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한 후기가 아니다. 시청 '안 한' 후기이다. 그동안 스테파 리뷰를 몇 개를 올렸는데 긍정적인 후기를 올린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최근에 올린 몇 개의 후기는 제작진을 거의 인간 취급 안할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면서 안 좋은 후기를 올렸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의 제작 능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없었다. 8회도 왠지 불안한 마음에 본방은 보지 말고 반응 보고 보자고 생각하고 본방송을 보지 않았는데, 고생한 무용수들 줄 세워놓고 대충 탈락시키는 진행 방식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던 8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내돈내산, 본방사수 이게 보통의 후기나 리뷰의 정석인데, 이번에 나의 경우 방송을 안 본 후기를 한 번 올려보려 한다.
주역 같았던 조역, 조역 같았던 주역 기무간 무용수 하차
다음 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이번 8화에서는 기무간 무용수가 방송 막판에 하차를 선언했다. 그지같은 여러 미션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굴욕 같은 걸 다 넘어서서 마지막 한 고비를 남겨놓고 자진하차를 선언한 것이다.
사실 지난 7화에서 마지막에서 퍼스트로 승급되어 퍼스트 그룹 방으로 들어올 때 표정과 멘트를 보고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퍼스트에 다시 복귀한 소감을 말하면서 싱숭생숭하다며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잘해 온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가 올라간 것에 대한 미안함을 말하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듯 했다. 아마 본인 스스로 자기가 퍼스트 할만 하다는 확신이 좀 희미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기무간 뿐만 아니라 이 방송에 나온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초반 인터뷰에 보면 전체적으로 패기있고 자신감 있고 '나를 보여주겠어!' 이런 모드였는데, 지금 방송 막바지를 앞두고는 거의 대부분이 자신감을 많이 잃은 느낌이라 보기가 참 안타깝다. 이 방송에서 주어진 미션이 거지같았을 뿐 본인들의 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이 아무 것도 아니라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닌데.. 엠넷의 기괴한 서바이벌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기무간 역시 초반에는 '전 잘하는 놈이에요' 이러면서 야망 캐릭터의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풀죽은 고양이 같은 느낌이더니 결국에는 막방을 앞두고 자진하차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첫 화의 기무간 무용수의 등장을 보고 저 사람은 팬을 좀 모을 스타일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최호종의 라이벌' 이러면서 단독으로 분량을 꽤 받아서 팬을 좀 더 확실하게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와서 보니 그게 기무간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만일에 기무간에게 최호종 라이벌 역할을 주지 않고, 그냥 발레의 김태석이나 김경원 같은 정도의 분량과 이미지로만 방송에서 보여주었다면 지금보다 팬은 조금 적었을지 몰라도 아무런 사전 정보나 기대없이 방송을 보다가 자연스레 스며드는 느낌으로 결국에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정팬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처음부터 최호종 라이벌이라는 걸 방송에서 강조했고 본인 또한 스스로 그렇게 말한 부분이 있어서 보는 사람들이 너무 과하게 주목하고 또 미리 기대하다 보니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온갖 기대를 다 받고도 그 기대를 뛰어넘는 춤을 보여주는 무용수도 있을 것이고, 그게 진짜 잘하는 무용수이긴 할 것이다. 그런데 기무간의 춤과 무대를 방송을 통해 지금껏 쭉 봤을 때 이 사람의 춤의 스타일은 크게 빵빵 터지거나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스타일의 춤을 추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대중의 눈을 확 끄는 화려한 스타일의 춤을 추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본인 말대로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춤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감정, 이야기 같은 걸 표현하는 걸 추구하는 것 같다(나도 잘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서바이벌 예능에서 춤으로 우와 하는 인정을 받기 쉽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런 저런 여러가지 것들이 쌓여서 혼란한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고 하차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8화를 보진 않았지만 하차 인터뷰와 영상만은 따로 보았는데, 첫화의 초롱초롱한 패기는 어디가고 그냥 조심조심 여린 마음의 소유자처럼 보여서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마지막 1회를 앞두고 하차한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의견도 있고, 진작 하차했으면 다른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텐데 막판에 하차해서 다른 무용수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의견도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무책임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원을 비유로 들자면, 진짜 우리 팀 모두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지만 책임감 하나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팀원 하나가 사표 딱 내고 퇴사하는 걸 보는 남은 사람의 심정과 같은 허무함이 있기 때문이다. 기무간 개인으로는 딱 한 회만 더 참고 생방송에 참가했으면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해서 수고했다는 말도 들었을텐데 여러 모로 아쉬운 선택이긴 하다.
하차 이유나 시점을 알 수 없어서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본인으로서는 마지막 한 회에 쥐어짤 에너지가 단 한 줌도 남아있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생방송에 보여줄 본인의 솔로무대와 그에 대한 평가, 순위 같은 것이 자신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결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진하차로 욕 먹을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훨씬 더 커서, 그게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하차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마지막 중독 무대에서 자기 팀원들을 다 안고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에 좌절을 느꼈거나(이건 근데 최현호 같은 다른 퍼스트 무용수 중에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어 보였음), 그것도 아니면 엠넷의 목줄 조이는 것 같은 프로그램 진행에 숨이 막히다 못해 질식할 것 같아서 질렀는지도 모르고..
무용을 좋아해서 이 방송을 보긴 하지만, 볼 때마다 쌍욕을 하며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프로그램 시청을 포기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내가 못하던 깽판을 기무간이 대신 쳐줘서 속이 좀 후련한 것도 있다. 무용수에 대한 예의도 없고, 배려도 없는 이런 그지같은 프로그램을 변방의 시청자인 나 하나 보다가 안 본다고 엠넷은 눈도 깜짝 안 할 거고 방송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길이 블로그에 글쓰는 것말고는 없었는데 그런 제작진의 뒷통수를 쳐줬다는 면에서 대리만족도 있었다는 말이다.
프로그램 출연자 중에 인기도 상위권이고 투표미션 같은 걸 해보면 이미 고정팬이 상당해서 무대를 최악으로 망치지 않는 이상 뭘해도 표를 주고 순위를 보장해 줄 팬들이 정해져 있는 안정된 상황임에도 그걸 다 포기하고 그냥 내 갈 길 가겠다고 하는 선택도 결코 쉬운 건 아니라고 본다. 막판에 하차하는 게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무책임한 것도 맞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뭐라고 어떤 한 사람의 멘탈이 바사삭 무너진다 하더라도 꾹 참으라고 강요하면서 마지막까지 영혼을 갈아서 이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에게 책임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시청자들도 솔직히 방송 끝나면 대부분은 거의 잊어버리지 그 사람 하나를 오래 기억하거나 응원해주지 않는 마당에 그렇게 강요할 자격까진 없다고 본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들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나의 최애 무용수가 아닌 이상 다른 누가 하차한다고 해도 지금 현 시점에서는 내 픽이 중요하지 다른 사람의 하차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당장은 뭔가 허전한 마음이 조금 들 순 있다고 해도 내 최애가 이 서바에서 하차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최종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하차가 그렇게 와닿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최애의 생존을 잊을만큼 기무간의 하차가 신경이 쓰인다면 뭐.. 그만큼 그 사람의 존재감이 컸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존재감 있는 무용수가 기무간이었다는 걸 본인이 증명하고 하차한 셈이다.
점수 산출 방식, 심사위원, 과연 정확하고 공정했는가
기무간 이야기는 이쯤에서 이제 끝내고, 이 프로그램에서 무용수 계급을 결정하기 위해 산출한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 대해서 또 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자기들 스스로 뭔가 점수가 구리고 공정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제 발이라도 저린 건지, 순위를 위한 점수 산출방식을 뭐 그리도 복잡하게 정해놓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각종 알 수 없는 베네핏(그것도 일정하지도 않음), 이상한 가산점 산출 방식(곱하기 1.5나 1.3 같은 건 왜 하는 거임?), 누가 봐도 알 수 없는 심사 기준과 점수 같은 걸 온갖 짬뽕해서 한 눈에 이 점수가 맞는지 틀린지 도저히 알 수 없게 해놓았다. 계산 방식이 너무도 복잡해 보여서 시청자들이 계산해서 맞는지 틀린지 쉽게 확인할 수 없게, 엠넷이 일부러 이런 복잡한 방식으로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게 세팅해 놓았다. 계산식이 복잡할수록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게 무슨 도박도 아니고.. 너무도 음흉하고 교활한 점수 산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통령선거처럼 단순히 표 많이 받은 사람이 순위권에 든다고 하면, 그냥 인기 투표가 되기 때문에 실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어렵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이고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공급이 있어야 하니 인기투표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그러니 인기투표(조회수나 좋아요 같은 것) 비율 적당히 정하고, 심사위원 평가도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비율 똑같이 하고 인원도 지금보다 좀 더 많이 해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심사 점수 비율 정하고, 이렇게 누구나 심플하게 볼 수 있게 기준을 정해 두면 조작 의심도 안 받고, 진짜 올라가야 할 사람이 딱 올라갈 수가 있는 건데, 왜 저 점수가 나오는지, 어째서 누구는 올라가고 누구는 떨어지는지를 한 눈에 알 수가 없었다.
인기투표로만 결정이 되는 것도 별로고, 심사위원 소수의 주관적인 견해가 큰 점수 차이를 일으켜서 순위가 좌지우지 되는 것 또한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근데 가장 불공정하다고 느낀 건, 자기 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상태로 경쟁을 해야하는 방식이다. 이번 화 말고 1차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거 한 번 보여줄 기회도 못 얻은 채 군무만 죽도록 하다가 집에 간 것 아닌가?
마지막 생방송에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순위와 점수를 매길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기대도 안 생기고 신뢰도 없는 게 현재의 상태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는 제발 이런 식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서바이벌이라도 참가자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걸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펼치게 해주고, 그에 따른 평가 결과도 참가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서 스스로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으면 차라리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돋보이는 무대 vs 주역이 돋보이는 무대
이번 8화에 나온 퍼블릭 미션 무대는 방송은 보지 않았지만 유튜브 영상으로 미리 먼저 봤었다. 어떤 무대는 주역 외에도 전체적인 참가자 모두가 비교적 잘 보이는 무대였고, 어떤 무대는 주역이 단독으로 돋보이는 무대였다. 이런 건 솔직히 취향의 차이이고, 자기의 최애가 누구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나는 언제나 월드피스 평화주의자마냥 군무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다. 몇 번 발레 공연을 보러 갈 때도 군무를 하는 무용수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지며 지켜봤었고, 배경처럼 서있는 사람들도 한 번씩이라도 다 눈길을 주곤 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볼 때도, 내 기준으로는 모든 무용수들이 돋보이게 만든 무대를 더 선호하게 된다. 게다가 이번 퍼블릭 미션 같은 경우에는 말이 군무이지 팀별로 무대 위에 올라오는 무용수들이 몇 명 안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한 명만 유독 돋보이는 무대보다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한 명 한 명 잘 보이는 무대가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어느 한 명만 무조건 좋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출연진들 모두에게 골고루 정이 들어서 한 명 한 명 조금씩은 다 제대로 잘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만, 이건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라서, 예전에 한참 발레 보러 다닐 때 같이 다녔던 멤버들 중에는 군무보다 기량이 아주 뛰어난 주역 한 사람의 흔들림 없는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 말로는 자기들은 아주 비싼 돈을 내고 직접 시간을 내어 그 먼 곳까지 공연을 보러 가기 때문에, 그렇게 투자한만큼 완벽한 피지컬과 기량을 가진 완벽한 주역의 완벽한 무대를 보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 압도적인 주역 외의 사람들은 테크닉이나 타고난 피지컬 같은 게 좀 떨어지기 마련인데, 여러 사람을 골고루 보여준다는 명목 하에 내 돈 주고 보는 무대에서 좀 떨어지는 사람들의 무대를 보는 것에 굳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할애하고 싶지 않다는, 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보긴 했었다.
나와는 철저히 생각이 달랐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했어서 뭐가 더 낫다거나 맞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다만, 기왕이면 주역 본인도 눈에 띄게 잘하고 많은 걸 보여주면서 동시에 다른 조역들 또한 한 명 한 명 보일 수 있게 무대를 구성한다면, 여러 사람의 팬들이 모여서 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최고의 적합한 무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상, 스테이지파이터 8화를 보지 않은 자의 8화 후기였다. 다음 주 생방송을 마지막으로 스테지이파이터는 끝나게 된다. 내가 처음 방송을 보고 후기를 올린게 9월이었는데 어느덧 11월 말이 다 되어간다.. 3개월 동안 그래도 관심 갖고 보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건만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 마음 둘 곳이 없어 허전할 것만 같다. 일개 시청자인 나도 이렇게 마음이 허전한데, 직접 출연한 사람들, 특히 탈락한 사람들은 굉장히 마음이 공허할 것 같다. 방송과 함께 출연진들한테도 정들었는데, 각자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원하는 바, 뜻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라며... 다음 주 막방도 일단 기다려는 볼 예정이다. 그나저나 이 프로그램 최종 우승자는 상금 하나 없이 그냥 우승 타이틀만 얻는 건가? 프로그램의 혜택이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서.. 훌륭한 무용수들을 데리고 이런 정도 밖에 방송을 만들지 못했다니, 끝까지 참 이상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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