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파이터 7화 리뷰(인간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스테이지파이터를 3화인가 4화인가까지만 방송을 챙겨보다가 그 뒤로는 보질 않았다. 잔인한 계급 이동식 같은 것도 보고 싶지 않았고, 뭔가 이상한 경쟁구도 같은 것도 싫었고, 화면에 잡아주는 사람만 계속 잡아주는 것도 내가 괜히 서러운 마음이 들어서 보다가 그냥 하차한 것이다. 그러다가 7화는 오랜만에 본방을 한 번 봤다. 1회부터 초반 3회인가 4회인가까지는 편집이나 여러가지가 좀 재미없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 화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아름다운 무대와 공연을 여러 편(무대의상과 배경, 효과에 나름대로 돈도 많이 쓰고 신경 쓴 것으로 보임)으로 보고 나니, 집에서 보는 건데도 공연장에 다녀온 것 같은 감동이 있었고 볼거리도 풍부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도 여전히 없고, 그렇다고 아주 멋지게 방송을 잘 만드는 것도 여전히 아니라는 것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출연자들은 엠넷 서바이벌 예능을 미리 보고 각오했어야
이번 화에서는 스테파 최초로 많은 무용수가(24명) 탈락을 했다. 군무에서 아마 다 탈락했을 것이다. 스테이지파이터의 1화~7화까지 보면, 이 프로그램은 군무 없이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아무리 날고 기는 1위 2위 무용수라고 할지라도 군무 없이 했다면 그들이 더 돋보일 일은 없었을 것이고, 굳이 그런 잘 나가고 모두가 찬양하는 상위권 무용수들이 없어도 군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있고 감동을 주는 무대들이 많았다. 영상을 보면서 군무하는 저 사람들 너무 수고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화에 나온 탈락자들 발표는, 글쎄 방송 중에 대충 1분이나 썼나 모르겠다. 그냥 탈락자 전체를 엑셀처럼 명단을 만들어서 점수는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게 글씨도 조그맣게 꾸역꾸역 끼워넣어서 띡 하나 올리고 떨어진 사람들 중에 몇 명 인터뷰만 짧게 보여주고 그걸로 끝이었다. 프로그램의 반이 넘는 시간을 그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채웠는데, 떨어지는 마당에 얼굴 한 번씩이라도 잡아주고 춤추는 모습 슬로우로 잠시나마 조금씩 걸어서 보여주고, 멘트라도 한 마디씩 방송에 내보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배려도 못 보여주는 건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엠넷 서바이벌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분노를 느꼈다.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은 경우(프듀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그냥 자기 무대만 열심히 준비하면 됐었던 건데, 이번 스테이지파이터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출연자 본인의 개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그건 소수의 인기 출연자들만 가능했음) 전체 무대를 위한 배경이 되는 미션이 대부분인데 그런 와중에 본인의 생존을 위한 표도 받아야 한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군무 덕분에 멋진 무대나 영상을 볼 수 있으니 좋긴 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의 현실 또한 몇 명의 주역 이외에 대부분은 군무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 방송 역시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면 방송국도 딱히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현실과는 좀 다르게 보여줄 수도 있는게 방송이고, 드라마고, 영화고, 예능 아닌가? 굳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제작진에게 정말 없던 정도 뚝 떨어진다. 7회 마지막에 떨어진 사람들 그 몇 명 인터뷰를 보면, 그 날 처음 얼굴 보는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아마 1화부터 7화까지 방송에서 단 한 번도 얼굴이 안 잡히고 이름 한 번 안 나온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방송이라는게 자선사업도 아니고 능력있고 매력있는 소수 몇몇 출연진에게 분량을 많이 주어야 시청률도 오른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어차피 본격적인 무대에서 많이 잡아주니깐 중간 중간 소소하게 끼는 멘트 같은 것들, 예를 들자면 OO님의 무대가 좋아보였다, 어땠다거나 하는 식의 멘트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 무대보고 감탄하는 무용수들의 리액션 같은 것 잡아줄 때라도 군무진 얼굴 중 하나라도 잡아주면 뭐 큰일나나? 아무튼 마지막까지 인간미라곤 전혀 없는 허접한 기획은 아주 잘 봤다.
이쯤되니 그냥 여기 출연을 결심한 무용수들에게 여기 출연하기로 했을 때 방송에 얼굴 한 번 못 나올 수도 있다는 각오는 하고 나왔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다. 엠넷 서바이벌은 스테파에서만 그랬던 게 아니고 그 전에 프듀같은 아이돌 서바이벌 같은 데서도 이미 쭉 한결같았는데 미리 확인이나 하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걔네들은 그 때부터 쭉 그런 식의 논란이 있어왔고, 결국은 무대 자체로 인한 평가보다는 인지도와 인기투표가 되어 버리고, 소수의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에 대해서는 안중에 없는 그런 방송이 엠넷 서바이벌인데.. 스우파나 스맨파 같은 건 그래도 팀별로 대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스테이지파이터보다는 출연자들의 현타 같은 것은 덜한 기획이었다.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 팀을 보여주는 것이니 그래도 개인플레이보다는 본인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거기서도 주목 받는 멤버는 따로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또 생긴다면 거기 출연하는 출연자들은 이런 냉혹한 현실을 꼭 인지하고 출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몰랐던 무용수들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이 만든 무대를 보는 감동은 있다
방송국 욕을 실컷 했지만, 그래도 이번 7화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나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 하나하나를 보는데, 조명이며 의상, 안무, 음악 이 모든 것에 상당히 공을 들인 느낌이 많이 나서 보면서 아주 재미있었다. 같은 안무와 공연을 A팀 B팀으로 나누어서 비교하며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같은 걸 두 번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같은 안무와 같은 캐릭터에 대해서 무용수 각자가 다르게 해석하여 표현하는 것을 보는 것에 눈호강을 제대로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스카이캐슬>, <올드보이> 이 두 개의 무대가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안무도 너무 좋았고, 의상도 너무 좋았다. 특히 올드보이 같은 경우에는 나는 영화 올드보이는 보지 않았는데, 무용으로 본 올드보이 무대만으로도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짧게나마 와닿게 느껴서 무용 공연 영상만으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스카이캐슬의 경우에는 군무 포함 안무 자체가 너무 멋있어서 눈호강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 보기 전에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너무 재미있게 봤다. 확실히 춤, 무용, 이런 건 무대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때 감동이 제일 큰 것 같다. 방송으로만 봐도 그런데, 직접 가서 봤으면 아마 더 멋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었던 것인지 다시 한 번 비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이 프로그램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 출연한 무용수들은 이런 장르의 음악, 이런 느낌의 춤과 무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중에서 발레를 제일 좋아하는데 1화부터 지금 7화가 되기까지, 발레 무용수들이 발레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미션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본다.
일단 음악부터가 거의 케이팝 같은 음악으로 한정되다 보니 거기서부터 뭔가 내 기대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올라온 많은 영상들을 볼륨을 끄고 보면 무용 같다고 볼 수 있으려다가도 볼륨을 켜고 보면 뭔가 아이돌 무대 안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돌 안무가 안 좋다거나 싫다는 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여러 장르의 무용수들이 무용으로만 파이트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광고하고 기대하게 만든만큼 뭔가 기존에 티비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춤인지 무용인지 아무튼 그 무언가를 보고 싶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무용수들을 모아다가 그냥 이도 저도 아닌 걸 하게 한 느낌이다.
그래도 음악이야 원래 엠넷이 음악방송이니깐 케이팝스럽게 간다 치더라도, 그 안에서라도 얼마든지 발레로 뭔가를 보여줄 수도 있는 건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이나 동요 무용수들의 평에서도 알 수 있는데, 어떤 발레 무용수가 춤을 보여주고 나면 너무 발레같았다, 발레틱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출연자들도 첫 회 때 각오와는 달리 이제는 포부를 설명하면서 정통발레가 아닌 것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포부가 그렇게 바뀐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발레 무용수가 모든 미션을 발레틱하게 하면 안 되는 건가? 정통발레를 보여주면 안 되는 건가? 음악 때문에? 발레로만 승부를 보면 아무래도 자극적인 면이 덜해서 경쟁력이 떨어지니깐? 내가 발레를 예로 들기는 했지만, 한국무용도 마찬가지다. 뭔가 한국무용 고유의 선, 안무, 멋 같은 걸로도 한 번 비벼보는 그런 미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은 세 장르의 무용수를 모아 놓은 스테이지 파이터니깐.. 그런데 지금은 그냥 뭔가 알 수 없는 여러 장르가 섞여서 범벅이 된 무대를 주로 보게 된다.
춤에 경계가 어디 있겠으며, 장르와 음악을 구분하고 선을 긋는 것이 예술을 너무 한정적으로 보게 하기 때문에 그런 틀을 깨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다른 스트릿댄스 장르는 포함시키지 않고 굳이 세 개의 무용 장르의 무용수들만 출연시켜서 장르별 대결을 하는 것처럼 구도를 만들어 시작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여러 미션이나 인기투표 같은 개인별 영상의 좋아요 누르기 같은 것들은, 장르별 무용의 차이와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던 나같은 사람의 기대는 무너뜨린 채 그냥 무용계의 프듀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기 출연자들도 나름대로 남같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게 되었는데, 퍼스트든 군무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좋은 경험이었다고 여기며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이 프로그램이 총 9부작이라는 이야기를 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회차가 단 2회분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가만히 보면 앞에서 좀 편집이 늘어져서 쓸데없이 분량이 들어가느라 시간을 잡아먹은 게 많은 것 같다. 정작 보여줄 거는 지금부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시간이 부족하니 벌써 방송에 나왔어야 할 많은 걸 그냥 유튜브 채널에만 올리고 방송에는 안 나오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나마 유튜브에도 다 올려주지도 않는 것 같고.. 이렇게 알짜배기가 빠진 채 본방을 내보내는 프로그램은 처음 본 것 같다.
아무튼, 애(+증)청자로서 방송이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웃긴 건 아직도 이 프로그램의 최종 혜택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탈락자가 생긴다면, 그럼 파이널은 몇 명인 건지, 그 사람들이 뽑혀서 뭘하는 건지, 아무도 모른다. 걱정스러운 게, 이게 개인전이다 보니 예전 프듀 시절처럼 탈락자 4분할 같은 거 해가지고 한 명 마지막으로 붙이고 나머지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딴 최악의 기획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방송국의 특성상 하고도 남을 거 같긴 한데.. 부디 그렇게까지 최악의 프로그램은 되지 않길 바란다. 제발, 시청자로서 부탁합니다. 방송국으로서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건 좀 지켜보세요. 심사위원들도 가만히 앉아서 심사만 보지말고, 같은 무용인으로서, 본인들 후배들이 방송국놈들의 자극적인 편집에 농락 당하지 않고 멋진 모습 보일 수 있게 방송 기획에 참여도 하고, 충고도 하고, 제안도 하고 좀 그래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