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기간 동안, 희미하게라도 좋으니 임테기 두 줄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 줄을 보고 나니, 그 동안은 생각도 못했던 걱정의 고비가 산 넘어 산으로 꾸준히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장 첫번째는 정상 임신인지의 여부.
나는 자궁외임신이라는 걸 임신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수정란이 자궁의 좋은 위치에 알맞게 자리 잡아야 하는데, 나팔관이나 기타 다른 자궁 외의 위치에 착상이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얼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위급한 상태라는 거다.
문제는, 임신테스트기 확인 후 2주 정도는 아직 아기집이 보일 시기가 아니라 산부인과에 가도 피검사만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자궁외임신도 일단은 임신이라 임신 호르몬이 나와서 이 때 피검사로는 정상 임신처럼 보일 수 있고 임신테스트기에도 두 줄로 나온다는 점이다. 즉 정상임신인지 자궁외임신인지 이 시기에는 확인불가다. 그래서 초음파로 아기집을 보는 시기가 오기까지 막상 두 줄 나왔다고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던, 미처 생각지도 못한 기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기뻐 날 뛴 날은 임신테스트기 확인 후 며칠 동안이었고, 그 후로는 초음파 보는 날까지 지루한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 맞게 되는 걱정은 아기가 제 때에 맞게 보이는지, 제 때 심장소리가 들리는지, 즉 발달과정에 대한 걱정이다.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와 후기가 넘쳐나서, 임신 주수에 따라 남들은 어떤 과정을 겪고 얼마나 아기가 발달해가는지 등이 너무 자세하다. 내가 처음 초음파를 보러 간 건 임신 6주 0일째였는데, 남들은 6주에 아기도 보이고 심장소리도 듣고 왔다는데, 나는 아직 난황이라는 것만 보이고 아기가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선생님은 그럴 수도 있고 다음 주에 보면 보일 거라고 했지만, 선생님과 우리 부부 모두 아기가 보일 거라 예상하고 본 초음파라 당황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다음 주 병원에 다시 가기까지 일주일간 인터넷 찾아보며 겪은 불안과 걱정과 두려움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그 다음 주에 갔더니, 다행히 아기도 보이고 심장소리도 들었지만 인터넷에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니 이번에는 같은 7주에 다른 아기들에 비해 심장 박동 빠르기가 좀 느린 것 아닌가! 그래서 또 걱정 시작..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같은 7주라도 7주 0일에 산부인과에 가는 것과 7주 6일에 가는 것에는 볼 수 있는 아기의 상태가 현저히 다른데, 난 항상 6주 0일, 7주 0일, 이런 식으로 시작하자마자 가서 걱정을 더 키운 것 같다.
그 다음 걱정의 고비는 증상, 무증상에 따른 아기가 잘 있는지, 임신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가 걱정이다.
생리예정일 쯤 임신테스트기 확인할 시기에는 배도 빵빵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등의 증상이 있었는데, 임신 6, 7주에는 배도 날씬해지고, 커졌던 가슴도 작아져서 임신 전으로 돌아가고, 아픈 곳도 없고 정말 아무 증상이 없어서 아기가 잘 있는 건지 모르니 또 걱정이 되었다. 원래는 인터넷을 안 본다면 걱정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인터넷 후기에는 어쩜 그리 다양한 경우들이 있는지 그걸 보고 있으려니 우리 아기가 잘 있는지, 심장은 잘 뛰는지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 때도 너무 불안해서 병원간지 며칠만에 또 가고 그랬다..
그러다가 12주쯤에는 배가 아픈 시간이 좀 길어지는 날도 있어서 또 불안해지고, 게다가 이 무렵부터는 산부인과에서 1~2주에 한 번씩 오는 게 아닌, 한 달에 한 번씩만 오라고 하기 때문에 아기가 잘 있는지 전문가에게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어 걱정이 오래 지속된다.
그런 와중에 다가오는 걱정은 기형아 검사를 앞두고 걱정 또 걱정.. 이건 긴 말 하지도 않겠다. 임신테스트기 두 줄이 간절할 때만 하더라도 여기까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러고 나면 다섯번째 걱정 아닌 걱정은 성별 걱정인데, 본인이 선호하는 성별과 거기서 오는 아쉬움에서부터 시작해서, 이 험한 세상에서 아기를 어떻게 안전하게 키울까 하는 걱정이 또 생긴다. 딸이면 뭐 말할 것도 없다. 이 사회의 돌아이들을 학교 회사 다니면서 많이 봤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며 내가 겪었던 과정을 우리 딸은 겪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 그렇다고 아들이라고 안심 대상도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양아치 등에게서 보호할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키는 적절하게 커서 키 고민 안 해도 될지, 군대 보낼 때, 나중에 지 마누라한테 더 잘하고 이러면 섭섭할 것도 같고..ㅋ (그런데 이 걱정들은 다른 엄마들은 임신기간엔 잘 안하는 것 같다. 나만 좀 걱정이 많아서 추가로 하게 되는 듯..)
예전에 몰랐을 때는, 남들이 임신했다고 하면 그냥 뚝딱 출산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임신이 잘 되는 것도, 또 아기를 잘 유지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게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임신은 너무 기쁜 일이고, 이런 걱정들도 그 기쁨이 잘 유지되길 바라는 간절함과 사랑에 따른 것이니, 적절하게 정신적 균형을 잘 맞춰가며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대로 마음의 평정이 잘 유지되지 않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과정까지도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한 임신 기간을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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