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돌 아기 데리고 간 곳 후기(서울대공원 동물원, 뽀로로파크 영등포점, 한강공원, 서해랑 케이블카)
늘 그렇듯 여전히 우리는 아이와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그 중에는 아이의 반응이 좋아서 또 가고 싶은 곳도 있고, 아이와 부모인 우리 모두 반응이 별로였던 곳이 구분된다. 그래서 오늘은 그 후기를 장소별로 나누어 보았다. 서울대공원 동물원과 뽀로로파크 영등포점, 한강공원, 서해랑 케이블카에 대한 우리 가족만의 후기를 조금씩 나누어 정리해 본다.
우리집에서는 너무도 멀고 험난했던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 경험상으로는 두 돌 혹은 세 돌 아기를 어딘가에 데려갈 때는 일단은 집 가까운 곳, 이동거리가 짧은 곳이 최고다. 이동하면서 부모나 아이의 체력 소모가 적어야 최상의 컨디션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부부처럼 부모가 둘 다 40대 중후반이고, 또 젊은 시절부터 집돌이 집순이라서 어디 여행 다니거나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 경우에는 체력적으로 빨리 방전되기 때문에 출발하면서 이미 지쳐있을 확률이 높아서 컨디션 조절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우리 집에서 서울대공원은 한시간 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일단 한참 벚꽃 피던 주말에 여길 갔다는 자체가 이미 대실패를 예고하는 선택이었다. 출발할 때부터 우리 가족 모두는 이미 진이 다 빠져있었는데,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동물원이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 타야 했던 코끼리 열차 때문에 또 줄을 서야 했고, 거기서 리프트 탄다고 기다리느라 한시간 가량 또 줄을 서야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탄 리프트가 재밌고 좋았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솔직히 그럭저럭 별 느낌이 없었다. 한참 벚꽃이 만발한 시기였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진이 빠진 상태에서 동물원에 갔기 때문에 아이도 우리도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게다가 뙤약볕에 뻥 뚫린 야외라서 이동 내내 힘들었던 기억 뿐이다. 나로서는 정말 다시는 아이와 함께 굳이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아기 키우는 집들은 이 곳을 다들 그렇게들 좋아하던데, 집순이 집돌이인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도 힘든 여정이었다. 우리 아이도 만 나이가 아닌 그냥 나이로 치면 올해로 네 살이 되었는데, 이 날은 특별히 평소보다 더더욱 미운 네 살의 위력을 보여 주어 같이 갔던 일행들에게 정말 창피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이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덥고 힘들고 그래서 짜증이 맥스로 차 있던 상태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집 가족에 해당하는 이야기니깐 다른 집 가족들과 아기들은 반응이 다를 수도 있다. 특히 여기가 집과 가까운 분들이라면 즐겁고 좋은 기억이 가득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은 피해서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세 돌 아기에게는 너무도 협소했던 뽀로로파크 영등포점
우리 아이는 아직 뽀로로를 좋아한다. 나 역시 아이 때문에 뽀로로와 그 친구들에게 내적 친밀감이 잔뜩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뽀로로파크 일산킨텍스점에만 두 번 다녀왔고 그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아래에 일산킨텍스점 후기를 자세히 올린 글의 링크를 가져와 보았다.
그래서 이러한 만족감을 바탕으로 나름 뽀로로파크 지점 투어를 가자며 남편과 의기투합하여 얼마 전 영등포점으로 다녀왔다. 최근에 새로 생긴 뽀로로파크 월미도점은 후기도 좋고 규모도 큰 듯 하여 너무 궁금하고 가보고 싶긴 한데, 요금이 비싸서 조금 더 있다가 정 갈 곳이 없어졌을 때 가보기로 하고 영등포점부터 다녀온 것이다.
그런데 일산킨텍스점과 영등포점은 요금은 똑같은데 영등포점은 일산의 절반 규모였다. 그래서 아이가 영등포점에서는 몇 번 돌아다니며 놀고 나서는 놀 시설이 딱히 없어서 좀 지루해 했고, 데리고 간 우리도 일산을 떠올리며 갔다가 약간 실망을 했다. 기대했던 퍼레이드도 일산킨텍스점은 커다란 뽀로로와 크롱 인형들이 20분 정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어주고 했는데, 이 곳은 4시에 포토타임 시작이라고 했는데 4시 5분에 도착하니 이미 포토타임이 끝나 있었다. 이 곳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열리는 20분 정도의 공연 또한 일산킨텍스점처럼 전용극장에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가운데 밝은 오픈 스테이지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춤을 즐기는 우리 아이가 일산점과 반응이 너무나도 달랐다. 같은 춤을 추더라도 클럽이나 나이트 같은 곳에서 어두운 조명 아래 춤추는 것과 대낮에 훤한 야외공원에서 추는 것이 흥이 나는 정도가 다르듯이, 우리 아이도 어두운 조명 아래 전용극장 안에서 공연을 볼 때의 반응과 뻥 뚫린 밝은 오픈 스테이지 앞에서 공연을 볼 때의 반응이 달랐던 것이다. 또 우리가 한참 일산점 가던 시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는데, 그 때의 공연의 선곡보다 요즘 시즌 공연 선곡이 전체적으로 흥이 좀 덜 나는 곡들인 탓도 있었다고 본다. 공연 내용은 일산점도 같을 거라서, 아마도 지금 일산점을 가도 아이 반응이 조금은 얌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등포점에는 일산점에는 없는 물놀이와 자동차(범퍼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요금에 규모 차이가 너무 심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 듯 하다. 두 돌도 안 된 어린 아기들에게는 괜찮은 규모일 수는 있으나 키즈카페 요금과 비교하여 가성비 부분 같은 걸 생각해보면 또 어떨런지..
돗자리만 깔고 있어도 좋아했던 한강공원
한강공원은 평일 오후에도 사람이 많았다.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도 좋았던 평일 오후에 갔는데도 주차장이 만차라서 제 3주차장까지 가야했다. 그래도 3주차장이 결과적으로는 나은 선택이었다. 화장실도 가깝고, 차를 주차한 곳 바로 건너편에 돗자리를 깔 수 있어서 이동거리라고 할 것도 없이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
이 날 아이의 컨디션 조정을 위해 낮잠도 충분히 재우고, 밥도 맛있는 걸로 먹이고 했는데 그 덕분에 여기서 비눗방울 놀이, 공놀이까지 재미있게 했다. 뙤약볕 날씨라도 강가라서 강바람이 불어 시원하고 또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면 되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힘들지 않게 놀 수 있다. 그리고 애들이 저런 돗자리에 누워만 있어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저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 좋은 놀이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도 날씨와 아이의 낮잠 여부 등 여러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한강공원은 2월인가 3월 어느 추웠던 날에 도 갔었던 적이 있는데, 아직 잔디도 올라오지 않을 시기라서 공원에 가도 을씨년스럽고 삭막하기만 할 뿐 볼 것도 없고, 또 아이는 너무 춥다보니깐 신경질을 내고 비눗방울도 즐기지도 않고, 아이도 부모인 우리도 힘들기만 했었다. 그러므로 한강공원은 지금부터 해서 가을까지 날씨가 좋을 때 지겹도록 가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또 하나 한강공원의 장점으로는, 저런 컬러풀한 돗자리와 컬러풀한 의상을 입혀 놓으면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사진이 정말 잘 나와서 실내와는 또다른 장점이 있다. 뽀로로파크 이런 곳은 아무리 카메라를 들이대도 인생 사진을 건지기가 쉽지 않은데, 한강은 그냥 막 찍어도 사진이 다 잘 나온다.
매년 가고 싶은 서해랑 케이블카(제부도)
그럴려고 했던 건 아닌데, 우리 아이와 함께 서해랑 케이블카를 타러 간 것도 올해로 세 번째이다. 매년 한번씩 서해랑에 꼭 방문했던 것이다. 아래 글은 작년에 다녀온 후기이다.
작년까지는 몰랐는데, 올해 다녀오고 나서 나는 확실히 느꼈다. '우리 가족 성향에는 이 서해랑이 잘 맞는 곳이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사실 서해랑은 냉정하게 봤을 때, 해상 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딱히 뭐 엄청난 게 있진 않다. 제부도에 다녀올 수는 있지만, 제부도 안에서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그래서 우리 가족은 서해랑에 가서 제부도 안을 돌아다닌 일이 없다. 케이블카만 타고 옴), 식당도 마땅치가 않고, 볼 거리나 구경거리가 그렇게 많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바다와 갯벌뷰를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힐링이 되고, 우리 아이 또한 여기서 딱히 할 게 없는데도 케이블카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만 해도 좋아하고 옥상정원에서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신나 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녀오면서 생각한 게, 봄과 여름, 가을에 한 번씩 서해랑은 꼭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케이블카 같은 경우에도 바닥이 투명유리로 되어 있는 케이블카와 그냥 일반 케이블카 이렇게 둘로 나누어지는데, 바닥이 보이는 케이블카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 개월 수에 따라 다르다. 작년만 해도 바닥이 뚫린 것에 대해 큰 감흥을 보이지 않았는데, 올해 네 살이 되고 나서는 무서워하면서도 재미있어도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 위에 후기글에 올렸던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리프트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을 보여주어서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만족도가 훨씬 높고, 아이의 반응이 좋으니 우리 부부도 정서적으로 평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이상 최근 다닌 곳들의 후기를 모아보았다. 아기를 키우는 아빠, 엄마들 모두 아기 데리고 다니느라 많이들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부모의 성향, 아이의 성향도 중요해서 뭘 하더라도 다이나믹한 활동을 좋아하는 가족들이 있고, 우리 가족처럼 쉽고 빠르게 지치는 타입들은 넓은 곳에서 발 빠르게 돌아다니며 뭐라도 하나 더 보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적당히 편한 거리에 가서 적당히 편하게 앉아있다가 오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에, 같은 장소도 성향에 따라 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을 꼭 참고하셔서 결정하시길 바란다.
다음 후기는, 홍대에 있는 시나모롤스위트카페 방문 후기가 될 것 같다. 한창 유행하던 시기는 지났지만 뒤늦게라도 아이와 방문해 보려고 예약해 두고 내일 방문 예정이다. 그 곳은 부디 우리 가족의 성향에 맞는 곳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