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이제 40개월인 4세 여자 아이다. 그런데 최근 한 달 정도 전부터 시작해서 급작스럽게 경찰차와 소방차, 구급차, 트럭, 버스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동차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타요 동화책 시리즈 중 세 권 정도를 빌려서 보여주었더니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 특별히 타요 애니메이션을 보여 준 건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고 특히 경찰차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다. 그래서 타요 동화책 중 경찰차 내용을 보여 주었더니 그 때부터 경찰차(패트)와 경찰관(루키)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관심을 가졌을 때 뭔가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종로에 있다는 '경찰 박물관'을 이번에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종로까지 간 김에 경찰박물관만 다녀올 수 없어서 근처의 다른 몇 곳도 다녀왔는데 그 후기를 올려 본다.
두 개 버전의 코스로 다녀와 본 종로
처음 갔을 때는 '경찰박물관-맛집(뽐모도로)-국립한글박물관' 순서로 다녀왔고, 그 다음 주에 또 갔을 때는 '경찰박물관-청운문학도서관' 순서로 다녀왔다. 긴 감상에 앞서 짧은 후기를 먼저 남기자면, 경찰박물관은 어른인 내가 보기엔 그냥 그랬는데 네 살 우리 아이는 너무 좋아했다. 종로 파스타 스파게티 리조또 맛집 '뽐모도로'는 결혼 전 내가 너무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결혼 후 5년만에 처음 방문하였다. 내가 좋아하는만큼 우리 아이도 좋아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엄마들이 좋다고 말한 후기를 많이 보고 야심차게 방문하여 한글박물관 내의 '한글놀이터'까지 다녀왔는데, 한글박물관은 아이의 반응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나도 재미없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유튜브에서 본 풍경이 좋아보여 다녀왔는데, 잘 꾸며놓고 좋았긴 하지만 규모가 작았고, 도서관까지 가는 길과 주차가 힘들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입장에서 청운도서관은 포토존으로는 좋은 장소인 정도였다. 이상 짧은 후기였고, 장소별 자세한 후기는 아래에 적어본다.
네 살 여자 아이도 좋아하는 경찰박물관
경찰박물관은 최근 2주 사이에 두 번이나 방문한 곳이다. 한 번은 평일에 다녀왔고, 한 번은 8월 15일 공휴일에 다녀왔다.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매우 편하게 모든 시설을 관람하고 이용할 수 있었고, 광복절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그냥 잠깐씩 훑어보고만 나왔다. 평일에 미리 한 번 다녀오지 않았다면 광복절에 갔을 때는 사람에 치여서 아쉬운 마음만 안고 왔을 것 같다. 평일에 미리 한 번 가 보길 정말 잘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경찰박물관은 입구가 2층이고, 3층과 4층을 관람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리는 처음에 4층부터 방문했는데, 4층에는 우리 아이같은 어린 아기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는 많이 없었어서 나도 그렇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경찰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3층이다. 이 곳에서 경찰차와 경찰 오토바이를 체험해 볼 수 있고, 경찰옷도 입고 모자도 써볼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평일 방문을 기준으로 이 3층에서만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즐겁게 보냈다. 솔직히 어른의 기준에서는 기존의 어린이 박물관들에 비해 좀 허술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아이의 기준에서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특히나 우리 아이가 요즘 경찰차에 너무 빠져 있다보니, 여기서 경찰차와 경찰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하고 만족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모든 장소가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재미없어도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하고 만족스러워 하면 그 장소가 마음에 들고, 엄마 아빠가 너무 재밌었어도 아이가 반응이 신통찮으면 그 장소 역시 별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경찰박물관은 매우 만족스러웠던 곳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종로의 오래된 스파게티 맛집, 뽐모도로
이 곳은 회사를 다니면서 사장님 덕분에 알게 된 집이다. 우리 사장님이 이 곳을 너무 좋아하셔서 직원인 우리들을 이 곳에 단체로 많이 데려가 주셨다. 내 입맛에 딱 맞는 메뉴 덕분에 이 곳에서 내가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도 아닌데 뭔가 내게 아련 돋는 맛집인 것처럼 내 기억에 자리잡혀 있다. 연애 시절 남편과도 한 번 방문했었는데, 결혼과 출산 후에 5년이 넘는 시간만에 오랜만에 이 곳에 다시 오게 되었다. 오랜만에 먹어본 이 곳 음식은 5년전보다 양이 아주 미세하게 약간 줄은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여전히 내 입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내가 즐겨먹던 메뉴는 메뉴판 8번 메뉴이다. 토마토 해산물 소스가 약간 매꼼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있어서 마치 해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맛인데, 치즈도 듬뿍 들어가 있어서 부드럽기도 하다. 후기나 평을 보면 다른 식당에서도 비슷하게 먹을 수 있다고 실망했다는 소수의 평도 있던데,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 곳에서 이 메뉴를 먹다가 다른 곳에서 같은 음식을 시켰을 때, 이 곳의 맛을 잊게 해주는 걸 먹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다른 곳의 리조또는 뭔가 빠져있는 맛이다.
몇 년만에 오랜만에 먹으니 여전히 맛있었다. 다만, 늘 사장님이 사주셔서 부담없이 먹었던 메뉴지만, 내 돈 주고 사먹자니 메뉴 하나에 2만원인 것이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양이 줄었다고는 해도 다른 곳보다 여전히 양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는 2번 메뉴를 주문해서 주었다. 아이가 먹기 좋게 면을 밥으로 변경해 달라고 해서 먹었다. 예전에, 그러니깐 대충 한 5년 전쯤에 여기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우유맛 혹은 크림맛이 너무 많이 나서 마치 우유에 밥 말아먹는 것 같은 느끼한 맛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 때문에 주문해서 먹어보니깐 그 때와 달리 한국적인 맛이 많이 가미된 걸로 느껴졌다. 조리법에 약간 변동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나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늘 같은 감칠맛을 내는 요소의 맛이 잘 느껴져서 전혀 느끼하지 않고 나의 원픽 메뉴였던 해산물 토마토 리조또 못지 않게 다음에도 또 시켜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는 살짝 짜지 않을까 싶어서 물을 좀 타서 주었다. 어쨌거나 우리 아이가 너무 맛있다면서 감탄하며 먹었다. 다음에 또 한 번 꼭 데려오고 싶다.
이 곳은 점심 식사 시간대에 가면 줄을 서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브레이크 타임 직전인 오후 2시 10분쯤에 갔는데,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웨이팅 없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방문하시기 전에 영업시간을 미리 확인해 보시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 같은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박물관은 예전부터 아이를 데려갈만한 곳으로 후기를 조금씩 본 적이 있어서 종로에 온 김에 방문해 보았다. 이 곳 안에는 '한글놀이터'라고 어린 친구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놀이터가 있다. 예약제이기도 하고 방학기간이라 평일임에도 예약이 어려웠는데, 시간대가 어떻게 잘 맞아들어가서 잔여인원이 세 명이었던 시간대에 딱 맞게 예약하여 방문해 보았다.
처음 입구에 들어갈 때만 봐도 알록달록하고 깨끗한 느낌이 물씬 나서 아이도 급 흥분하고 너무 기대를 하며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갔을 때 우리 아이 나이대에 맞을만한 놀이를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한글과 관련한 간단한 미로게임 같은 경우에는 한글을 조금은 알만한 나이의 친구들이 놀기에 더 재미있을 것 같았고, 그 외에 미끄럼틀 같은 시설은 우리 아이 나이대보다는 조금은 더 어린 아기들이 놀기에 더 재미있어할 것 같았다. 우리 아이는 살짝 시시해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좀 재미가 없었고, 같이 간 우리 아이도 재미없어하는 듯 했다.
여기를 둘러보면서 비슷하게 이런 식으로 영유아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던 박물관이 생각났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이라고 노원구에 있는 박물관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곳의 '옴팡놀이터'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
옴팡놀이터 같은 경우에는 큰 규모의 미끄럼틀 같은 시설도 있고, 소꿉놀이나 인형놀이 같이 소소한 소품들도 있어서 아이가 훨씬 재미있어 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개인적으로는 아기를 데리고 가시려면 이 곳에 가는 게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싶다(자세한 후기는 아래 글에 올려 놓았습니다).
한글놀이터에서 정해진 시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채운 후, 박물관 내부 전시물들을 관람했는데 우리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아이가 구경을 하긴 하는데 약간 건성으로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소 초등학생은 되어야 이 시설들 모두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긴 한데, 우리 아이보다 어린 아이들 중에서도 한글박물관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가 이 곳을 좋아하느냐 마느냐 하는 그 모든 것은 아이의 취향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토존으로 좋은 청운문학도서관
청운도서관은 종로에 지나가다가도 보니깐 종로에 오면 가볼만한 곳으로 여기저기 포스터 같은 게 붙어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이 곳을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보았는데, 영상에서 봤을 때 한옥 시설과 실내 폭포 같은 것이 너무 좋고 운치있어 보여서 아이와 함께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곳이 그렇게 경사가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인지를 전혀 몰랐다.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가긴 했는데 올라가는 곳의 경사도 너무 높았고 내려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길이 그렇게 넓지도 않고 주차 시설도 매우 좁았다. 주말치고는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좁은 시설들 때문에 주차도 금방 할 수가 없었고, 나처럼 운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도전해보기 어려운 길이었다. 그러면 차를 두고 걸어서 올라간다면? 봄이나 가을처럼 날씨 좋은 계절이라면 가벼운 등산 한다고 생각하고 가면 되겠지만, 지금같은 뙤약볕의 날씨에서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방문 전에 미리 참고하시길 바란다.
그렇게 힘들게 해서 올라가고 나면 경치는 매우 좋다. 입구에 들어가면서 남편이 '나름 신경 좀 썼네' 이렇게 말했다.
힘든 거 그렇게 싫어하는 남편이 그래도 이 정도 반응을 보였다는 건 누가 봐도 괜찮은 느낌의 곳이라는 뜻이다. 사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에 올라온 한옥과 인공폭포가 그냥 전부인 곳이긴 하다. 책을 보러 오기에는 동네 구립 도서관이 훨씬 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책 보러 온다고 하기는 그렇고, 그냥 쉽게 접할 수 없는 한옥의 느낌과 편안함을 주는 나무들과 꽃들을 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오면 될 것 같다. 나는 이런 느낌의 장소를 너무 좋아해서 참 좋았다.
다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정말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야외의 꾸며진 장소들을 100% 즐기기에는 땀이 너무 나고 더웠다는 것 정도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5월이나 6월 초에 오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인공폭포는 보면 정말 좋다. 아이 사진 찍어주기에도 딱이다.
우리가 주말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걸 보면 평일에는 좀 더 여유롭게 도서관 풍경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선선할 때 한 번쯤은 더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우리 말고도 친구끼리, 특히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날씨 좋을 때 데이트 코스로 오기도 괜찮을 것 같다.
이상 네 살 우리 아이 데리고 다녀와 본 종로 나들이 후기였다. 뽐모도로는 광복절에는 휴무여서 두 번 못 간 것이 좀 아쉽다. 다음에 종로 갈 일이 있을 때는 꼭 한 번 더 가고 싶다. 보니깐 종로에는 우리가 간 곳 말고도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박물관과 미술관 같은 곳이 굉장히 많아서 날씨가 선선할 때쯤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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