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파이터 2화를 모처럼 본방송으로 봤다가(평소에는 다시보기 이용) 매우 후회를 했다. 분명히 본방송은 밤 10시에 시작이었다. 그런데 왜 새벽 1시가 다 될 때까지 끝나지 않는지 건지... 방송을 보면서도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 빨리 자야하니깐 얼른 끝나길 바라면서 말이다.
나중에 티빙 다시보기에서 2화 방송시간을 확인해 보니 2화 방송시간이 총 169분이었다... 이렇게 길 줄 알았으면 그냥 일찍 자고 본방사수를 안했을텐데, 방송시간을 모르고 이미 보기 시작한 이상 전개가 궁금해서 계속 보다보니 새벽 한시를 넘겨서야 잘 수 있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무용에 나오는 무용수들이 제일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걸 볼려고 기다렸는데, 나만 재미있어 한 게 아니고 시청층 모두가 한국무용을 제일 재미있어 했던 모양이고 제작진들도 그걸 알았던 모양인지 한국무용 분량이 중후반부로 밀려 있어서 그걸 기다리느라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방송을 봤다. 편집의 꼼수에 넘어가서 새벽을 넘겨 잠이 들었더니 며칠 내내 피곤하고 엉망인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유일하게 즐겨보고 재탕 삼탕하는 프로그램이라 후기를 남겨본다.
처음 접해보는 한국무용 창작
발레를 배워봤기 때문에 그래도 재미있게 봤던 1화와는 달리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이 나오면 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지겠다는 나의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던 방송이 이번 2화였다. 그나마 현대무용의 경우에는 티비에서 간간히 나오는 것들이 있으니깐 무용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그래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것만 같은 춤인데, 한국무용의 경우 흔히 알던 것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형태의 춤들이 나와서 낯설면서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국무용이라고 하면 부채 들고 춤추거나, 장구 매고 춤 추거나 하는 것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주 예전에 유튜브에서 동아콩쿨 영상을 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한국무용 참가자 몇 명의 영상을 스치듯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한국무용이 아니네, 지루하지 않네, 멋있네'라는 생각 정도는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0년도 더 전에 내가 봤던 영상보다 지금 시대의 한국무용은 훨씬 더 뭔가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방송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한국무용 장르가 '전통/창작'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인데, 전통은 우리가 흔하게 아는 그 춤, 머리로 떠오르는 그 이미지의 무용이고, 창작은 그런 전통에서 가져온 것들과 현대적인 움직임들이 어우러진 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지를 이 방송을 보기 전에 전혀 몰랐다. 관심도 딱히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방송으로 보니 한국무용 전공자들이라고 이 방송에 나온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춤들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기에도 감탄할만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부분들이 새롭고 또 매우 멋있어 보였다. 오디션 음악부터가 이런 음악이 한국무용 오디션 음악으로 쓰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반면, 춤알못인 내가 그냥 막눈으로 보기에는 멋진 춤을 보여주는 한국무용수들의 춤이지만 거기서 한국적인 느낌은 많이 받지 못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 실제로 한국무용 창작은 현대무용과 거의 흡사한 움직임으로 가는 추세가 된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무용 종사자들과 업계에서도 한국무용의 나아갈 길에 대한 토론과정에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 같은 것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여기까지는 모두 그냥 인터넷 검색 결과임).
이번 2화를 보고 나서, 현대무용 같은 움직임 속에서 그래도 한국적인 느낌이 춤알못인 내게도 느껴지게 했던 무용수라고 개인적으로 느낀 사람은 박진우 였다.
물론, 방송에서 심사위원들이 박진우를 절대강자인 최호종과 비교하며 막 엄청난 극찬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바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같이 뭘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봤는데도 그 춤을 보고 '한국무용의 호흡, 선이라는 것이 저건가 보다' 하고 잠시 느끼게 했다는 면에서 춤을 잘 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박진우가 나의 원픽이라는 건 아니다(나의 원픽은 따로 있음). 다만 전통적인 한국무용을 좀 지루하게 느끼는 나같은 사람조차도 한국무용을 본다고 하면 최소한의 지루하지 않을 정도만큼은 한국무용의 느낌과 선, 호흡이 조금씩이라도 표현된 춤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장르의 무용수들의 춤과 한국무용수들의 춤이 차이가 확실히 나는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렇게 길게 적어보았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회까지만 봤을 때 이 프로그램에서 팬들을 모을만한 개성있는 무용수들이 가장 많이 있는 쪽은 한국무용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방송도 스땡파 시리즈처럼 관객을 모아서 방송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한국무용수 팬들이 제일 많을 것 같다.
진짜 난해했던 현대무용, 그리고 아이반...
한국무용에 대해서 제일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한국무용은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의외로 현대무용이 보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면서 봤다. 피지컬&테크닉 오디션의 즉흥부분들은 특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유로운 춤의 대명사여서 그런지 어디까지가 안무이고 어디까지가 즉흥인지도 춤알못인 내가 보기에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방송을 보면서 저 사람들의 저 춤이 미리 짠 안무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기고 마음대로 추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약간 재즈댄스 같기도 한데, 스트릿댄스 같기도 하고, 어떤 거는 개인적으로는 좀 오글거리는 동작들도 있고..
현대무용만의 몸짓의 특징이 뭔지를 모르니깐 보면서 막 재미를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경연곡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음. 미드 섹스앤더시티 주제가 같은 그 음악은 도대체 누가 고른 걸까..). 물론 한국무용도 뭘 모르고 보는 건 똑같았지만, 방송에서 나온 한국무용 경연은 보면서 낯선 느낌이 그래도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의외로 약간 아이돌춤 같은 느낌도 났고, 의상도 펄럭거리는 것들도 예뻐서 춤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현대무용은 그냥 바지만 입고 있으니 그저 동작과 춤만 볼 수 밖에 없는데 그 동작들마저 내가 아는 바가 전혀 없으니.. 어렵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만 방송을 보면서 현대무용이 그냥 춤만 추면 되는 줄 알았더니 공중에서 뛰고 돌고 하는 어려운 테크닉들이 너무 많아서 잘 추기가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어려운 춤으로 보이는 현대무용 경연에 아이반이 나오는 걸 보고... 일단 정말 짜증이 났다. 우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의 엠넷의 어그로력은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방송국놈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니깐.. 만일에 아이반 본인이 이런 방송의 포맷을 다 알고도 굳이 나가보겠다고 했다면, 그래서 그렇게 낙동강 오리알을 자처했다면 그건 본인 선택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보기 불편한 나같은 사람은 그냥 안 보면 되니깐.. 근데 그게 아니라 만일에 방송국에서 이런 포맷의 방송이라는 걸 설명해주지 않고 출연시킨 거라면?
본인이 참가 신청을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예전 댄싱9처럼 여러 장르 섞어서 일대일로 대결하는 걸로 알고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프로그램인 줄 알고 나온 건지, 잘 모르고 나온 건지 진실은 우리같은 시청자들은 알 수는 없지만.. 뭐가 됐든, 그렇게 뜬금없는 사람이 뜬금없는 장르 경연에 나온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보기가 불편했다. 생판 다른 장르의 우수한 댄서를 현대무용 경연에 뜬금없이 끼워넣은 이런 기획이야말로(아이반 한 명이 아니라 두 명만 끼워넣었어도 이렇게 짜증은 안 났을 듯) 누가 이런 걸 생각하고 누가 이런 걸 컨펌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엠넷이 엠넷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아이반 본인도 인터뷰에서 '찐따 같았어요'라고 말하던데, 나는 누군가가 찐따가 되는 모습을 굳이 보고 싶지 않다. 근데 뭐..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서 이런 자극적인 에피소드들이 조회수나 화제성을 올려주다 보니 방송국들도 포기를 못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뭐 방송국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혹시 모른다. 또 서사를 잘 받아서 방송이 계속될수록 아이반이 뜨고 출연한 게 더 나은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그 쌩뚱맞은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건 대단하다고 본다. 아무쪼록 잘 되시길..
어느 방송이든 주연, 조연, 엑스트라가 있어
방송을 보면서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대표적으로 프듀101)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사람, 인기있는 사람만 계속 보여준다. 이번 2화는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의 피지컬 오디션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역시나 잘하는 사람들 혹은 눈길을 끌거나 댓글 반응이 좋은 사람들은 오디션하는 모습도 풀로 다 보여주고 다른 출연자들의 평가 코멘트 같은 것도 곁들여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지 않거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비춰주질 않는다. 그나마 다른 무용수들을 평가하는 코멘트로라도 본방에 조금이나마 나온 사람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것이다. 발레의 박민우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언더이지만 그래도 원샷이나 멘트가 거의 세컨드급으로 많이 잡힌다. 어떤 사람들은 등장부터 지금까지 원샷이 한 번도 안 잡힌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은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 해서 많이 봐야 하고 그래야 시청률이나 조회수도 잘 나오기 때문에 공평성을 추구한다고 모두를 다 똑같이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건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면서 좀 짠한 마음이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다. 저기 출연한 사람들 모두가 자기 분야의 춤에서 1등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각자 어디가면 춤 좀 춘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들일텐데 그런 사람들만 모아놓으니 그 안에서도 1등과 꼴지, 인싸와 아싸, 뭐 그런 것들이 존재하고 그게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보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예능을 예능으로 보지 못하고 다큐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다보니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한 구석 마음이 늘 불편하다. 이런 거 싫으면 그냥 서바이벌 안 보면 되는데, 또 재밌으니깐 놓지를 못하겠다.
이상, 스테이지파이터 2화의 긴 시청 후기였다. 발레도 좀 나오긴 했는데 이번 화에서는 너무 짧게 나와서 그건 그냥 다음 주에 본방송을 본 후에 적어볼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가 거의 본격적인 경연 시작이라서 기대가 된다. 다음 주는, 다음 날이 공휴일이니깐 2회처럼 3시간 가까이 해도 괜찮을 것 같다. 3회 방송 길게, 많이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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