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웨딩사기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내용은 웨딩플래너 업체를 끼고 결혼식을 준비했는데, 웨딩업체에서 예비 부부에게 여러 결혼식 준비에 드는 것들을 토탈 관리해준다고 하면서 그 비용을 돈으로 다 받아놓고 드레스나 웨딩 사진 스튜디오 등 해당 업체에게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도록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해서 예비부부들이 비용을 이중으로 지급하지 않는 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대략 4년 전에 결혼하긴 했지만, 나 역시 섣부르게 웨딩업체에 계약금을 걸었다가 다시 취소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뉴스였다.
내가 겪은 일을 예전에 이 블로그에 글로 올리기도 했지만 간단하게 결론만 요약하자면, 정말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위해서라면 웨딩박람회에 가서 홀린 듯이 무조건 계약하지 말고 전체적인 것들만 참고한 뒤 직접 업체와 연락하여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드레스 업체, 메이크업샵, 예식장, 웨딩 스튜디오 모두 직접 연락하여 견적을 문의하고 날짜를 잡아서 결혼식 준비를 하였는데 매우 만족스러웠고, 이렇게 생각난 김에 그 때의 여러 가지 내용들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려 한다.
우선 아래의 내용은 2019년에 진행했던 비용이다. 그 때는 코로나가 아직 발생하기 전인 4년 전의 이야기이므로 지금은 그 때와는 금액적인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진행했던 웨딩스튜디오의 경우 저렴한 상품으로 1시간 촬영 상품이 있었는데, 이번에 글을 적으면서 그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니 1시간 촬영 상품은 없어지고 2시간 촬영 상품부터 시작 되면서 내가 진행했을 때보다 가격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났다. 헬퍼 비용 등도 지금과는 사정이 달라서 엄청 올랐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견적을 예상하는데는 참고가 될까 해서 내가 결혼식 준비하면서 실제로 지출했던 비용을 올려본다.
내가 말하는 스드메 비용의 정의
내가 아래에 정리한 스드메 비용은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스드메 비용보다 좀 더 많이 추가가 된 것이다.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냐고 하면 아래와 같다.
1) 스튜디오 촬영 + 액자 + 스튜디오 드레스 비용 (70만원)
2) 본식 드레스 한 벌 비용 (70만원)
3) 스튜디오 + 본식 헤어 메이크업 비용 (49만원)
4) 본식 스냅 촬영 + 본식 동영상 비용 (90만원)
5) 본식 부케 + 양가 어른 코사지 + 화동 꽃다발 비용 (19만원)
총 298만원
보통은 스드메 견적이라고 업체에서 받는 것에는, 아마도 본식 스냅 촬영과 본식 동영상 비용, 본식 부케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본식 촬영도 스튜디오 촬영과 마찬가지로 드레스 입고 사진이랑 영상 찍는 것이고, 드레스를 잘 갖춰 입는 것의 마무리는 부케이기 때문에 부케 비용까지 포함 시켰다. 내가 생각하는 스드메의 어떤 완성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한복도 끼울까 말까 고민은 좀 했는데, 한복은 드레스가 아니고 포함 시킨다면 폐백쪽 비용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 포함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보통 업체에서 스드메 견적을 줄 때 별도 비용은 추가로 발생한다고 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자면,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미리 가서 입어 볼 경우, 피팅비라고 소정의 금액을 현금으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본식 드레스의 경우 당일에 헬퍼 비용이라는 게 있는데, 4년전에도 이미 15만원이었다. 그리고, 스튜디오 촬영비의 경우에도 본식에 식장 앞에 전시해 두는 큰 액자 제작 비용은 스튜디오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업체도 있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드메 견적 하나로 모든 비용이 딱 끝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예산을 짤 때 도움이 더 많이 된다. 위의 내가 지출한 스드메 비용 298만원에는 그러한 헬퍼비와 추가비용, 피팅비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스드메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결혼하기 전에는 스드메에 돈을 쓰는 것이 돈낭비 혹은 허세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결혼식을 다 마치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보니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이벤트로 식전 영상, 결혼식 영상과 스튜디오 사진 등을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영화 보듯이 티비 화면에 띄워서 쭉 보고 있다. 매년 볼 때마다 새롭고, 잊고 있던 결혼식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는 반면, 영상이나 사진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해가 지나면서 점점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매년 볼 때마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남겨진 기록이 마음에 들려면 기왕이면 마음에 드는 의상과 헤어와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 때문에 업체를 잘 선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스튜디오 촬영 비용(모스트 스튜디오)
총 70만원(1시간 촬영, 예약금 10만원+잔금 34만원+촬영당일 드레스 헬퍼비 5만원+드레스 피팅비 3만원+드레스 1벌 대여비(서비스)+액자 추가 및 보정추가비 18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여러 웨딩 스튜디오 샘플을 보다가 연예인 흉내를 낸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컨셉의 샘플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최근의 샘플 사진들을 보니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분위기와는 좀 차이가 있긴 한데, 예전에 내가 진행할 당시에는 마음에 드는 컨셉의 사진들이 많았다. 그리고 선택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이 스튜디오의 장점들이 있었는데, 촬영 드레스를 공짜로 대여해 준다는 장점이 있었고, 또 1시간만 촬영하는 대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은 1시간 촬영 상품은 없어진 듯..). 당시 1시간 촬영 상품은 드레스를 한 벌만 입고 촬영할 수 있다는, 예비 신부로서는 여러 드레스를 입고 촬영할 수 없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막상 촬영을 할 때 보니 이 스튜디오의 전속(?) 헬퍼분께서 헤어 스타일도 두 번 바꿔 주시고 볼레로도 입혀주시고 머리 악세사리도 바꿔 주시고 하셔서, 최종 결과물인 사진들을 보니 옷도 여러 벌 갈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시는 분들은 촬영 당일 가셔서 드레스를 고르시기도 하시던데, 나는 며칠 전에 미리 가서 피팅비를 3만원 내고 3벌 정도 입어 본 후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스로 정한 후에 촬영을 했다. 약간 번거로운 일정이긴 했지만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스튜디오 촬영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꼭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 남편이 어떤 헤어가 어울리고 어떤 메이크업이 어울리는지 미리 체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스튜디오 촬영 당시 헤어와 메이크업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그 점들을 정리하여 본식 당일에는 수정을 하였고, 그래서 본식은 우리 둘 다 아주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일가 친척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스튜디오 촬영비용에 기본 액자비가 포함되어 있긴 했는데, 공짜로 줘도 쓰고 싶지 않은.. 너무 너무 별로인 디자인의 액자여서 도저히 결혼식 당일 식장 앞에 전시해 두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추가 비용을 20만원 가까이 내고 액자를 업그레이드 했다. 사실 이 액자는 생략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지금도 집에 짐스럽게 처박혀 있다. 그런데, 이거는 우리 부모님이, 특히 우리 엄마가, 딸의 결혼식장에 남들 결혼식처럼 액자로 장식된 게 있길 간절히 바래서 어쩔 수 없이 추가 비용을 내고 진행했다.
메이크업 & 헤어샵 비용(조이187 스타점)
총 49만원(예약금 22만원+잔금 22만원+신부 메이크업 실장 지정비 5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스튜디오 촬영날, 본식날, 이렇게 두 번의 헤어 메이크업이 합쳐진 비용이고, 신랑 신부 비용이 합쳐진 것이다.
메이크업샵은 인스타그램에서 검색을 많이 해보고, 내 취향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샵을 찾아서 후기도 검색해 본 후 진행했다. 웨딩 플래너 없이 준비했기 때문에 직접 메이크업샵에 연락해서 예약을 하고 진행하였다. 욕심 같아서는 원장님들한테 헤어와 메이크업을 다 받고 싶었지만 그러면 비용이 많이 커지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후기에서 좋다고 검색한 실장님을 지정해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이렇게 원장이나 부원장, 실장을 지정하면 지정비를 또 내야 한다. 메이크업의 경우 신부에겐 진짜 중요할 것 같아서 나는 실장님을 지정했고 남편은 그냥 그 날 가능한 디자이너님께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았다. 나도 메이크업은 실장을 지정했지만 헤어는 그냥 당일에 가능하신 디자이너 선생님으로 진행했다.
지금은 아마 2019년보다는 가격이 올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샵에 전화할 때만 해도 터무니없는 가격일까 싶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내 생각보다는 금액이 괜찮아서 마음 편하게 메이크업과 헤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플래너 없이 진행하는 거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서는 몇 번 전화로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잘 되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스튜디오 촬영 때 약간 아쉬웠던 부분을 잘 이야기 해서 본식 때 메이크업이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당시 내 메이크업을 해 주셨던 실장님은 지금 여기 안 계시는 듯 했다.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본식 드레스 비용(드이베)
총 70만원(계약금 20만원+잔금 32만원+드레스 피팅비 3만원+본식날 드레스 헬퍼비 15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지금은 아마도, 드레스 견적이 내가 진행하던 시기보다는 좀 올랐을 것 같다.
나는 드레스 뒷부분이 막 엄청 끌리고 베일도 길고 뭐 그런 왕족 같은 드레스를 개인적으로 너무 싫어했다. 그래서 여러 업체를 보다 보니 이 업체의 드레스가 그렇게 과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고, 피팅하러 갔을 때 거기 계신 직원분이 추천해 주신 드레스를 본식 드레스로 선택하여 입었다. 나는 촬영용 드레스는 스튜디오에서 제공해 주는 걸 입었기 때문에 본식 드레스 한 벌만 이 곳을 통해 진행하였다. 헬퍼비가 요즘은 많이 올랐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진행하던 2019년에는 15만원이었다. 다행히 좋은 헬퍼분을 만나서 본식 때 내가 반묶음 머리였는데 한복 갈아입을 때 올림머리로 예쁘게 묶어 주셨다. 내 드레스가 뒤에 트레이도 길지 않고, 또 베일도 끌리지 않게 무릎 정도까지 오는 길이여서 헬퍼분도 아주 편하다고 좋아해 주셨다. 드레스와 헬퍼분 모두 아주 만족스러웠다.
본식 스냅 촬영(더좋은날 스냅), 본식 영상 촬영
총 9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내가 진행한 업체는 검색해 보면 후기가 많지 않아서 나름 걱정이 되긴 했는데, 샘플 사진이 너무 막 연예인 느낌마냥 느끼한 컨셉으로 진행되지 않고 잔잔하고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잘 나온 걸 보고 진행하게 되었다. 열정적인 사진작가님 덕분에 매우 만족스럽게 촬영을 잘 했고, 사진과 앨범 모두 아주 마음에 들었다.
본식 영상은 비용이 0원이다. 이거는 예식장 계약할 때 예식장에서 주는 이런 저런 서비스가 있는데 남편이 예식장과 딜을 하여 다른 서비스 다 생략하고 이 영상을 서비스로 해달라고 했다. 당시 우리 담당 예식장 직원이 약간 떨떠름한 표정이어서 좀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영상이 무사히 잘 제작되어 USB로 잘 받았다. 물론, 공짜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영상 연결 연결이 좀 엉성한 부분은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기본은 했던 것 같고, 화질도 좋았고 작가분도 열일해 주셨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공짜로 진행하였으니깐.. 그만하면 만족한다. 영상은 공짜든 뭐든 간에 꼭 하는 걸 추천 드린다. 진짜 꼭 해야 한다. 나중에는 결혼식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기 때문에 꼭 영상으로 남겨 놓아야 그 기억을 붙잡을 수 있다.
부케(헤르비폴즈, 구 플라워라팡)
부케+양가 부모님 코사지+화동 꽃다발 2개에 총 19만원이었다.
내 개인적으로 부케는, 없으면 안 되긴 하지만 적당히 기본만 하면 크게 눈에는 안 들어오는 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싼 견적들을 받고 너무 고민스러웠는데, 검색을 통해 이 업체를 알게 되어 합리적인 가격에 아주 잘 진행하였다. 너무 금액이 좋아서 혹시 뭔가 추가 비용이 더 있는 건 아닌가 계속 약간의 의심스러운 불안함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예쁜 부케로 아주 잘 받았다. 업체명은 내가 진행할 때는 플라워라팡이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헤르비폴즈로 바뀐 것 같다. 금액은 내가 진행하던 2019년보다 몇 만원 더 오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진행하시는 것 같다.
이상으로, 좀 오래 되긴 했지만 나의 스드메 비용을 정리해 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큰 돈을 여기에 쓸 수 없다는 나의 생각과 남편의 생각이 더해져서 연락할 업체를 선정할 때부터 미리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결정하였다. 엄청 인기 있는 업체여도 너무 비싸다 싶으면 포기했다. 이렇게 아낀다고 아껴도 그래도 300만원 가까이라 큰 돈이 들긴 했는데, 매년 영상도 보고 사진도 보고 하기 때문에 돈 쓴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고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본식날 영상을 공짜로 하지 말고 돈을 주고 좀 잘 찍는 업체로 정해서 본식 당일 메이크업샵에서부터 영상 촬영을 할 걸 하는 생각은 든다. 이건 사실 나는 돈을 쓰고 싶었는데, 어떻게든 소비를 못하게 쥐어짜는 우리 남편이 나의 욕구를 눌러 주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좀 많이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그냥 아쉬운 정도.. 메이크업샵에서 막 떨려하던 내 모습과 설레게 웃던 남편의 모습이 희미하게 기억은 있는데 영상에 없는 게 좀 아쉽긴 하다. 다시 돌아간다면 영상은 꼭 공들여 찍고 싶다.
나의 이 긴 후기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참고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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