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육아 근황을 적어본다.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육아에 대한 기록을 거의 적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근황 등 여러가지를 기록해 본다.
어린이집 시기까지의 육아는 그나마 편했던 것이었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까지의 최고의 고민은 어린이집을 언제 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35개월까지 애를 가정보육을 하고 있다가 유치원 새학기 시작에 딱 맞춰서 아이를 보냈다. 가정보육 하면서 막판에 29개월쯤 되는 시기부터는 집에서 돌보는 것에 대해 스스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어린이집에서의 적응에 대한 고민, 낮잠을 재우느냐 마느냐 하는 등의 고민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이 시작되다보니 어린이집과 관련하여 했던 과거의 고민들은 기억도 나지 않고 고민거리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나마 4세까지 키우면서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짧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책을 많이 읽어주고 애가 두 돌 전일 때부터 영유아 도서관에 부지런히 데리고 다닌 것
- 만 3세까지 가정보육한 것
-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핸드폰, 영상,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은 것
- 주 3회 문화센터 데리고 다녔던 것
반면 후회하는 것도 많다.
- 아이 앞에서 엄마인 내가 핸드폰 하는 모습을 주구장창 보여주었던 것(난 핸드폰 중독자임)
- 36개월 이후부터 영어영상은 조금씩 꾸준히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영어영상보다 한국어 영상을 먼저 접하게 했던 것(아이가 지금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음)
유치원 다니면서 눈에 띄게 성장한 아이
올해 와서 유치원에 다니면서 우리 아이는 나름대로 많이 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걸 예를 들자면, 10~15분 정도의 거리의 유치원을 도보로 등하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년 어린이집도 비슷한 거리였지만 등하원시에는 계속 유모차를 타고 다니다가 올해 유치원부터 비로소 매일 유모차 없이 걸어다니게 되었다. 올해 초만 해도 아이가 조금만 걸어도 힘들다고 했는데, 유치원 1학기가 지난 시점인 지금은 걷는 걸 당연히 여기고 아주 잘 걸어다니고 있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유모차는 졸업하게 된 셈인데, 도통 안 걸으려고 해서 고민이 좀 되었다가 유치원 다니면서 자연히 해결이 되었다.
그 밖에 또래와의 인간관계도 좀 더 깊어진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올해 초 유치원 상담을 갔을 때는 아이가 사회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듣긴 했다. 친구들과 노는 것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혼자 떨어져서 노는 모습이 아직은 많이 보여서 선생님이 가서 같이 놀라고 등 떠밀어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를 닮아서인지 내성적인 부분이 있는 아이라서 교우관계에 소극적인 부분 같은 걸 많이 걱정했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같은 시간에 유치원 등하원을 같이 하게 된 친구가 생기면서, 둘이서 매일같이 놀이터에서 이것저것 놀이도 많이 하고, 문화센터에서 수업도 같이 듣고, 서로의 집에 초대하면서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우리 아이는 그래도 양보하는 것도 배우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도 배워가고 있다.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형제도 없고 주변에 또래 친구가 많지 않아왔어서 아이가 어설픈 부분이 있었는데 그래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모습은 아직도 많이 보이긴 한다.
스스로 하는 것도 많이 늘었다. 육아의 최종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라고 오은영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고, 손을 씻고, 세수를 하는 것을 내가 다 해주다가 오롯이 혼자 하는 것으로 최근에 방향을 잡아 실행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하기 싫어하고 귀찮아 하는 아이를 붙잡고 스스로 하게 하기 위해 실갱이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이 닦아 주고, 세수시키고, 손 씻겨주는 것이 훨씬 시간도 적게 걸리고 몸과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내가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인내해서 아이가 혼자 할 줄 아는 것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이 이 시기의 육아의 목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하기가 번거롭긴 하지만, 유치원 다녀와서 벗어놓은 본인의 옷이나 속옷, 양말을 세탁실 앞의 빨래 바구니에 혼자 스스로 넣어두는 것도 버릇이 되도록 가르치는 중이고, 방정리도 혼자 하는 버릇이 들게 하려고 하는 중이다. 매우 어렵고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지만, 될 때까지 계속 가르칠 작정이다.
유치원 다니면서 하루 일과
특별한 일과는 없다. 5일 내내 유치원에서 오후 3시반에서 4시 사이까지 있고, 하원 후 유아발레와 방송댄스를 각각 주 1회씩 배운다. 5세인 아직 따로 학습지는 하지 않고 있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발레와 댄스를 하지 않는 나머지 평일 3일은 아이의 동네 단짝 친구와 놀이터도 가고, 쇼핑몰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카페도 간다.

5세부터는 뭔가 공부틱한 것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 비슷한게 생기기는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노는 것이 가장 아이에게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 정답을 내진 못했고, 요즘은 그저 앞으로 어떻게 일과를 짜야할지 고민 중이다. 아마도 남은 5세 기간 동안은 이렇게 지내게 될 것 같다.
저녁 시간에는 책을 주로 읽어주려고 하고 있다. 작년에 어린이집 다니면서부터 우리 아이는 로보카폴리 같은 영상을 접하게 되었는데, 영상을 접한 후부터 아이의 책에 대한 관심이 확 떨어진 상태이다. 예전에는 세상 재미있는 모든 것은 책에 있는 줄 알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게 티비 혹은 핸드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면 여전히 재미있어 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을 구분지을 줄 알기 시작하면서 '독서=대체로 재미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이미 머리 속에 만들어진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좀 걱정이다.
최근의 고민 1- 아이의 인간관계
가장 큰 고민은 아이의 인간관계이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유치원 같은 반 내에서도 노는 무리가 두 개 정도로 벌써부터 나누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약간 편갈라서 놀면서 다른 애들을 배척하는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고.. 다행히 우리 아이와 같은 반 아이들은 아직 그런 음습한 느낌의 아이들이 있진 않은 것 같긴 한데,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중에도 욕도 잘하고 사악한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변에 알고 지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몇 명 계신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 부모를 불러서 보면 본인의 아이가 잘못했을 경우 그걸 인정하고 미안해하는, 멀쩡한 부모는 거의 본 적이 없다는 말씀을 참 많이 하셨다.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친하게 지내는 우리 아이 친구들의 부모를 보면(주로 엄마만 봤지만), 아이 친구 엄마가 본인 아이에게 양보와 배려를 많이 유도하고, 잘못하면 따끔하게 혼내는 것을 많이 봤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교육을 해서인지 그런 집의 애들과 우리 아이가 같이 놀 때는 서로 큰 트러블이 없고, 아이들도 대체로 즐겁게 잘 논다. 그런데 간혹, 새롭게 알게 된 아이 친구 중에 엄마가 오냐 오냐 다 받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상하게 그런 경우에는 같이 놀게 하면 우리 아이가 상처를 받는 일이 많다. 그런 아이들과 노는 걸 가만히 지켜보면 놀이를 할 때도 아이들끼리 서로 타협이 잘 안되고, 장난감도 그 아이 위주로만 다 갖고 놀아서 우리 아이가 마음 상해서 오고.. 그런 걸 몇 번 보면서, 우리 아이가 어떤 친구와 인간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거기에 속한 단체생활이 즐거운지 아닌지, 그 안에서 친구관계가 잘 형성되는지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내가 아이 친구를 엄선해서 주변에 배치해 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결국은 아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라 그런 것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아이가 잘 헤쳐 나갈지 걱정이 많이 된다.
최근의 고민 2 - 5세 아이의 영어, 독서
아이의 학업적인 요소들도 요즘 참 고민이 많다. 영어와 독서 관련해서도 생각이 많아진다. 왜 나는 아이의 영어와 독서에 대해 벌써부터 고민을 할까. 그 근원을 파고 또 파고 들어가보면, 애가 공부 잘하고 영어 잘해서 부모가 잘난 척 허세 떨어보겠다는 이유가 아닌 이상, 결국은 아이의 독립을 위한 걱정과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애가 재벌집 자녀라서 지금 당장 가진 돈이 넘쳐나서 아이가 늙어서까지 게으르게 살아도 먹고 살 길이 풍부한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아이가 나중에 독립하여 세상에 나갔을 때 본인 밥벌이를 잘 하려면 뭐라도 하나 할 줄 아는 것이 있고 갖춰놓은 것이 있어야 하고, 그게 적당한 언어와 적당한 학벌 혹은 능력이라고 생각하니깐 영어와 독서에 대해 벌써부터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어는... 우리 아이의 경우 26개월이나 27개월 무렵부터 조금씩 시작을 했었고 성과도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부작용도 있었는데 영어를 가르칠수록 말을 더듬는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잘하던 한국말을 더듬는 증상이 나타나서 어쩔 수 없이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고, 영어를 안 가르쳐주니 말을 더듬지 않길래 어쩔 수 없이 영어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세 돌 무렵의 시기를 그냥 보냈다. 50개월이 넘은 지금은, 이미 한국말이 익숙하기 때문에 영어로 뭔가를 학습처럼 들이밀면 아이가 거부를 한다. 이런 저런 시도를 다 해보니깐, 일단은 지금은 아이에게 영어 동요와 영상(super simple songs 영상 같은 것들)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영어를 노출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때는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로보카폴리나 넘버블록스를 영어로 보여주면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차례 시도를 해보았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이미 아이가 한국어로 그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에 괜히 영어를 더하면 그 거부감이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은 굳이 영어를 끼워넣지 않고 그대로 한국어로 두면서 재미있게 보게 하고, 아이가 접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것인데 그냥 쌩영어인 것을 한국어 번역 없이 들이밀어야 아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영어동요부터 보여주고 들려주는 중이다.
독서는... 우리 부부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이 앞에서 책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4년 동안 우리 아이는 부모가 집에 있을 때 핸드폰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봤을 것이다. 최근에 육아 교육 관련한 여러 영상들과 자료를 접하면서, 내가 책보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심각한 통찰과 반성을 했다. 그래서 요 며칠(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아이 앞에서 핸드폰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왕이면 나도 재미있게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아이 책 뿐만 아니라 내 책도 같이 빌려와서 보고 있다. 교육전문가, 육아전문가들 중에 많은 분들이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꽤 일관되게 하시던데... 그래서 나부터라도 핸드폰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어린이집 다닐 때까지만 해도 책을 참 좋아하던 우리 아이였는데, 재미있는 영상을 꽤 많이 접한 탓인 것도 있어보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최근에는 '책은 재미없어'라는 말을 많이 해서 아찔할 때가 많다. 책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부모인 나부터 책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노력할 작정이다.
쓰고 나서 보니 사실상 별 거 없는 육아 기록이다. 그런데 유치원 들어가고 나서부터 이런 것들에 대해 정리를 한 적이 없어서 머리가 너무 복잡했는데, 그나마 기록하고 보니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게 자식이라지만, 그래도 이 중요한 시기에 교육을 잘해서 몸과 마음이 단정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고, 아이가 뭘 잘 모르는 이 시기에,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 습관과 태도 정도는 버릇이 될 수 있을만큼 자리잡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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