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옷 정리(40대 중반 여성의 옷 재활용, 조심스러운 옷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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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라이프 옷 정리(40대 중반 여성의 옷 재활용, 조심스러운 옷 버리기)

by 나겸♡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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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오전부터 낮까지 어느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물론 이 시간이 그렇게까지 널널하고 충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아이 키우면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이 여유시간 동안 어느 정도 해야 우리 집도 사람 사는 집처럼 탈바꿈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뤄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가 얼른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미뤄 둔 집안일 중의 하나가 바로 '옷장 정리'이다.

 

지난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결혼하고 애 낳고 하면서 요즘 내 꼴은 정말 말이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전에는 뭐 패션이 괜찮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애 낳기 전부터도, 결혼하기 전에도, 나는 애초에 패션에 대한 로망은 있으나 타고난 감각이 없고 나의 취향 자체가 세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나의 옷과 신발, 가방 등 전체적인 스타일에 관한 지적도 참 많이 받았다. 그런 상태에서 옷장 정리도 하지 않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보면 입을만한 옷도 없고, 또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옷을 입었을 때 패션무식자인 내가 봐도 핏과 그 모든 것이 이상한 상태이다.

과감하게, 하지만 신중하게 진행한 옷장 정리

그래서 이번에 과감하게 옷장 정리를 하였다. 예전에 결혼 전에 샀던 몇십만원대의 코트 같은 것들도 아깝지만 다 버렸고, 배만 불룩 튀어나온 내 몸매를 감춰주지 못하고 더 부각시키는 스타일의 옷도 버렸다.

(옷 정리 중 찍어본 사진. 정리 안 된 채 쌓여만 가는 옷들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다만 이번에 옷장 정리를 할 때 내가 좀 신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은 저번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었다.

(오래된 옷을 정말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의 영상의 주인공은 본인의 엄마가 결혼 전에 입던 옷까지도 활용할 정도로 가지고 있는 옷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보면서 나도 저런 자세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면서 옷을 입는 것과 옷장정리에 있어서도 미니멀리즘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은 미니멀라이프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의욕이 충만한 상태일 때 그 의욕을 '버리기'에 올인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런데 위 영상의 주인공의 이야기와 또 저 분이 쓰신 책을 보면 옷을 쉽게 사고, 특히 '버리는 것'이 돌고 돌아 얼마나 많은 영향을 여기 저기 미치는지에 대한 것을 알게 되면서 옷을 버리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다. 단순히 옷을 오래 입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입고 버리는 옷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지를 알고 나면 옷을 고르고 입는 것을 대하는 생각 자체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을 느낀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게 가능한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저자는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 새 옷을 사지 않는다 한들 옷으로 인해 벌어지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음을 인정하며 자신은 여전히 예쁜 옷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이렇듯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는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어,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
이소연
출판
돌고래
출판일
2023.11.01

(위 영상의 주인공이 쓴 책. 이걸 보면 옷을 함부로 버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옷장 정리를 하면서 최대한 옷을 안 버리고 있는 옷을 활용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보자는 것이 모토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기존에 내가 센스가 없는 상태로 저렴한 옷 위주로 사재꼈기 때문에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활용할만한 옷 자체가 아무리 봐도 많지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옷을 수선해서 입는 것도 꽤 선호하는 편인데도, 내가 가진 옷들 중에는 아무리 여기 매치해보고 저리 매치해봐도 수선의 각이 안 나오고 활용의 방안도 안 보이는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잖아도 아줌마인 나를 더 아줌마처럼 보이게 하는 핏의 옷들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가진 옷을 많이 폐기했다.

예전에는 옷을 버리면서 그래도 뭔가 정리했다는 마음으로 상쾌했는데, 이번에는 옷을 버리면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했다. 옷을 버리면서 이번이 이렇게 버리는 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는 남은 옷들은 어떻게든 철저하게 잘 활용해서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남겨 놓은 옷들 중에 사진을 남겨보자면 아래 블라우스가 하나 있다.

(내 인생 최초로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시켜 드린 날)


이 블라우스는 예전에 포에버21이라는 브랜드에서 산 옷이다. 자라나 H&M같은 브랜드의 옷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판매가 잘 안되어서였는지 몇 년 전에 철수했다. 나는 여기 브랜드의 옷이 사이즈가 다양해서 조그만 블라우스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들었고, 또 저렴한 가격에 여러 벌 살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해서 아쉬웠었다. 아무튼 거기서 산 블라우스 중 하나가 저 옷인다.
 
그런데 사실 보통 패션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저렇게 반복되는 패턴의 무늬의 옷은 거의 입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비추라고 절대 사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이건 내 취향이라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저런 패턴 옷, 특히 꽃무늬 패턴 옷을 너무 좋아한다. 거기에 레이스까지 있으면 내 기준에서는 금상첨화다.. 이런 스타일의 옷을 매번 실패하면서도 또 사고 또 사게 되는 것이 나의 안타까운 취향이다. 그래도 저 사진을 찍은 날은, 남편(당시 남자친구)을 우리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소개한 날인데, 나름 특별한 날 입었던 블라우스라서 이제와서 옷이 좀 촌스러워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갖고 있으면서 잘 입어 보기로 했다.
 
이 블라우스가 사실 입기 편한 옷은 아닌 게, 지나치게 크롭 스타일의 옷이라서 블라우스 앞부분이 배꼽에 딱 맞게 온다. 그래서 매치해서 입기가 참 어렵다. 어떻게 입어도 나의 튀어나온 배가 도드라져 보이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런 옷은 H라인 정장 스커트에 입어야 좀 몸매가 단정해 보이고 커버가 되는데, 지금은 내가 H라인 스커트를 입고 다닐만한 일이 없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트한 옷을 입으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정장 스커트를 입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활용을 해 보려고 이번 여름에는 꾸역꾸역 열심히 입고 다녀 보았다. 지난 봄쯤엔가 카고 롱스커트가 한동안 유행이었는데, 그 때 나도 하나 장만해 놓은 것이 있어서(길이는 한참 길어서 수선해서 입음) 이번 여름에 함께 매치해서 입었다.

여전히 배 부분이 도드라져 보여서 걸어다닐 때 힘을 빡줘야 하긴 하지만, 카고 스커트의 허리부분이 고무줄로 처리되어 있고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같이 입으면 몸매가 커버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블라우스는 짧은 크롭 스타일이고 치마는 롱스커트이다 보니 키가 좀 커보이는 장점도 있었다.

(우리 아이와 함께)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패션의 완성은 몸매다. 내가 뱃살을 열심히 빼고 나면 이런 불편한 디자인의 블라우스도 더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몸관리에 대해 노력해 볼 예정이다. 몇 년 전에 의미있는 날의 내 모습과 그 때 입었던 블라우스를 최근에 다시 입었을 때의 내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해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촌스럽다 하더라도 저 옷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앞으로도 옷을 사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옷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를 더 고민하면서 미니멀라이프 옷장을 유지해 보려 한다.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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