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기왕이면 아는 사람)의 결혼식에 가고 싶은지가 꽤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부페가 먹고 싶어서이다. 결혼식 부페는 맛 없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나는 임신했을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결혼식) 부페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어 유행하던 시기라 임신 때부터 지금 출산한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부페를 먹지 못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아는 사람 중에 누가 결혼을 좀 했으면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부페이다.
그런데, 결혼식에 대해 이런 오픈 마인드를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40세가 되어서야 결혼한 나는, 그 전까지는 결혼식 가는 걸 정말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했다. 특히 나보다 어린 친척 동생들의 결혼식에 가는 건, 정말이지 악몽을 꾸게 하는 일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한 친척 여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는 정말로 악몽도 꾸었다. 모두가 나를 놀려대는 뭐 그런 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고 결혼식에 가면 다양한 반응이 있다. 내 결혼에 대해 애써 무관심한 척 하는 친척, 언제 결혼할 거냐는 친척, 부모에게 불효자식이라고 하는 친척, 혼자 사는 삶이 더 좋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는 친척 등등 부류가 다양하다. 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결혼 이야기를 오히려 내 눈치보며 못 물어보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고, 나를 불쌍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취급을 부모와 세트로 당하니깐 더 괴로운 것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취급은 안 받아도 되는데, 이렇게 자유로운 상태가 되니 오히려 결혼식이 없다. 부페 한 번 먹기가 이렇게 쉽지 않을 줄 몰랐다. 물론 토다이 부페 같은 곳에 한 번 가면 되겠지만 코로나가 있다 보니 결혼식과 같은 약간 강제적인 기회가 아니고서는 부페 식당으로 일부러 가기엔 아직 조금 조심스럽다. 지난 주에 코로나에 걸렸는데, 걸려보니 다시 걸리고 싶진 않다. 물론 결혼식 부페도 코로나에 취약하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결혼식 부페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결혼식에 가기 싫어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적어 보았다. 위에 언급했던 이유 때문에 친구든 친척이든 결혼식을 가기 싫어했고, 하객 사진 찍는 것도 싫어했다. 이게 약간은 단점이 있는데 뒤늦게 결혼하고 나니 '그 때 왜 하객 사진 안 찍었냐'라고 묻는 친척이나 친구가 생겨서 조금 입장이 곤란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상대방 결혼식 친구 지인 단체 사진 찍을 때 안 찍었는데 상대방은 내 단체사진 찍을 때 같이 찍어준 걸 보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솔직히 이해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사회가 이렇게나 결혼 늦게 하는 사람을 달달 볶으면서 자괴감 느끼게 만드는데, 그런 곳에서 노처녀인 내가 할 거 다하길 바란다면 그건 진짜 좀 잔인한 거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 밖에도 가기 싫은 결혼식은 이유가 많을 것이다. 꼭 노총각, 노처녀가 아니더라도 나보다 더 잘난 배우자를 만난 결혼식 당사자에 대한 질투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나의 경우에는 신부가 엄청 젊고 이쁜데 나는 이제 4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 뭔가 훅 간 거 같은 모습인 걸 보이는 게 싫기도 하다. 또, 생각해 보면 결혼식에서 만나는 친구나 친척들이 우리 집이나 나의 배우자의 경제상황 같은 걸 조사(?)하는 것도 싫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행복과 사랑이 충만한 결혼식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피하고 싶은 이벤트일 수도 있다는 것이 웃픈 현실이다. 이 글을 검색해서 보시는 그 누군가도 아마 다양한 이유로, 어쩌면 나와 비슷한 이유로 가기 싫은 결혼식을 앞두고 있을 수 있으실텐데.. 그래도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가니 잘 극복하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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