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임신이든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무슨 상관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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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임신

자연임신이든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무슨 상관이람

by 나겸♡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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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준비를 하면서 미혼이던 시절엔 생각도 안 했던 것들에 대한 뜻밖의 시선이랄까, 그런 것들을 좀 보고 느끼게 되었다.

고모 중에 두 명이 시험관으로 조카를 낳았는데(한 조카는 그냥 한 명, 나머지 두 명은 쌍둥이) 조카들 다들 벌써 20대 중후반으로 가는 나이들이다. 예전에 고모가 아기가 잘 안 생긴다고 하는 얘기는 들었었고 어렵게 임신이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친구 중에도 30대 초반 시절에 시험관으로 쌍둥이를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그 때도 한 큐에 두 명이라 부럽다는 생각만 했지 시험관이라고 뭐 특별히 생각을 더하고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시험관이 뭔지도 잘 몰랐고 그냥 병원에서 해주는 시술 정도로만 대략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처음 난임병원 다니며 시술을 통한 임신준비를 할 때 어떤 분이 나에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은 좀 그렇다고 뭐든 자연스러운게 좋다는 식으로 자연임신이야말로 진정한 임신이라도 되는 양, 약간 자연임신 자부심(?)을 부리는 걸 느끼고 살짝 기분이 나빴던 경험이 있었다. 시술을 앞두고 있는 내게 굳이 할 소리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내가 임신한 누군가를 보고 부러워했던 건 임신해서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는 결과물이었지 시술이냐 아니냐 그런 거엔 관심도 없었는데 왜 나한테 자랑하듯 말하지 라고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당사자들도 별로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말 안하고 싶을 듯) 특히 쌍둥이를 시술로 가진 경우 주변에서 '자연임신 아니죠?'라고 물어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그다지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런 걸 질문하는 게 무례한 질문일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나의 남편 또한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만일 시술이 성공해도 주변에 시술로 임신한 걸 굳이 말하지는 말라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남편도 그런 걸 외부에 별로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난 주변 모두에게 시술 준비 중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는데, 그냥 감추기 싫어서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나 같은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별 생각이 없는 건 나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오히려 진짜 임신부심을 느껴야 하는 임산부는, 순위를 매기는 것도 웃기지만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시험관>인공수정>자연임신 순인 것 같다. 임신 하고 나서 출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렇게나 힘들다고 난리법석인데, 그 힘든 거에 플러스로 임신 이전부터 매번 약 챙겨먹고, 자기 배에 직접 주사 놓고, 질정 넣고, 날짜 맞춰 시술하고, 마음 고생 등 이런 수고스럽고 힘든 과정까지 추가로 거쳐서 마침내 해내는 게 훨씬 더 많은 걸 감내하고 거치고 경험했으니 더 위대한 거 아닌가.

나는 인공수정만 했었지만, 이미 너무 쫄보라서 직접 배에 주사를 놓을 용기가 없어 지하철 타고 맨날 병원가서 간호사분에게 주사를 맞았다. 질정도 직접 넣을 용기가 없어서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다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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