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댁 김장날이라서 오랜만에 시누이 가족분들까지 시댁에 모였다. 나는 아기 보느라 김장에는 참여 못하고 다 끝난 후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다같이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맛집 이야기가 나왔다.
바로 이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줄서서 기다리며 먹는 식당 이야기를 하다보니 남편과 연애 시절 다녔던 맛집들이 생각나서 그 시절을 추억하며 내가 줄 서서 먹었던 맛집 식당들의 후기를 올려본다(순위와는 상관없이 기억나는 순서로 올려본다).
- 일산칼국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경의로 467)
일산에 위치한 닭칼국수집이다. 첫 직장이 이 근처 회사였는데, 회사 사장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직원들이 단체로 갔던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양은 진짜 많고, 메뉴도 닭칼국수 하나여서 메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예전에 내가 회사 다니던 당시였던 2012~2013년쯤에는 만두도 메뉴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에 갔을 때는 오직 칼국수 하나만 있었다. 처음 칼국수가 나오면 많은 양에 한 번 놀라게 된다. 국물까지 다 먹으면 성인 남자가 먹어도 좀 많이 먹었다 싶을 양이다. 그리고 닭칼국수의 국물맛이 진하고 깊고 맛있고, 닭고기 양도 많고, 김치도 맛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에 오랜만에 가서 놀랐던 게, 예전에 내가 한참 다니던 10년 전에만 하더라도 줄 서서 먹는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점심 때고 저녁 때고 가서 웨이팅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갔을 때는(세 번 정도 연달아 갔는데) 항상 40분~1시간 동안 웨이팅을 해야 했다.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은 적이 없었기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일산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는 일산 갈 일이 없어서 추억의 맛으로만 남겨 두고, 어떤 때는 너무 먹고 싶어서 심부름센터까지 알아봤던 적도 있다. 그만큼 첫 직장을 다니던 시절의 추억이 더해져서 그리운 맛이었다. 차 없어서 오랜 시간 못 가다가 남편 만나고 연애하면서 임신했을 때까지 자주 갔다. 포장도 가능해서 카운터에서 쌓아놓고 판매도 하는데, 집에 포장해와서 끓여먹어보면 매장에서 먹을 때만큼의 맛은 아니다. 일산 놀러 갈 데 많으니 간 김에 들려보면 좋을 맛집이다.
- 육전식당 1호점(서울 신설동)
몇 년 전 수요미식회를 계기로 알게 된 집이다. 첫 방문은 수요미식회가 방영된 그 주 토요일이었기에 4시간을 기다렸다가 먹을 수 있었다. 그만큼 오래 기다렸다가 먹으면 보통은 맛에 실망할 수도 있는데, 이 집 삼겹살은 한 입 먹고 나니깐 왜 4시간을 기다리라고 하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직원들이 직접 구워주고 잘라주는 삼겹살은 도톰하지만 말랑하고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마시멜로우를 먹는 느낌인 것 같았다. 친구와 토요일에 먹고 와서 너무 다시 생각나서 3일 뒤인 화요일에 또 갔을 정도였고, 회사 동료, 남편까지 다 데려갔을 때 모두 만족한 맛집이었다.
다만, 내 취향에는 목살은 삼겹살만큼 맛있진 않았고, 또 고기를 먹고 나서 먹는 볶음밥도 별로였다. 다만, 볶음밥의 경우 여기서 볶아 준 밥에 된장찌개 두부 남은 것과 국물, 손으로 찢은 상추를 뿌려 다시 볶았을 때는 정말 맛있었다. 아, 그리고 이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고기를 구워주는 직원에 따라 고기 맛이 더 맛있기도 하고 덜 맛있기도 하며, 또 괜히 2호점보다 1호점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무튼 이 집 삼겹살은 정말 맛있다.
- 뽐모도로(서울 종로 광화문)
이 곳은 정말 작다. 테이블도 몇 개 안 되고, 홀도 좁다. 이 곳도 갈 때마다 줄을 서야 해서 오픈 시간 전에 미리 가서 기다렸다가 먹고는 했던 곳이다. 회사 사장님이 이 집을 너무 좋아해서 직원들 모두를 데리고 간 곳이다.
나는 이 집을 대충 8번 정도는 갔는데, 딱 한 메뉴만 먹는다. 토마토 해산물 리조또. 가격은 좀 있지만 양도 정말 많고, 해산물도 많고, 또 감칠맛이 풍부하다. 또, 뭔가 한국적인 맛이라 약간 얼큰한 느낌도 있고, 마치 해장국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다. 먹을 때마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 곳 리조또를 먹다가 다른 곳에서 같은 메뉴를 먹으면 뭔가 부족한 맛이 느껴져서 아쉬움만 커진다. 임신했을 때도 너무 먹고 싶었는데 집에서 멀기도 하고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절이라 좁은 곳에서의 식사가 부담스러워서 못 갔다. 두고 두고 아쉽다.
여기서 다른 메뉴도 몇 번 먹어봤는대, 크림 리조또 쪽으로는 내 취향과 맞지 않았다. 너무 우유맛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같은 토마토 소스 계열이라도 미트 토마토쪽은 착 감기는 맛이 좀 덜하다. 오로지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리조또)가 나의 최애 메뉴이자 추천 메뉴이다. 남편과 갔을 때는 마감 시간 앞두고 가서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남편 역시 만족했다.
- 용삼계탕(서울 강남 논현동)
이 곳은 위에 추천한 식당과는 조금 다른 것이, 안 먹었을 때 막 그리울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마도 삼계탕이 웬만하면 기본은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맛집인 것은 분명하고 한 번쯤 가볼만 한 곳이다. 2충 허름한 건물에 있고 장소도 좁다. 이 집은 반계탕만 시켜도 적당히 배부르고, 일반 삼계탕은 양이 좀 많다. 여기서는 케일에 닭고기를 싸서 고추장 넣고 쌈싸먹으라고 하는데, 그 맛이 매우 잘 어울린다. 오이를 비롯한 야채도 많이 주는데 아삭아삭 맛있고,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하다. 반계탕 삼계탕 국물도 맛이 깊고 진하고, 고기 살도 많다. 단점은 좀 허름한 골목 허름한 건물이라 아기자기 데이트 코스로는 조금 아쉽다는 정도이다. 점심 때는 웨이팅이 좀 있지만, 그 외에는 그래도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 그렇게 그리운 맛은 아니라고 했는데 글로 적다 보니 그리워진다.
위의 맛집들은 기다리는 걸 정말 싫어하는 남편도 만족했던 곳이다. 아마 다른 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번쯤은 가볼만한 맛집으로 추천한다. 나만 알기 아까운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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