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육아 시작/아이 데리고 가본 곳

아기랑 카페 투어 어린이집 방학 2일차, 연남동 청수당공명

나겸♡ 2024. 7. 3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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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내내 우리 아이(39개월, 4세)의 어린이집 방학기간이다. 다른 가족들의 경우 아이 방학에 맞춰서 여름휴가 여행으로 국내외 여기저기 좋은 곳에 많이들 다니던데, 다행히 나와 남편은 여행을 그렇게 즐기지 않고 쉽게 지치는 성격이라는 점이 일치하여 딱히 여름휴가로 여행을 계획하진 않았고, 아이 방학기간 동안 여기 저기 소소하게 구경가는 걸로 대체하고 있다. 다만 여행이라도 좀 다니는게 아이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작은 걱정이 들긴 하는데, 좀 더 커서 뭘 좀 더 알면 그 때는 제대로 된 여행도 한 번씩 가려고 한다.

 
어쨌든 그래서 이번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기간은(우리 가족으로서는 처음으로 맞아보는 아이의 방학기간임) 주로 카페투어가 되어가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찌저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제 방문한 곳은 홍대입구 근처, 무려 연남동이라는 젊은이들만 가는 곳인 것만 같은 동네에 위치한 '청수당공명'이라는 카페이다. 
 
이 곳은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서 소개로 나온 곳이다. 영상에 담긴 모습이 너무도 아늑하고 예뻐 보여서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육아를 하느라 홍대까지 나오기가 쉽진 않기 때문에 아이 방학기간을 맞이하여 온가족이 함께 출동해 보았다. 검색을 좀 해보니, 이 곳이 나름대로 핫플레이스라서 사람 많은 시간대에 가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꽤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평일 오픈런을 노리고 부지런히 준비를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픈시간보다 30분 늦어진 오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이 곳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넋놓고 쳐다보는 아이)


사진을 통해서 본 것과 똑같은 비주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진보다 카페 실제 규모는 좀 작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런 분위기의 카페를 흔하게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우리 아이도 이 곳이 예뻐보였는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폭포가 있고 물고기도 있다며 너무 좋아했다.
 

(1층 명당 옆자리)


카페 내부에 들어가보니 1층에는 우리 말고 한 테이블에 손님이 먼저 와있었는데, 약간 아쉽게도 제일 좋은 명당에 이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픈런에 성공하신 분들이 아닐까 싶었다. 물이 떨어지는 통유리창 바로 앞자리가 제일 명당인데 다른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거긴 앉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명당과 엇비슷하게 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1층 명당 테이블 옆에서.. 다음에는 오픈런으로 명당에 앉아보고 싶다.)


검색해서 봤을 때 지하는 그냥 그렇다고 해서 아예 내려가지 않았고, 2층은 혹시 괜찮으면 앉아볼까 싶어서 올라가 봤는데 2층도 좋았지만 1층의 자연 속에 자리잡은 카페 느낌까지는 나지 않아서 우리는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도 1층이 제일 인기가 많다고 직원분이 설명해 주셨다.

(2층은 이런 느낌)


오전 11시가 오픈이라고 하고 우리도 늦지 않게 11시반에 갔지만 평일임에도 제일 명당자리에 손님이 이미 있었고, 또 2층에는 외국인 단체 손님들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조금 있다가 두 테이블 정도 더 손님이 들어왔는데, 두 테이블 모두 홍콩과 중국(혹은 대만) 사람들이었다. 관광객인지 유학생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연남동 핫플레이스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외국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곳인 모양이었다. 
 
우리 아이의 경우, 나와 어릴 때부터 카페를 다녀서인지 카페에 앉아서 분위기를 즐기며 빵이나 케익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활동적인 아이들은 카페에서 진득하게 앉아있는 걸 잘 못한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는 분위기 있는 카페를 너무 좋아하고 또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조용히 시키면 조용하게 잘 있는 편이다.

(같이 간 이모와 함께..)


다만, 평소에 인터넷 글 같은 걸 보면 이렇게 젊은이들이 오는 곳에 아기를 데려오면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보여서 내심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싫어할까봐 신경이 좀 쓰였다. 이 곳 후기를 검색해 봐도 우리 아이처럼 어린 아기와 이 곳에 방문한 후기는 웬만하면 있을 법도 한데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서 우리가 가도 되나 걱정되기도 했고 말이다.
 
실제로 우리 테이블 뒤에 있는 외국인 두 명(홍콩쪽 같았음)이 한 번씩 쳐다봐서 혹시나 우리 아이 목소리가 방해가 되는 걸까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좀 불안했다. 그래서 커피와 케익을 다 먹고 아주 조금만 더 있다가 집에 가자며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같이 갔던 남편과 동생이 내가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거라고 전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었다.

물론 내가 괜한 신경을 쓴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갔을 때 카페 내부는 명당에 앉은 손님 두 명이 1층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자기들 회사 생활 이야기를 크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아이의 목소리는 거기에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커피숍에 오는 젊은 친구들 중에는 똑같이 큰 소리로 떠들더라도 비슷한 또래들이 떠드는 건 괜찮지만, 아기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는 분위기를 망친다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괜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홍대, 연남동이라는 장소 자체가 아이와 아이엄마인 내겐 어울리지 않는 곳인 것만 같아서 기가 좀 죽은 측면도 있다. 다만, 우리가 카페 밖으로 나올 때쯤 보니깐 우리 보다 훨씬 더 연배 있어보이시는 무리의 손님들도 카페로 들어가시는 걸 보고 나도 기죽을 필요는 없겠다 싶기도 했고, 이래 저래 내가 좀 지나치게 신경쓴 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카페여서 평일 오전의 한상함을 기대하고 한 번 방문해 보았다.
 
우리는 케익 두 개와 커피를 주문하여 먹었다.

케익은 아이가 먹기에는 좀 많이 달긴 했는데, 이런 곳에 와야 먹어보는 메뉴인만큼 그냥 먹게 했다.

(간식을 보고 설렌 아기)


커피는 다른 카페와는 다르게 카페모카나 라떼 같은 그런 평범한 메뉴는 없기도 했고, 또 케익이 달다보니 아메리카노 같은 심심한 커피가 나을 것 같아서 기본으로 주문해서 먹었다. 이 곳은 커피와 디저트의 맛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분위기와 인테리어를 즐기러 온 곳이기 때문에 그냥 저냥 대충 무난해 보이는 것으로 주문해서 먹고 나왔다.

외부는 소소하지만 아주 예쁜 포토존이 되어 마음에 들었다.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런 느낌의 조명과 인테리어는 밝은 오전이나 낮 시간보다는 살짝 어두워지는 저녁시간에 보는 것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오전에 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카페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평일 오전 한산한 시간을 틈타 오픈런 시간대 정도는 노려볼만 하겠지만 굳이 아기와 함께 이 곳까지 찾아가는 것은 추천하고 싶진 않다. 나는 유튜브로 우연히 보고 나서 이 카페에 한번쯤 와보고 싶었고 혼자 시간 내기는 쉽지 않았기에 가족들과 아기와 함께 꾸역꾸역 찾아오긴 했지만, 명당에 앉아 큰소리로 이야기하시던 분들을 제외하고 다른 두 테이블의 사람들(외국인들)이 한번씩 쳐다보는 게 상당히 신경쓰였다. 진짜 그냥 우연히 쳐다본 것일 수도 있는데 우리 아이를 안 좋게 볼까봐 내 스스로 굉장히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과거에 내가 결혼하지 않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런 분위기 좋은 카페에 친구와 시간을 내서 찾아갔을 때 옆테이블에 아기가 있으면 나도 뭔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했을 것도 같다. 아기와 아기엄마들 손님을 겨냥한 카페도 충분히 많으니 웬만하면 우리들은 앞으로 그런 곳으로 주로 가자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는 나도 아기를 데리고는 이 카페에는 다시는 안 갈 예정이다.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먼 거리임에도 굳이 억지로 찾아갈 필요가 있을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면 분위기를 즐기고 싶을 때마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흔한 커피숍처럼 흔한 커피 메뉴가 다양하게 있지는 않다는 점은 방문 전에 미리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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