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당첨 중도금 대출 후기(배우자 신용 낮을 때 공동명의로 변경)
서울도 아니고 인기있는 지역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름 신도시 청약에 당첨되어 중도금 대출 시기가 되었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중도금 대출이 완료되어 그 눈물겨운 후기를 기록해 볼까 한다.
우선은 남편의 이름으로 청약 신청을 하였다. 우리는 신혼부부 특공(특별공급) 대상자였는데, 청약 신청을 하는 아파트가 지어지는 도시에서 거주한 경우, 거주지역 2년 이상이면 가점을 주기 때문에 10년 이상 거주한 남편 이름으로 당해 가점을 노리고 신청을 한 것이다. 나는 결혼 전까지는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서울 시민으로 거주 기간이 2년도 되지 않아서 내 이름으로 신청할 경우 당첨 가능성이 확 떨어졌기 때문에 남편 이름으로 신청을 하였다.
문제는, 우리 남편이 예전에 동업하다가 사기 당한 게 있어서 금융기관과도 아직 소송 중인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받을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남편 이름으로 연체를 걸어 놓아서 남편 신용 등급(신용점수)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다(300점이 안 된다고 한다). 청약 신청을 할 당시, 남편은 자신의 신용 때문에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아파트 대금을 갚을지에 대한 계획을 짜느라 매우 고뇌에 차 있었다.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자금 계획을 쥐어짜서 세우기는 했고, 그러고 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청약 신청을 하였다. 혹시나 당첨이 된다고 하면 그 때 또 대책을 마련하자는 마음도 약간은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정말 청약 당첨이 되었다. 당첨 발표날 아침, 당첨 발표를 확인한 나와 남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기뻐야 하는데 기쁨보다는 당장 돈 마련할 생각에 얼굴의 그늘이 지워지지 않던 우리 둘의 모습...
정신을 차리고 대책을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부부 공동명의로 명의 변경을 하면 청약 당첨자(우리의 경우 남편)가 아닌 배우자(우리의 경우 아내인 나)의 이름으로 중도금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실제로 검색을 해보면 우리와 같은 사례들이 종종 나왔는데 어떤 사람들은 중도금 대출이 나왔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받지 못했다고 하기도 해서, 과연 뭐가 맞는 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은행에 문의를 해봐도 그건 중도금 대출 지정은행이 정해지고 나서 확인할 수 있다고만 하고 정확한 답변은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덧 중도금 대출 신청기간이 드디어 다가왔고, 우리는 불안한 느낌을 안고 집단중도금 대출 신청을 위해 지정된 장소로 가서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중도금 대출 신청서 및 각종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아파트 당첨자들이 집단 중도금 대출을 신청할 때 은행 모바일 뱅킹 어플을 통해서 신청을 하게 되어있다. 우리 부부처럼 공동명의인 경우, 주 계약자인 내가 먼저 어플로 신청을 하고 나면, 배우자가 또 본인 이름으로 모바일 뱅킹 어플에 들어가서 공동계약자 승인을 받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내가 먼저 대출 신청을 어플로 하고 모든 게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는데, 남편이 어플에 접속하여 공동명의 계약자로 승인을 하려 하는데, 글쎄 어플에서 인증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에러가 난 것이다! 몇 번을 해도 안 되고 해서 당시 거기 있던 은행 직원들과 모두가 와서 체크하고 확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남편의 낮은 신용보다는 연체 기록이 계속 남아 있어서 공동계약자 인증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당시 거기 나와서 근무 중인 직원들의 말로는 어플에서 진행이 안 되면 중도금 대출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어디 다른 대출 받을만한 구멍이 없는지 검색하느라 밤을 샜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 남편이 중도금 대출 지정 은행으로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 곳 직원들의 상담으로 약간의 희망을 보았다. 우리 남편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본인이 연체하고 싶어서 연체한 것이 아닌 소송 중의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연체기록이라고 이야기 하고 상담을 받았다. 사실, 남편의 연체기록에 나온 연체금액은 1천원이다. 만원도 아니고 그냥 천원. 소송 중인 금액이다 보니 소송 해당 금액을 은행에서 다 연체로 잡아놓지는 못하고 연체 기록은 남겨 놓아야겠고 해서 천원으로 해놓은 모양이다. 은행에서 이런 것들을 다 확인하고 직원들끼리 알아보더니 어플로 신청이 안 되더라도 나중에 수기로 할 수 있게 해 줄테니 걱정말고 있으라고 해주었다. 자기들 은행 규정이 담긴 책자까지 가져오면서 자기들은 공동명의 중도금 대출 신청의 경우, 대출신청자가 아닌 배우자의 신용은 보질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말이다.
해결된 과정은 이렇다. 은행에서 신용정보원(?)에 연락을 해서 우리 남편 이름과 기타 등등 사유를 이야기 하고 협의해서, 신용정보원에서 임시로 전산상의 기록을 잠시 풀어주면, 그 때 은행에서 주택금융공사와 보증 관련 내용에 대한 서류와 전산 처리 등등을 하고 서류 절차를 진행해 주어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게 된 것이다. 사실 이 과정도 쉽지가 않았다. 신용정보원에서 연체기록을 풀어주는 것은 하루의 시간 뿐이어서 이 시간 안에 중도금 대출이라든가 주택금융공사 보증이라든가 이 모든 걸 다 해야 하는데, 우리 같은 케이스가 없었어서 은행 직원도 이런 것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미리 승인 신청만 해두었다가 중도금 대출일 전날 우리 대출 담당 직원이 혹시나 하고 전산을 확인했는데 천 명의 대출 신청자 중에 우리 집만 에러가 나 있어서 부랴부랴 대출일 당일 은행으로 오라고 나에게 전화가 왔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나는 아기를 데리고 가서 하루 종일 은행에서 대기를 해야만 했다. 혹시나 전산에서 뭔가 에러가 나고 처리가 안 될 경우 본인 서명도 있어야 하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대출이 완전히 실행될 때까지는 본인이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아기를 데리고 은행에서 놀고, 주변에 산책하고, 은행 주변 식당에서 아기랑 밥 먹고.. 하필 남편은 그 날 따라 일을 절대 뺄 수가 없어서 혼자서 계속 대기해야만 했다.
은행 본사에서 승인도 해주고 뭐 이런 여러 절차들이 많은 시간이 걸려서 하루 종일 대기하다가 결국 무사히 중도금 대출이 완료된 걸 보고 난 후,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 온 남편과 함께 집으로 귀가했다.
이런 절차가 가능했던 이유를 남편과 내가 짐작해 보건데, 남편이 은행 모바일 뱅킹 어플에서 에러가 났을 때 포기하지 않고 은행에 가서 상담을 열심히 했던 것도 있고(두 번 정도 은행에 찾아감), 또 남편이 연체기록이 있지만 1천원이라는 소액이기 때문에 여러 제한을 임시로나마 해제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은행 직원의 말로는 중도금 대출 신청한 천 세대 중에 우리 집만 에러가 났다는 걸 보면, 웬만한 신용 점수나 신용 등급이면 중도금 대출은 원만하게 다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예전에 알아본 다른 은행에서는 자기들의 경우에는 공동명의로 중도금 대출 신청을 하더라도 배우자 신용까지 다 본다고 했는데, 이번에 우리가 신청한 은행은 자기들 규정집에는 공동명의인 경우 대출 신청자가 아닌 배우자의 신용은 보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며 얘기해 준 걸 봤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마다 좀 다른 것이 아닌가 싶다. 다행히 우리는 남편의 신용등급은 낮아도 대출이 가능하였고, 무사히 중도금 1차 납부를 완료하였다.
중도금 대출이 무사히 실행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비록 높은 이자율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도 안 됐다면 어디서 현금을 끌어왔어야 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무사히 진행되어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또 친절한 은행 직원분들도 몹시 고마웠다. 하루종일 은행에 앉아서 보니깐 대출 담당 직원들은 쉴 틈 없이 고객들이 찾아오던데 그 바쁜 와중에 내 신경도 계속 써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보니깐 직원 칭찬하기도 은행 어플에 있던데 감사의 인사라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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