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29주차 정기검진을 다녀왔다. 지난 검진 때만 해도 아기가 아직 자세를 돌리지 않은 상태라서 담당 선생님이 아직 자세가 안 돌아갈 수도 있는 시기니깐 나중에 상황보고 분만 방식 어쩌고 저쩌고 하시길래 냉큼 '선생님, 저는 날 잡아서 수술하고 싶은데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뜻밖이라는 듯 웃으시며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인터넷 후기에 찾아보면 의사 선생님들이 반대해서 제왕절개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자연분만으로 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나의 담당선생님은 아무런 반대없이 엄마가 원하는대로 하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반대하지 않으신 건, 내 나이탓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 본다. 내가 20대, 30대 초반만 되었어도 선택제왕으로 제왕절개 하겠다고 했으면 아마도 자연분만을 권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그런데 나는 40대 초산이니깐 그래도 크게 반대하시지 않으셨던 것 같다. 얘기 들어보니깐 우리 사촌언니도 출산할 때 진통이 너무 아파서 수술해달라고 의사에게 사정 사정 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고.. 근데 그 때 그 언니는 20대였으니깐... (물론 20대라고 다 쑴풍 애를 낳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의사 선생님들이 잘 안해 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듯 했다.)
오늘 29주 검진이라서 초음파를 보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자세를 잘 돌았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역아가 아니고, 머리가 아래쪽으로, 엉덩이가 위쪽으로, 정상적으로 자세를 잘 돌린 것이다. 그 순간, 왠지 자연의 섭리대로 우리 아기는 시기에 맞게 자세도 잘 돌리고 잘 크고 있는데 내가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살짝, 잠시 들긴 했다. 초음파 검진이 끝나고 선생님께 '제 나이에도 자연분만 하는 사람이 많이 있긴 한가요?' 하고 여쭤봤더니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없진 않다고 하셨다. 하지만, 솔직히 35세가 넘어가면 골반의 탄력성이 떨어져서, 원래는 아기 낳을 때 골반이 벌어졌다가 아기 낳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그 탄력성이 떨어지는 나이가 되면 벌어졌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힘을 잘 못줘서 골반에 아기가 끼어있는 상태로 있으면 그 때는 또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젊은 산모보다 쉽진 않지만, 그래도 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의지가 강한 산모라면 모르겠지만, 나이도 있고 수술도 나쁜 선택은 아니니 엄마가 마음이 가는대로 결정하면 된다고 하셔서 조금 마음이 괜찮아졌다.
사실, 내가 노산인 게 차라리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이번에 들었다. 다들 보면 어떻게든 나이 상관없이 자연분만 하려고 애쓰고 의지가 강력한데, 나의 경우에는 이상하게 처음부터, 젊은 시절부터 힘줘서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내 모성애가 부족한 걸까? 임신하고 나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엔 한결같이 제왕절개를 원했다. 친정 엄마가 내게 '너 무서워서 그러지?'라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맞다.. 제왕절개도 후기를 찾아보니 무섭긴 매한가지인데, 평소 내 성격과 체력, 운동신경, 엄살의 정도, 성향 등을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자연분만을 할만한 위인은 못된다. 그래서 그나마 나이 핑계라도 대고 수술을 선택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종교는 안 그러면서 사주를 좀 보는 편이다. 미신이니 뭐니 얘기들 하지만, 나는 사주는 일기예보 내지는 미세먼지 예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고, 신께서 정해주신 우리의 타고난 삶을 인간이 모두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비슷하게 예측이라도 해보려고 오랜 시간 자료 조사로 통계를 낸 것이 사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참고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덕을 많이 쌓느냐의 여부에 따라 변동사항이 있겠지만, 그래도 타고나는 글자를 어느 정도는 골고루 맞춰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날짜를 잡아서 출산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 절실하게 생각한 것에는, 나와 남편의 사주가 뭐가 하나씩 대놓고 없는 글자가 있는 팔자라 둘 다 40대까지 그야말로 사주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식은 그나마 우리처럼 결핍된 글자는 없이 삶을 시작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임신하고 나서 보니깐, 임신이 된 시기에 이미 출산 시기는 정해지는 것이고, 출산 시기에 택일을 해봤자 예정일에서 2주 정도 밖에 선택범위가 없는데다가, 그 비슷한 시기에는 날짜랑 시간을 머리굴려 짜 봐도 크게 막 인생이 달라지는 좋은 사주가 그 사이에서 갑자기 뾰족하게 튀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그 비슷한 시기에는 다 고만고만해서 우리 아기 같은 경우에도 뭔가 정해진 큰 틀의 운명을 피할 순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맘대로 덜컥 날을 잡기도 그래서, 결국은 날짜를 돈 주고 잡는 걸로 결정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 의사선생님께 선택제왕으로 정해서 날짜를 대충 정하고 왔다. 이제는, 내가 날짜에 대해 좀 더 검토를 한 후에, 우리 아기가 정해진 날짜를 비껴가지 않는 선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는, 아기에게 엄마가 알아 온 날짜에 나오기는 하되, 모든 건 하느님의 뜻이니깐 만일 니가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서 내가 선택한 날짜가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면, 그 때는 신께서 정해주신 뜻에 따라 그 날에 나오거라 하고 이야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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