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장이 다 안 비워졌을 때 두 번 다시 연속으로 한 후기
2018년에 생애 첫 대장내시경을 한 이후 6년만에 대장내시경을 하게 되었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는 검사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남들보다 장 운동이 엄청나게 더디고 무딘데, 나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과 심리적 부담감 같은 것들이 남들에 비해 훨씬 더 심해서 이번 대장내시경 또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후기를 남겨 본다.
첫번째 대장내시경 후기 : 장이 다 비워지지 않음
(똥 얘기 나오니깐 읽기 싫으신 분들은 미리 참고하세요.)
첫 대장내시경 때는 친구와 함께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해서 준비하기가 그래도 좋았다. 각자 자기 집에 있지만 약 마실 시간부터 시작해서 '약 마셨니?', '시작 됐니?' 이런 걸 카톡으로 물어보고 장이 비워지는 실시간 상황 같은 것도 공유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때도 사실 내가 조금 의아했던 게, 대장내시경약을 먹으면 진짜 화장실만 가면 쭉쭉 나온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게 사람들 이야기만큼 신호가 엄청나게 오진 않았다. 물론 화장실을 계속 왔다갔다 하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막, 그렇게 막, 뭔가가 나오는 느낌은 없었다. 그 때는 뭘 모르고 뭔가 화장실을 생각만큼 자주 안 가도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장내시경을 받고 나서 의사선생님을 만났는데, 장이 다 비워지지가 않아서 대장내시경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시경으로 대장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는데, 진짜로 사진에서 장이 다 비워지지 않아서 장벽이 잘 안 보이고 시커멓게 보이는 부분들이 더 많았다.
병원에서는 일주일 뒤쯤 다시 할지, 아니면 다음날까지 약을 더 먹고 대장내시경을 다시 할지를 내게 물어보았다. 일주일 뒤에 이 모든 것들(금식과 식단)을 다시 할 걸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서 연달아 약을 먹고 바로 다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총 3일을 대장내시경 약만 먹고 배와 장을 다 비운 채로 허기지게 지내야 했다. 그렇게 약을 한 번 더 먹고 대장내시경을 다시 한 결과 무사히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다음에 대장내시경을 할 때는 미리 사전에 약을 두 통을 달라고 해서 두 번 먹고 대장내시경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렇게 나의 첫 대장내시경은 마무리 되었다. 그 때 같이 대장내시경을 한 친구는 아직도 생각날 때마다 내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로 기억하고 있다.
두 번째 대장내시경 후기 : 5년전의 안 좋은 기억과 경험이 다시..
이번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두고는 식단이나 금식, 물약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은 하나도 안 되고 오직 장이 제대로 잘 비워질 것인가가 가장 걱정되고 고민이었다. 대장내시경 전에 약을 받으러 가면서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 5년 전 나의 후기를 이야기하며 그 때 당시 의사선생님이 약을 두 통 타서 다 마시라고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상담을 한 의사선생님은 그렇게까지 하면 탈수가 올 수도 있고 좋지 않으니깐, 약을 한 통을 먹고 중간에 물을 알려준 양보다 더 많이 먹으라는 말씀을 하셨다.
내 나름으로는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서 알려준 것보다 훨씬 더 며칠 전부터 카스테라와 삶은 계란, 감자 같은 것만 계속 먹으면서 식단을 미리부터 했다. 그리고 검사 전날 약을 먹을 때 물도 정해진 양보다 훨씬 더 마시고 말이다.
그렇게 비장하게 임하며 준비했지만..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여전히 장은 다 비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번 병원에서는 굳이 두 번 하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찍혀진 대장 사진을 보니 그래도 5년 전보다는 장이 비워지긴 한 것 같아보이긴 했다. 장벽들이 그래도 보이기는 했으니 말이다(5년 전에 첫 대장내시경 사진에서는 장이 보이지가 않았음). 하지만, 의사선생님이 보여준 몇 개의 사진에는 장벽에 똥이 군데 군데 꽤 크게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의사선생님께서 똥을 떼내려고 내시경하면서 나름대로 가능한 조치를 취해보긴 하셨는데, 그래도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한다. 꼭 다시 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문제는 없어보인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찜찜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이번 결과로 다음 번에 대장내시경 할 때는 의사선생님을 상대로 우겨서라도 약을 두 통을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장이 둔감한 분들의 대장내시경 준비 팁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자로서 기록을 남겨보자면, 나처럼 장 운동이 둔감한 사람은 대장내시경 준비를 훨씬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일단 변비는 기본값이다. 매일 대변을 못 보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남들과 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의 반응 속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채소와 과일을 갈아서 만든 걸 똑같이 먹어도, 남편은 그걸 먹고 화장실 신호가 바로 오는데, 나는 며칠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장 운동이 이렇게 더디기 때문에 같은 대장내시경 약을 먹어도 장에서 반응이 남들만큼 오질 않는 것이다.
- 대장내시경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갈 때, 의사선생님께 본인의 장 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고 가능하다면 약을 한 통 더 받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에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더니, 요즘은 장이 다 비워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지 대장내시경 검사용 약과 함께 변비약을 알아서 처방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의사선생님과 상담 후 선생님의 조치를 따르면 될 것 같다. 물론 나는 사전 상담을 했음에도 추가로 약을 못 받아서 장을 다 비우는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 식단도 남들보다 며칠 먼저하는 것이 좋다. 카스테라나 삶은 감자, 흰 쌀밥처럼 소화가 잘 되는 음식들을 보통 검사 이틀 전부터 시작하라고 하지만, 대충 5일 전부터라도 미리 하시길 추천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장이 빨리 비워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식단을 하면서 물을 많이 마셔두면 좋다고 한다. 대변이 장 속에서 빨리 나오는 것에 물만큼 도움이 되는 게 그래도 없다고..
- 그 밖에도 검사를 앞두고 가능하면 몸을 더 움직이거나 많이 걸어서 장을 자극하여 장이 운동할 수 있게 하면 장이 비워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플랭크 자세를 통한 복근운동으로 장의 활동이 너무 활발해져서 약간 설사까지 갈 정도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안 하던 복근운동을 하면 갑자기 자극이 와서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내가 그것까지 할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 대장내시경 때는 그거까지도 할 작정이다.
이상 나의 고생스러웠던 대장내시경 검사 후기였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두신 분들은 부디 철저히 준비를 하셔서 나처럼 연달아 두 번 하는 고생을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