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엔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이었다. 막 잘 세팅되고 완벽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늘 이벤트를 하고 싶어하는 우리 남편은 결혼기념일 때마다 우리가 결혼했던 예식장에 기념으로 한 번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로 가 볼 수 없기도 했고, 또 생판 모르는 남의 결혼식에 뭐하러 가냐고 시큰둥하게 있다가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남편의 제안으로 함께 우리가 결혼했던 예식장에 가 보았는데, 다녀온 김에 방문 후기를 한 번 올려 본다.
우리가 결혼했던 곳은 'JK아트컨벤션'이라는 웨딩홀이다. 여기는 3개의 홀이 있는데 우리는 그랜드홀에서 결혼하였다. 기왕이면 예식이 있을 때 보고 싶었는데 일요일 오후에 방문해서인지 안타깝게도 우리가 결혼했던 그랜드홀에서는 우리가 방문한 그 시간에 예식이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잔잔한 음악과 조용한 공간에서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우리의 결혼식 이후로는 이 예식장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희한하게 지하주차장에 내리는 순간 3년 전 우리의 결혼식 본식 당일의 기억과 기분이 막 떠오르면서 설레고 두근거리던 그 날로 마치 돌아간 것만 같았다. 남편도 나도 동시에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진짜 결혼식날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약간 울컥할 뻔..
우리가 결혼했던 그랜드홀은, 우리가 결혼하던 해에 딱 리모델링을 했던 곳이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변동 없이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감수성이 풍부한 우리 남편은... 예식장의 버진로드를 걸으며 신랑입장하던 그 때를 회상하며 혼자 엄청 추억에 취한 듯 했다. 나야 신부입장이 시작되는 곳 문 안에 있어서 바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하객들도 다 있는 곳에서 10분 넘게 서서 신랑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너무 긴장되고 떨렸었다고 한다. 그 떨리던 순간 혼자 걷던 길을 이제 우리 아기와 함께 걸어보며.. 혼자 무한 감상에 빠져 있는 남편의 모습을 영상으로 편집해 보았다. 영상으로 보니 뭔가 감동적이다.
나도 우리 아기와 함께 걸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홀을 보러 와서 나는 아무런 기념 영상이나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남편이 예식장에 다시 가보자고 할 때만 해도 '굳이 왜 그런...?' 뭐 이런 심정이었는데, 막상 나와 아기의 영상은 남기지 못하고 보니 너무 아쉽고 살짝 속상했다...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웨딩홀 투어를 온 예비부부에게 우리가 여기서 결혼했는데 너무 좋았으니 여기로 정하시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들었지만, 괜한 오지랖일 듯 하여 막상 말로 옮기진 못했다. 다시 와서 보니 우리가 예식장을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ㅜㅜ
내가 결혼한 JK아트컨벤션 그랜드홀은 장점이 많은 웨딩홀이었다. 천고도 아주 높고, 웅장하고, 조명도 과하지 않고 딱 좋고, 직원들도 친절했고, 모든 것이 아주 좋았다. 단점으로는 주차가 금방 만차가 된다는 것과, 예식장 안은 깔끔하고 예쁘고 호텔 예식 느낌도 나고 아주 좋은 반면, 예식장 1층과 예식장 밖이 좀 많이 낙후된 느낌이 있다는 것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우리 결혼할 때도 무슨 공사도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것들 외에는 모든 점이 마음에 들었고, 큰 문제없이 예식을 잘 치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대로 오랜 기간 있어 주기를 바랄 뿐..
결혼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나면 뭐부터 정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고 망설여지는데, 일단은 예식 장소와 날짜 선정이 가장 최우선이다. 인기 많고 가격 좋고 예쁜 웨딩홀은 좋은 계절에는 누가 벌써 다 예약해 버려서 남는 시간이 없고 예식이 꽉 차 있다. 그래서 우리도 사실 시간대는 약간 별로인 시간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있던 좋은 시간대는 다른 예식장과 비교하며 망설이다가 다른 예비부부가 먼저 예약하는 바람에 놓치게 되었다. 좋은 곳은 금방 누가 낚아채가기 때문에 이 식장 예약만큼은 신중하게 결정하지만 동시에 신속하고 재빠르게 결정해서 예약금을 걸어 놓아야만 한다. 그 후에 다른 걸 식장 일정에 맞춰 하나씩 준비해 나가면 된다.
이번에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결혼했던 식장에 다녀오고 나니 결혼식을 준비하던 그 시간들과 결혼식 당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한 번 글로 다시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라 요즘 트렌드와는 또 차이가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기록 차원에서 차근 차근 글로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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