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에서 여러 번 글로 적었지만, 40대 중반쯤 되어 나 자신을 좀 꾸며보려고 하면 뭘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분명히 몇년 전만 해도 입었을 때 예뻤던 옷이고 살이 특별히 더 찐 것도 아닌데 묘하게 어울리지 않고 이상해 보이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헤어스타일도 내게 제일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로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몇 년 전 그 느낌이 나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뭔가 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진다. 그럴 때마다 우울하기도 하고 좌절감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나를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 나까지 나 자신을 놓아버린다면 나를 애정 어리게 봐 줄 사람들이 과연 누가 있을 것이며, 그냥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는 건 너무 슬픈 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었던 20대, 30대 시절보다 요즘 와서 내 자신을 더욱 직시하며 외모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 아이 책을 빌리러 영유아 도서관에 가서도 한 켠에 마련된 어른들을 위한 책장에서 내 나이 사람들을 위한 패션 책 같은 것도 꼭 한 권씩 빌려서 읽어가며 나의 문제점에 대해 연구도 하고, 또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을 위한 조언 같은 것들도 메모해 보고 있다.
나만의 시그니처 아이템 찾기의 필요성
그 중에서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이 있다. 전에 후기를 올린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관심있게 본 카테고리 중 하나라서 특별히 사진도 찍어 보았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어느 정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립시켜 두면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자신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통해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만들어서 본인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자신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여러가지를 예로 들 수 있다. 본인이 붉은 색 계통이 어울린다면 주로 그런 계열의 옷을 여러 디자인별로 사서 자신을 꾸밀 수도 있고, 올림머리 같은 것이 트레이드 마크라면 언제나 올림머리로 우아하게 스타일을 연출할 수도 있다.
비슷한 예로, 미국의 여성 정치인 카멀라 해리스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가 '진주'라고 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진주 귀걸이나 목걸이 등을 착용하며 본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진주로 자신을 표현했다고 한다. 궁금해서 사진을 좀 찾아봤는데 정말로 모든 사진에서 진주를 꼭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 외에도 특히 여성 정치인 쪽에서 브로치나 목걸이, 핸드백 등을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정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상징하도록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 찾기를 위한 과정, 내 사진 찍어보기
나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통해 대외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고 무언가를 상징해야 하는 위치의 사람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주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나 역시 나만의 시그니처 아이템과 스타일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말이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또 검토하다가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나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게 절대 안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좋은 방법은 자신의 얼굴이나 전신샷을 사진으로 자주 찍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는 셀카보다는 남이 찍어 준 사진이 가장 좋다.
가끔씩 아이와 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남편 혹은 다른 사람들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놀랄 때가 정말 많다. 우선은 평상시 내 서 있는 자세나 앉아있는 자세가 너무나도 흐트러져 있고 보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어깨도 구부리고 있고 목도 거북목으로 있어서 가뜩이나 160cm도 안 되는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이고 몸매도 굉장히 안 좋아 보인다. 자세 외에도 표정 같은 것도 충격적이고, 헤어 스타일도 치렁치렁하니 안 예뻐 보일 때가 정말 많다.
솔직히 그런 사진들을 볼 때마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충격 덕분에 나 자신을 냉정하게 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사진 속에서 찍힌 내 모습을 보며 앞머리도 좀 더 단정하고 내게 어울리게 정리하고, 어울리지 않고 단점만 돋보이게 하는 스키니진들을 미련없이 폐기할 수 있었고, 내 작은 키를 그나마 커버해주는 패션 아이템이 롱스커트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그래도 충격 받은만큼 소득도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나만의 시그니처 아이템 귀걸이도 다시 정리해 보기
블로그에도 여러 번 후기를 올렸는데, 나는 귀걸이를 정말 좋아한다. 나에게 시그니처 아이템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귀걸이다. 가격이 비싼 건 형편이 안 되고 1~2만원 짜리를 자주 사서 바꿔 끼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렇게 중년의 패션과 관련된 책도 읽고 글도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이, 내 나이에는 비싼 아이템을 할 능력은 안 되더라도 전체적으로 너무 저렴한 느낌의 아이템들은 피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좀 실감하게 되었다. 귀걸이든 옷이든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은 거의 다 저렴한 아이템들인데 그나마 이게 덜 저렴해 보이려면 최대한 심플하고 단순하게 아이템과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나는 사실 감각도 좀 촌스러운 편이라 화려한 무늬의 옷이라든가 장식이 많이 들어간 화려한 신발도 좋아하고, 번쩍 번쩍 거리는 큐빅이 박힌 것도 좋아하는데, 애초에 누가 봐도 비싼 브랜드로 휘감을 것이 아니라면 그런 호화찬란한 쓸데없는 장식들은 다 없애고 단순하고 심플한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귀걸이도 그런 면에서 스타일별로 다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옷장과 장신구 보관함을 최대한 비우고 버리는 것부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기 보느라 쉴틈 없는 와중에도 옷장 정리도 하고 악세사리 정리도 해서 비울 건 좀 비운 후에 심플하게 새출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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