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40대에 결혼

결혼의 장점, 명절 결혼 잔소리 해방

나겸♡ 2024. 9. 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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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결혼하고 나서 5년째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명절 전까지 며칠 동안은 시댁에 가서 전을 조금 부쳤고, 명절날부터 명절 마지막날까지는 친정에 다녀왔다. 우연히 뉴스에서 명절 결혼 잔소리 관련된 내용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글을 좀 써 본다.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전에 정말 주구장창 결혼 관련해서 잔소리를 계속 들어왔다. 사실 명절 잔소리는 결혼 잔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 관련해서 계속 이런 저런 소리를 듣고(대학 갈 때까지), 대학에 가서는 취업 관련해서 잔소리를 듣는다. 결혼을 하면 아기 언제 낳냐는 잔소리를 듣고, 한 명 낳고 나면 둘째는 언제 낳느냐고 한다. 혹시 딸 둘인 경우 요즘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아들 낳을 때까지 잔소리를 했다. 그 실제 예가 우리 엄마라서 결국 막내 아들을, 내 남동생을 낳았다. 나의 경우에는 한참 전에 이미 40대가 되었기 때문에 둘째 낳으라는 잔소리는 듣지 않을 수 있었다.
 
결혼 전에는, 이 명절 때마다 결혼 잔소리가 스트레스였다. 명절 뿐만이 아니고, 각종 결혼식, 장례식 등이 있을 때마다 이 잔소리를 들을 각오와 용기를 가지고 참석해야 했다. 그냥 아빠 엄마한테 잔소리 듣는 것은 그래도 그러려니 하는데, 여러 친척들한테서 결혼 잔소리를 들을 때가 참 괴롭다. 그리고 친척들 잔소리까지도 그래도 괜찮은데, 그런 잔소리로 인해서 우리 부모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또 스트레스를 받아하고 기 죽는 모습을 볼 때 죄송하고 불효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이것이 결혼 전 내가 한참 사회생활을 할 때의 모습이었는데,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많이 안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경향으로 인해 이 명절 결혼 잔소리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벗어난 삶을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결혼은 왜 안 하니?' 이러면 '집값 대주실래요?' 이렇게 물어보면 더 이상 잔소리를 안 하시려나 싶다.
 
결혼의 장점이 뭐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1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이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꼽게 된다. 일찌감치 결혼해서 무난하게 아이 낳고 사는 사람들은 장점의 1위를 이것으로 꼽지 않겠지만, 각종 잔소리를 들을대로 다 듣고 결혼한 나의 경우에는 결혼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이 잔소리 안 듣겠다고 무턱대고 쉽게 결혼을 할 수는 없다. 잔소리 듣기 싫다고 노력만으로 결혼을 안 한 상태에서 결혼한 상태로 바꿀 수는 없고, 또 결혼만 하면 끝이 아니라 그 후에는 여러가지로 내 삶 자체에 변화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들이 참 어려운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것은 이 사회는, 사람들은, 대세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정한 나이에 취직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고, 특별한 결함없이 모나게 살아가지 않으면 여러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나는 이 대세에서 벗어나서 사느라고 여러 불친절한 시선과 대우를 받다가, 늦은 나이에 남들이 말하는 무난한 삶의 테두리(결혼한 삶)에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친척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안 받는채로 바닷가의 수많은 모래알 중에 하나처럼 살아가고 있어서 정서적으로는 훨씬 안정감과 편안함이 있다. 자식이라는 존재로 인해 결혼 전에는 없던 여러가지 고민들과 걱정들이 생기긴 했고 말이다. 

 

결혼 한 것이 좋으냐, 안 한 것이 좋으냐를 두고 생각하면, 내 상황에 있어서는 결혼을 한 것이 좋은 것 같다. 일단, 우리 집 남매들 중에 결혼 적령기를 지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사람이 나라도 한 명 있어서 우리 부모님이 손녀를 볼 때마다 행복해 하시고, 내가 효도 스타트를 그래도 했기 때문에 미혼인 내 동생들은 그래도 나보다는 부담이 없이 본인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의 결혼으로 인해 부모님들로부터 받는 본인들의 결혼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도 덜해지고 말이다.

 

그렇다고 부모님과 동생들을 위해 나 하나 희생했다는 건 아니다. 자신의 존재가치나 자존감 같은 것들을 느끼는 요소가 사람마다 다른데, 어느 누군가는 남들이 뭐라하건 말건 아무 상관없는 경우도 있고, 나 같은 사람들은 주변사람들의 여러가지 반응들에 휘둘리고 흔들리는 타입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결혼을 한 후에 상당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결혼을 할 때도 그런 요소들이 가장 절실했고 말이다. 그런 것만 만족시켜준 결혼이라면 또 어느 정도 공허함은 있었을텐데,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 성실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했고, 시부모님들도 좋은 분들이시기 때문에 결혼을 한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다는 부분도 상당히 감사한 부분이다. 직접 결혼해서 살아보니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의 성품과 인품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다만 내 스스로도 그렇고, 남편도, 우리 집도, 시댁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들은 있지만, 그건 주변에 잘 사는 사람들 보면서 부러워서 그런 거지, 지금의 우리 가족들 정도면 큰 걱정없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 잔소리 관련한 에피소드를 우연히 본 후에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글을 좀 적어보았다. 이번 명절에 결혼에 대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분들께 힘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이번 추석은 끝났다. 물론 몇 개월 뒤에 구정이라는 또 새로운 난관이 찾아오고, 그 사이에 누가 결혼이라도 하면 또 스트레스일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쪼록 잘 넘기시고, 많이 수고하셨고, 얼른 편안한 시간들을 되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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