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청난 집안일 무능력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전문가의 교육 내용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면서 타고나는 기질 내지는 특성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 중에 하나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열심히 교육을 시키고 스스로도 성장하면서 훈련을 하면 조금 개선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잘하는 기질 자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아니면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게 정말 맞는 내용이라면, 나는 그런 기질은 안타깝게도 타고 나지 못한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 집안일, 청소, 정리정돈 노하우 몸에 익히기
그렇지만 그런 나도 지저분한 집과 정리정돈 되지 않은 우리 집의 풍경들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개선을 해보려고 좀 끄적거려 보긴 하는데 그래도 그게 작심삼일이 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올해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게도 오전에서 오후까지 4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겼다. 이제는 아기 보느라 집안일을 소홀히 했다는 핑계는 남편에게도 통할 수가 없다. 내 스스로도 아이가 하원했을 때 깨끗한 집안 환경의 모습을 익숙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최근에 그렇게 뼛속까지 박혀있는 나의 게으르고 미숙한 점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쉽진 않다. 흔히들 하는 말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들이 있는데, 그만큼 사람의 오래된 습성은 바꾸는 게 어렵다는 뜻 아니겠는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면 힘이 들기 때문에 하루에 하나씩만 바꿔보려고 하고 있는데, 그 중에 요즘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싱크대 거름망 매일 청소하기'이다.
우선은 부엌부터 : 싱크대 거름망 매일 청소하기
나에게 있어 싱크대 거름망은 매일 청소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남들도 매일 청소하나 검색을 좀 해봤더니 매일 청소하시는 부지런한 분들도 많았고, 적어도 3일에 한 번 정도는 웬만하면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창피하지만 그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기간이 넘을 때도 많았다. 거름망에 있는 음식물은 설거지할 때마다 비우긴 하지만 그것 뿐이고 거름망 자체를 음식물 찌꺼기가 하나도 안 남게 깨끗하게 청소하는 건 매일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매일 하지 않았으니 아무리 설거지를 끝내고 나도 싱크대 주변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싱크대 거름망까지 청소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마냥 스트레스만 받았었다.
그러다가 올 여름이 되면서, 심심할 때마다 눈 앞에서 날아다니는 날파리(초파리)들 때문에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작년에도 있긴 했겠지만 올해 유독 많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날파리 없애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몇 가지를 그대로 따라해 보았지만 딱히 효과가 없었다. 결국은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날파리 없애는 법을 발견하긴 했다(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 참조).
아무튼 이 과정에서 최근 내가 좀 긍정적인 습관을 몸에 익히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많이 나왔던 날파리 없애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집안에서 음식물 찌꺼기나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들이 있으면 날파리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글을 보았다. 그래서 '이제부터 설거지를 미루지 말고, 설거지를 다하고 나면 싱크대 거름망과 거름망이 들어가 있는 구멍까지 매일 솔과 세제로 깨끗하게 청소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게 되었다. 원래의 나라면 이런 계획을 세워도 작심삼일이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날파리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이 계획을 어기지 않고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매일 청소하면서 깨끗한 집안 환경 + 기분전환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
남들은 어쩌면 원래부터 매일 하고 있었을 일을 이제 와서 어쩌다 하면서 이렇게 글을 길게 쓰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제목에도 언급했듯 나는 '집안일 무능력자'이기 때문에 내 스스로 이만큼 한 것도 엄청 칭찬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지금껏, 대충 한 달 정도 되는 이 기간동안,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싱크대 거름망까지 깨끗하게 솔과 세제로 청소하고 있다. 이걸 매일 하게 되니깐 일단 싱크대 근처에서 이상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비오는 날 이런 때는 저 아래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냄새가 어쩔 수 없이 있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고, 평소에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고 싱크대부터 거름망까지 아주 깔끔한 상태이다. 이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그 전에는 거름망에 있는 음식물을 버릴 때 아무리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도 거름망을 만지는 것이 좀 껄끄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없다. 싱크대 거름망과 거름망이 들어있는 구멍까지도 깨끗하게 청소를 하면서 싱크대를 볼 때마다 느꼈던 스트레스도 없어졌고, 싱크대를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청소만 하는 과정에서 내면이 안정되는 느낌 같은 걸 받을 때가 많다.
이런 책들에서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도 싱크대 청소를 하면서 내면의 복잡하고 엉킨 감정까지 같이 청소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느끼는 것은, 이런 청소 같은 것들도 꾸준히 하면 결국은 '습관'과 '성격'이 된다는 점이다. 나는 원래는 싱크대 거름망까지 청소가 안 되어 있어도 상관없었던 사람인데, 이걸 꾸준히 하다 보니깐 싱크대 거름망을 청소해 놓지 않고 있으면 뭔가 살짝 찜찜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다. 청소를 다 해놓아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약간은 뭐.. 피곤한 성격이 된 것도 같긴 한데, 그래도 결국은 깔끔한 성격+1점을 쌓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조금은 개선했다는 것에 긍정적인 의미를 두고 싶다.
위의 동영상은 좁은 집 정리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인데, 내게 부엌을 정리하고 집안을 청소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게 자극을 준 영상이다. 영상 속의 주인공은 똑소리나고 이미지에서 '깔끔'이 느껴진다. 몇 번 본 영상이지만 귀찮고 흐트러질 때마다 한 번씩 또 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더라도 재미있기도 하고, 또 귀찮기만 하고 무기력해질 때 이 영상을 보면 다시 의욕이 샘솟는다. 나처럼 청소 무능력자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 보시길 추천한다.
집안일을 잘해보려고 하는 노력은 쓸데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회사생활 16년 vs 집안일+육아를 5년을 직접 해보고 비교해 보니... 내가 그동안 회사생활을 편하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집안일이 더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월급이 없다보니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치우고 나서 돌아서면 또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에서 현타가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어렵다. 타고난 기질이 없는 내게는 더 어렵다. 그렇지만 잘 해내서 남편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아이에게, 깨끗한 환경해서 차분한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집안 환경을 보여주고 싶다는 면에서 어렵더라도 노력해 볼 작정이다. 이 다음 과제는, 짐 정리다. 짐 정리 글도 다음에 기회되면 올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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