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는 부모들은 '책육아'라는 말을 한 번쯤 다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이 책육아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고, 또 실제로 우리 아이의 친구 중 한 명의 집에 가봤더니 이름만 들어보았던 유명한 영유아 전집이 브랜드별로 수십개가 거실 한 쪽 벽에 꽉 채워진 것을 보고 우리 집의 빈약한 책들을 떠올리며 약간의 현타가 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우리 집은 그렇게 모든 종류의 책을 갖출 수 있는 경제력이 되지도 않고, 내년 초에 이사가기 전까지는 집에 책을 꽂아둘 공간도 없기 때문에 책 욕심이 나더라도 억지로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레미곰은 그런 현실적인 난관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을 통해 들인 책이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가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도서관 책도 많이 빌려다주고 하는데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뭔가 새로운 책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전집이 그래도 몇 종 되긴 되는데 그 중에 호비 3-4단계는 아이가 그렇게 흥미를 많이 갖지는 않고 있다. 1-2단계는 아이가 엄청 재미있게 보고 또 이 책을 통해서 기본 생활습관과 같은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당근마켓을 통해 다음 단계를 장만했는데, 3-4단계는 그만큼의 흥미를 우리 아이에게는 유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베베코알라>와 <개구쟁이 아치>는 본전 뽑을만큼 보기는 봤는데 진짜 100번도 넘게 봐서 그런지 아이가 예전만큼 매일 보진 않게 되었다. 그래서 검색을 통해서 여러 전집을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있다가 최종적으로 도레미곰 전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의 경우 34개월이 된 시점에 마침내 <도레미곰>을 당근마켓을 통해 구입하게 된 것이다.
* 여기서 당근마켓 영유아 아기 전집 구매하면서 느낀 점 *
우리 부부가 이번에 경험한 것인데, 당근마켓에 올라 온 아기 전집의 경우 같은 전집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물론 책의 컨디션과 발행 시기에 따라 다른 것도 있지만,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신도시, 혹은 아기가 상대적으로 많은 동네에서는 올라오는 책이 엄청 많고 책의 상태가 좋은 것도 많은 대신에 같은 중고 상품이라도 가격이 좀 비싼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신도시가 아닌 곳에서 동네 인증을 하고 검색해 보면 올라오는 상품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대신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우리 남편의 경우 운송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동네 저 동네 갈 때마다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인증을 새롭게 하고 상품을 검색하였고, 그래서 비교적 괜찮은 상태의 중고책 전집을 10만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검색을 통해서 살펴보니 도레미곰은 보통은 20개월에서 24개월, 즉 두 돌이 되기 전의 시점쯤에 가장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또 세 돌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 우리 아이의 경우 도레미곰을 보여주기에는 좀 늦었다는 엄마들의 의견도 꽤 보였다. 그래서 약간 고민을 하긴 했지만, 영유아 전집이 무슨 선행학습도 아니고, 아직 한글도 못 읽는 아이에게 책이 쉬우면 얼마나 쉽겠는가 싶어서 하루라도 빨리 사서 오래 보게 하자는 마음으로 사주었다.
책의 그림이나 내용을 보고 우리 아이가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실제로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었더니 우리 아이는 엄청 좋아하며 흥미를 가졌다. 읽어준 책의 내용을 자기 전까지도 이야기하면서 나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책을 안고 잠들기도 했다. 그래서 늦게라도 들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이가 책의 내용을 어려워하거나 새로운 걸 배운다는 느낌으로 책을 보진 않는 것 같았고, 책의 내용을 약간 쉽게 느낀다거나 살짝 시시하게 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아, 이래서 이 책을 엄마들이 일찍 들이라고 했구나'라는 생각도 하기는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본전을 뽑기는 힘든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책과 함께 제작된 부록인 음원 CD를 아이에게 들려줘 보았다.
도레미곰 전집은 책을 구매하면 음원 CD를 함께 주는데, 이 CD는 책의 내용을 뮤지컬 동화로 제작한 음원이 담겨있는 CD이다. 책에 나온 모든 글들이 그냥 말로 담긴 음원이 아니라 노래로 담긴 음원인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들은 전부 유명한 클래식곡들의 멜로디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아이는 책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도 익숙하게 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나로서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음원을 들려주면 아이가 책을 눈으로 보고 생각하며 읽는 것을 재미없어 하고 CD만 들으려고 할 것 같아서 CD를 절대 안 들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도레미곰 책을 약간 시시해 하는 것처럼 보이길래 CD를 들려주었더니 아이가 새롭게 이 도레미곰 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뮤지컬 동화 CD는 총 3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책들이 뮤지컬 동화로 음원이 제작되어 있다. 그래서 CD에 음원이 나오는 순서대로 책을 옆에 쌓아 놓으면 아이가 CD 음원 재생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며 CD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본다. 그 시간 동안은 미동도 없이 책과 음악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는 그 시간 동안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을 좀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아직까지 TV나 핸드폰을 통해 동영상 미디어를 일절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책의 그림에 맞는 음악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미디어처럼 새롭고 신기하게 여기며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같은 책을 새롭게 또 활용할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쭉 지내오다가 최근에 또 다시 새로운 걸 추가로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책을 구매하면서 함께 부록으로 받은 이 책에 담긴 동화 QR 코드이다.
나는 그동안 이 책을 그냥 뮤지컬 동화의 원곡인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설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에 책의 내용을 그냥 구연동화로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담겨 있었다. 뮤지컬 동화 CD의 경우에는 일부 책은 뮤지컬 음원으로 제작되지 않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 책에서 구연동화로는 딱 한 권만 저작권 문제로 음원제작이 되지 않았고 나머지 책들은 모두 구연동화 음원이 제작되어 QR코드가 담겨 있다.
그래서 현재 39개월인 우리 아이의 경우 최근에 이 구연동화 음원을 들으며 도레미곰 책을 다시 새롭게 접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구연동화 음원을 들려줄 때는 책을 함께 보지 않고 오직 음원만 귀 기울여 듣는다. 책을 줄까 물어봐도 싫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구연동화를 들으면서 자기가 눈으로 본 책의 그림과 내용을 머리로 떠올리는 것 같았다. 어찌됐건 이 또한 도레미곰을 다시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책을 사준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다른 분들도 구매하신다면 처음에는 책만 보여주다가 책에 대해 시들해질 때쯤 음원을 들려주신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상, 우리 아이의 도레미곰 전집 후기를 올려 보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세 돌 가까운 시기에 도레미곰을 들이는 것도 괜찮다는 점이다. 책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책을 보여주었나 하는 것보다는, 적은 책이라도 얼마나 활용하고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보니깐, 우리 아이의 경우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안 보던 책이라도 일정 기간 지나서 다시 재미있게 보는 경우가 꽤 있다. 예를 들어 '돌잡이 시리즈' 전집의 경우 돌 무렵 아이들이 보는 책인데 우리 아이가 그 무렵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한동안 안 보더니 최근에 다시 또 재미있게 본다. 세 돌이 지났는데 말이다.
책을 처음 사주면 아이가 부모의 기대보다 재미없어하는 반응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 때 엄마가 책에 흥미를 가지도록 좀 더 과장되어 재미있게 읽어주고, 또 여러 상황이 있을 때 책에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바로 꺼내서 보여주는 등 엄마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으므로(물론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너무 큰 고민없이 장만해 주셔도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초창기에 구매해서 보여 준 책은 실패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도 전집을 또 사게 된다면 신중하게 고르고 또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고민은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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