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꼭 첫눈에 반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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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40대에 결혼

결혼은 꼭 첫눈에 반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by 나겸♡ 202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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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른후반에 장착했던 마인드를 그대로 가지고 20대나 30대에 있었던 소개팅과 맞선에 임했다면 아마도 마흔까지 기다렸다가 결혼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진작에 결혼했을 가능성도 아주 높다. 예전에 20대, 30대 초중반까지도 내가 원했던 만남은 첫눈에 반하는 만남, 첫눈에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만나는 만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남들이 소위 말하는 눈이 높다고 말하는 것, 그 말이 맞았던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원래 눈이 높다는 것은 외모도 보고, 직업도 보고, 성격도 보고, 키도 보고, 학벌도 보고, 볼 거 다 보는 것을 말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냥 외적인 느낌 같은 것만 봤다. 직업이나 경제력 같은 건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첫인상, 첫 느낌 그것만을 중요시 여겼던 것이다. 내가 봤을 때는 드라마, 연애소설, 순정만화 탓이 컸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좋아하면서 열심히 보다 보니 그런 식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만 꿈꿔왔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연애가 잘 되었던 순간은 거의 한 순간도 없었다. 시작은 그럭저럭 아름다웠을지도 모르나 끝은 더럽고 추잡했었다.

그런 와중에, 이미 결혼한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조언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첫눈에 반하지 않더라도 세 번까지는 만나보라는 것이었다. 한 직장동료가 기억에 남는데, 소개팅 했을 때부터 실시간으로 그 감정변화를 지켜봤었다. 처음 소개팅 다녀오고 나서 너무 싫다고 난리였고, 두 번째 만나고 나서도 여전히 싫다며 다음에 만나보고도 아니면 정리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세번째 만나고 오더니, 세번째 만나면서부터 인상이 좋아졌단다. 뒤에서 무슨 후광이 비췄다나? 그러더니 금새 결혼까지 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얼굴 뜯어먹고 살거냐고 그냥 진득하니 몇 번 더 만나보라는 말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그녀의 경험담은 매우 오랜 시간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 후에도 몇 번의 소개로 인한 만남이 있을 때, 첫눈에 아예 토할 것 같은 거부감이 드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저 무감정이 드는 경우에 세번까지는 만남을 가져보기로 했다. 몇 명을 세 번까지 만나보니 확실히 아닌 사람은 정말 세번째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 세 번째 만나니 나름대로 장점이 보이면서 훈훈한 마음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번째 만났을 때 나는 훈훈한 마음이 더해갔던 반면 상대방은 내게서 정이 떨어졌는지 그 뒤로 연락이 두절된 안타까운 경험도 있긴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덤덤히 기록하지만 그 때는 비참한 마음에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아마 서른 중반쯤이었는데, 한참 마음이 불안하던 시기에 나는 막 어떻게든 노력해서 좋아해보려 해서 이제 좀 괜찮은 마음이 생겼는데 상대방에게 뻥 차이고 나니, 이 나이에 언제 또 이 정도 마음이 드는 사람을 찾아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비참하고 초조하고 뭐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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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만난 지금의 남편은 친구의 소개로 만났는데, 처음 만나고서는 토할 정도로 거부감이 들거나 싫었던 건 아니지만, 만난 그 날 같이 밥을 먹고 싶을 정도의 호감까지는 들지 않았다. 그래서 차만 마시고 귀가했었다. 두 번째 만남은 더 심했다. 첫 만남에서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두 번째 만남에서는 너무 싫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소개시켜준 친구에게 전화해서 신경질을 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때 친구가 세 번째 만남까지는 가져보라고 다시 권해주었다. 저기 저 글 위에 세번째 만남의 마법의 경험담 직장동료를 친구도 나도 같이 아는 사이였고, 그 때 그 경험담 이야기 때 우리 둘 다 같이 들었기 때문에 친구도 나름 인상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한 번만 더 만나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고, 나는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고 세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그런데, 세 번째 만남에서, 희한하게, 저 위에 직장동료가 말했던 그 후광을 나도 보게 되었다. 세 번째 만남에서 남자가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서 내가 먼저 약속장소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가 기다릴까봐 뛰어오는 그 남자를 보고 후광+슬로우모션까지 같이 내 눈으로 경험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두 번째 만남까지는 너무 별로였던 그 사람이 갑자기 되게 훈훈해 보이고 이뻐 보이는 그런 현상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고 나서 잘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고, 지금은 남들이 보기에 내가 너무 남편을 좋아하는 게 보이고, 남편을 바라볼 때 내 눈에서 하트가 뚝뚝 떨어지는게 보인다고 한다. 처음엔 남자가 날 더 좋아해야지 하는 생각에 그런 이야기들이 기분 나빴지만, 지금은 쿨하게 인정하고 내가 혼자 짝사랑 중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첫눈에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몇 번의 추가적인 만남의 기회는 남녀가 서로에게 줘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본다. 인상이 언제 갑자기 확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리고 내 이상형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외모가 눈에 익고 익숙해지는 게 생각보다 그 효과가 꽤 무섭다. 물론, 처음에 정말 미친듯이 아닌 사람은 세번을 만나든 삼십번을 만나든 아닌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조금의 여지라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어쩌면 반전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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