전의 기량을 뽑아내며 기획과 편집에 좀 더 분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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