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다이어리 사고 싶은 욕망이 마구 생기는 계절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에 (20여년 전이었던 당시에는 아마 '다꾸'라는 단어는 없었던 것 같은데..)다꾸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20대 내내 손재주는 없어도 나름대로 스티커도 붙이며 열심히 적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앞두고 짐정리를 하면서 다시 쭉 읽어보니 아름다운 추억이나 기억이 아니고, 그냥 남자 짝사랑하거나 친구 원망하거나 등등의 감정 쓰레기통에 불과한 내용들이라 다 찢어서 폐기했다. 그것들을 폐기한 건 지금도 전혀 후회가 없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다이어리 덕후인데 전업 주부가 된 후로는 다이어리를 쓰지 않고(못하고) 있다. 결혼 후에도 몇 번 구매했는데 내용을 다 채우지 못해 결국은 다이어리만 아깝게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임신 전에, 임신을 소망하며 나름대로 긍정 다꾸를 했었는데 며칠 전 우연히 서랍 속에서 발견하였다.
이걸 한참 열심히 적던 때는 임신 전에 난임병원을 다니던 시기였는데, 집에 남아도는 짜투리 떡메모지 낱장들을 다이소에서 산 스프링 노트에 붙이고, 꽃모양 스티커로 장식도 하고, 인터넷에서 긍정적인 글들만 검색해서 옮겨 적곤 했었다. 회사도 그만 두고, 집에 혼자 멍하니 있던 시기에 임신 걱정만 하는 듯 해서 다꾸라도 하며 잊어보려는 마음으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적다가 출산과 동시에 다이어리 적기 꾸미기 작업은 또다시 중단되었다.
그렇게 출산한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지금은 출산 후 초창기보다 하루 하루 더 바쁘고 꼴도 말이 아닌 상태로 지내긴 한다. 그런데 친구 인스타그램에서 2023 몰스킨 다이어리 구매 인증 사진을 보고, 잊고 있던 다이어리 구매 욕구가 다시 샘솟았고, 그러던 차에 2년 전 적은 긍정 다이어리를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짜투리 떡메는 계속 집 곳곳에서 굴러다니고 하니 바쁜 와중에 다시 다꾸도 하고 긍정의 글도 적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읽어본 긍정 다이어리는 감정 쓰레기통 글과는 달리 다시 넘겨 보아도 너무 좋은 말들이었고, 그렇게 정성들여 적은 내용들을 육아에 지쳐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에 충격을 좀 받아서 새롭게 글을 옮겨 적으며 내 생각을 좀 추스릴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정성껏 옮겨 적은 글과 알록달록한 색상의 메모지와 예쁜 꽃 스티커들을 넘겨 보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기록한 메모들을 보고 있으니 뭔가 한 게 있는 것 같아서 기분도 뿌듯해져서 '이걸 계속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혼자 소소히 하고 있긴 해도 나름 1인 기업 개인사업자인데, 너무 내 사업에 대한 계획이나 기록 없이 지내온 듯 해서 메모와 다이어리를 통해 좀 더 체계적인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꾸 영상이나 후기만 보다가 그냥 예쁘게 꾸미는 다이어리 말고 진짜 원래 다이어리, 즉 인생의 계획과 실천, 업무, 시간관리 등을 중점으로 하는 다이어리 영상들도 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다이어리를 통해 철저하게 본인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내가 애 키운다는 핑계로 진짜 중요한 이 40대 시기에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내는 것 같아서, 메모와 기록을 통해 다시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 핑계로.. 다이어리 하나 결국 질렀다..ㅋ 그 후기는 주문한 다이어리가 도착하는대로 또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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