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아이와 함께 볼링장을 두 번 다녀왔어서 그 후기를 올려 본다. 요즘은 우리 아이처럼 이제 네 살 정도인 아기들과 함께 볼링장도 갈 수 있는 시대이다. 사실 우리 아이는 좀 늦게 간 편이고, 볼링장 앞에 설치된 현수막 광고에 따르면 18개월 아기도 볼링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약간의 경험을 해 본 결과, 아이가 어느 정도 룰도 이해하고 볼링핀이 넘어가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대충 파악이 가능한 연령이 되었을 때 데리고 가면 모두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아이가 볼링장에서 볼링이 가능한 이유는 아래의 사진 속에서 나오는 아이들용 볼링 미끄럼틀 같은 것이 있는 볼링장이 요즘 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4세 네 살이 된 후에 처음으로 볼링장에 데려갔다. 그래서 대략적으로 저 위에 공을 놓고 굴려서 핀이 넘어가면 좋은 거라는 것 정도는 아이가 스스로 파악을 했다. 물론 처음부터 룰을 알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 볼링장에 갔을 때만 해도 그냥 미끄럼틀 위에 공을 놓고 굴리는 것 자체를 신기하고 재미있어 했다. 같이 데리고 간 우리 부부 또한 아이와의 볼링장 경험이 처음이었던데다가, 둘 다 몇 십년만에 볼링을 쳐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버버하면서도 재미있어 했다. 오랜만의 볼링장이라 그런가 꽤 재미있었다. 주말에 갔기 때문에 우리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이 많아서 조금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볼링장에 따라 다른데, 어린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볼링장의 경우, '키즈레일'이라는 것이 있다. 볼링공이 굴러가는 양쪽 끝에 높이 솟은 레일 같은 것을 설치해 놓았는데, 볼링장의 홍보 문구가 이렇다.
더 이상의 빵점은 없다!
말 그대로 키즈레일이 설치되어 있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공이 옆길로 새지 않고 굴러가기 때문에 핀 하나라도 쓰러뜨리게 되어 있으므로 아이들이 훨씬 즐겁고 재미있어 한다. 어른들로서도, 그래도 빵점의 굴욕은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분은 좋지만 여기서 치는 볼링은 진정한 실력이 될 수 없을 가능성은 더 높다.
우리가 처음 갔던 곳은 키즈레일이 설치된 곳이었으나,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아이들용 볼링 미끄럼틀은 있었지만 키즈레일은 설치되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와 우리 부부도 이 곳에서는 빵점을 드디어 경험하게 되었다.
처음 갔을 때도 우리 아이는 상당히 볼링을 재미있게 즐겼는데, 이 곳에서는 더욱 재미있게 즐겼다. 왜냐하면 우리 옆자리에 성인 중년 남성들이 단체로 볼링 게임을 하러 왔는데, 공이 굴러가고 핀이 넘어갈 때마다 엄청난 함성과 목소리로 응원전을 펼치며 호응을 하는 걸 보고, 우리도 처음 볼링 치러 갔을 때보다 격렬하게 응원을 하며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웃긴 게 이 곳에서는 빵점이 수시로 나와서 우리 아이도 냉정한 게임의 룰을 경험한 탓인지, 딱히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볼링핀이 넘어가면 좋은 거고 안 넘어가고 공이 옆길로 빠져서 핀을 하나도 못 넘어뜨리면 좋지 않은 것이라는 걸 파악한 것으로 보였다. 핀이 하나도 안 넘어간 상태에서 '괜찮아'라고 격려해 주었는데, 짜증나는 듯한 표정으로 '아니야,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핀이 넘어가지 않으면 의기소침해 있다가, 우연히 의도치 않게 좋은 점수를 내어 박수를 쳐주면 아이도 뛸듯이 기뻐했다. 옆에 다른 팀 어른들이 열정이 넘치게 응원하는 것을 보고 좋아보였는지 아이도 따라하는 것으로 보였다.
볼링장을 아이와 함께 가 보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딱히 할 거 없을 때 한 번씩 가주면 아이와 부모에게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다. 다만 알아 두어야 할 점은, 아이만 주구장창 볼링을 치게 하는 게 아니고 어른들이 돌아가면서 같이 할 경우, 이 미끄럼틀을 레일 가운데에 두었다가 뺐다가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체력 소모가 되니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 처음 한 두번은 할만한데 아이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미끄럼틀을 끌고 오고 또 치우면서 나중에는 볼링공을 들 힘이 없어졌다.
한 게임을 치고 나면 아직 체력소모도 크게 되지 않고, 또 아이도 이제 막 필 받은 시점이라서 그만하자고 하니 아쉬워했다. 그래서 두 게임을 풀로 치고 났더니 그냥 공만 굴리던 아이도 막판에는 체력이 다 소모된 것으로 보였다. 웬만하면 밤 10시 전에는 잠을 자지 않던 아이가 저녁 8시에 곯아떨어진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 가족의 체력으로는 한 게임 반 정도가 딱 아쉽지 않고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체력소모가 되는 것 같다. 한 게임은 너무 짧고, 두 게임은 너무 힘들다. 하지만 한 게임 반이라는 건 없으니.. 다음에 아이를 데려가면 미리 한 게임만 친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끝나기 전에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두 게임을 못하게 할 계획이다.
볼링을 아이와 함께 친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번 명절 때 친정에 갔을 때 부모님과 친정 가족들과 함께 볼링장에 가보려고 친정집 근처 볼링장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시골이라 아직은 수요가 별로 없는 걸까. 볼링장도 많지가 않고, 키즈용 볼링 미끄럼틀을 보유한 볼링장은 더더욱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친정 식구들과 우리 아이와 함께 볼링장에 가는 건 이번에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끔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을 때마다, 이래서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려고 하고, 아이 키우기 또한 도시가 편하고 좋으니 지방으로 안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직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세대의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처럼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이런 소소한 것들에 대한 편리함도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처럼 아이가 한 명인 사람들이 한 명을 더 낳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쉬운데, 이런 사사로운 것들을 이용하면서 그에 대한 편안함을 느낄 때 '애 키울만 하네'라는 생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라에서 볼링장 운영하고 볼링 미끄럼틀 설치하라는 건 아니고.. 그냥 이 참에 생각나서 적어보는 거다. 나라에서는 나라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 영유아 도서관 시설 확대라든가 뭐 그런 종류로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볼링장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아무튼, 집 근처 볼링장을 검색해 보시고 가실 수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후기를 남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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