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미니멀라이프, 진정한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은 버리기가 아닌 '사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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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현실 미니멀라이프, 진정한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은 버리기가 아닌 '사지 말기'

by 나겸♡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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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5년 동안 쭉 살던 15평 남짓의 아파트에서 짐을 모두 뺐다. 우리는 3월 초 디딤돌 대출실행일에나 이사를 해야 하는데, 기존에 우리가 살던 집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2월말에는 입주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보관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보관이사는 이삿짐을 다 빼서 컨테이너에 일정 기간 보관하다가 입주일에 맞춰서 컨테이너에 있는 짐을 빼서 다시 짐을 옮기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 처음 해보게 되었다.

보관료 자체는 하루에 만원도 안하는데, 이사를 두 번 하는 셈으로 치기 때문에 이사비용이 두 배가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정말 너무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용을 두 배로 내고 나서라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이사짐을 모두 빼면서 너무 많은 우리집 짐들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원래 우리 집은 방 두 칸에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로 실평수가 15평 정도되는 아주 좁은 집이어서 짐을 둘 공간이 많지 않다. 또 이사를 앞두고 냉장고도 그래도 많이 비워두었고, 또 그릇 같은 것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방짐 정리는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주방 그릇과 냉장고 정리를 이삿짐센터에서 사람을 쓰지 않고 직접 하면 20만원 정도 할인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집도 좁은데 주방은 더더욱 좁고 냉장고와 싱크대에 짐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만만하게 본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주방짐 정리를 시작하니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리고 내 생각보다 짐이 너무 많았다. 흔히 보는 파란색 플라스틱 이삿짐 박스 크기의 짐들이 5박스나 나온 것이다! 그리고 많이 비웠다고 생각했던 냉장고에서도 각종 여러 오래된 것들이 구석구석에서 나왔고, 또 분해를 해보니 냉장고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더러웠다. 제대로 된 청소는 하지도 못하고 그냥 물에 적신 행주로 닦아내기만 했는데도 반나절이 걸렸다. 
 
그렇게 부지런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방도 그렇고 짐들이 좀처럼 정리가 되질 않았다. 

(짐정리를 하고 또 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짐정리를 하면서 집안 곳곳에서 나오는 짐들, 그리고 관리와 청소가 되지 않은 집안 구석구석들을 보면서, 이번 이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 점들을 잠시 정리해 보려 한다.

 

진정한 인테리어는 청소와 정리정돈

이사일을 앞두고, 평소 오며 가며 만났던 옆집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아이를 만나면 항상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고 좋은 덕담을 해주시고, 가끔 건강식품 같은 것도 주시는 등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소한 선물을 준비하여 찾아갔는데,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주시며 답례선물을 주신다고 잠깐 들어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집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우리 집과 똑같은 평수에서 혼자 사시는데, 집 현관부터 방안까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제 막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한 큰 화분도 현관 앞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었고, 집에 짐 자체도 많지 않고 간결하고 검소했다. 급조된 방문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우리 때문에 집을 치우신 것은 아닌 것 같고, 원래 급조된 청소는 딱 보면 티가 나는데 그런 것이 아니고 매일 깨끗하게 청소한 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집은 뭐 특별히 이쁘게 꾸며진 것도 없고, 엄청난 인테리어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깨끗하게 청소와 정리가 된 것만으로도 그 어떤 호화로운 인테리어 집보다 큰 감동이 있었고 깨달음을 주었다. 잘 정돈된 할아버지집을 보자마자 약간의 부끄러움, 혹은 죄책감 비슷한 기분이 들면서 평소 부지런하게 정리정돈을 하지 않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남편에게 나의 큰 깨달음을 말해 주었더니 혼자 살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말을 쉽게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자취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깔끔하게 지낸 적이 없고 지금 사는 집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혼자 산다고 아무나 다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남편도 내가 잘 아는데 그렇게 정리정돈 잘해두면서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이번 짧은 방문을 계기로 새로 이사가는 집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스스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입주자 단톡방에서 사람들이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고 새 가구나 가전제품을 자랑하는 것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마음이 컸는데 그런 마음도 싹 정리되었다. 큰 깨달음을 주신 할아버지께 한 번 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항상 건강하세요.)

 

진정한 현실 미니멀라이프는 버리기와 비우기가 아닌, '사지 말기', '있는 물건 최대한 활용하기'

넘쳐나는 짐들을 어떻게든 정리를 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이걸 왜 샀을까?
이걸 왜 정리하지 않았을까?
이걸 왜 제자리에 두지 않았을까?
여기는 왜 진작 매일 청소하지 않았을까?
 
나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깝긴 하지만 미니멀라이프를 동경하여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맥시멀리스트'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한 때는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에 빠져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갖다 버리는 것도 해봤고, 정리를 위해서 정리용품이나 정리함을 오히려 더 사는 모순된 소비를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짐정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진정한 현실 미니멀라이프는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멀쩡한 짐들을 다 버리고 비우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부터가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5년 동안 그 집에 살면서 굳이 뭘 비우지 않더라도 들이는 것만이라도 좀 더 신중하게, 들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했다면 이사할 때 이 지경으로 힘들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육아용품, 육아서적도 정리가 어렵다..)

그리고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이 그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실행하려 한다면, 그냥 내 집구석 하나 미니멀인 게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나라, 전세계에 속하는 구성원의 하나로서 인류를 위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려는 마인드와 노력도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일단 원하든 원치않든 내 집으로 이미 들어온 물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재활용을 위해 머리를 굴리며 우리 집 밖으로 내보내지는 물건의 양 자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도 중요한 것 같다. 막말로, 우리 집안만 새하얗고 텅 비었는데 그걸 유지하기 위해 내가 매일 뭔가를 버리고 비운답시고 내가 내보내는 쓰레기가 세상 밖 어딘가에서 계속 쌓이고 있다면, 그게 과연 미니멀라이프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이번 입주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게, 절대로 뭔가를 막 사지 말자는 것이다. 식탁, 소파 뭐 이런 것들은 그래도 사야겠다는 생각이지만 진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있는 것을 최대한 재활용하려 해보고, 나에게는 감당이 안 된다면 좀 손해를 보더라도 당근마켓 같은 것을 통해 저렴하게 팔거나 나눔을 하면서 어쨌든 물건이 버려지는 것을 막는 것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나도 한때는 미니멀라이프 유튜브 영상 같은 걸 따라한답시고 주걱이나 뒤집개 같은 걸 다 괜히 다 나무로 바꿔보는 쓸데없는 짓을 해보기도 했는데..ㅋ 그리고 형편만 됐다면 흰색 가구로 싹 바꾸고 뭐 그런 노력도 했을 것 같다. 자금의 여유가 없었던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번에 이사 가서 짐정리하면서도 남들 인테리어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그 시간에 청소하는 습관이나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그릇과 살림살이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어떻게든 새것을 사지 않고 있는 것을 최애한 활용하여 집들이 손님도 대접하고 집안 정리도 할 예정이다. 물론 뭐.. 그러면서도 아기자기 귀여운 것들 하나쯤은 포기 안 할 생각이다. 난 태생이 맥시멀리스트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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